이우환
호암미술관은 28일부터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이우환의 신작 공간 〈실렌티움(묵시암)〉을 전통정원 ‘희원’ 내에 개관하여 상설 전시한다. 아울러 그간 관람객에게 공개하지 않았던 미술관 호수 주변의 ‘옛돌정원’에서 이우환의 조각 설치 작품 3점을 새롭게 선보인다.
이우환 작가는 1960년대 말 ‘모노하(物派)’의 이론적 형성에 깊이 관여하며 일본 동시대 미술의 전환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또한 1960년대 말부터 한국 화단과의 교류를 이어가며 1970년대 실험미술과 단색화가 전개되는 과정에도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작업세계는 유럽 미술계에서 서구 중심의 인식 틀을 넘어선 사유와 조형적 탐구로 주목받아왔다.
삼성문화재단은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오랜 기간 수집, 소장해 왔으나, 2003년 호암갤러리/로댕갤러리 회고전 이후 작가의 예술 세계를 본격적으로 조망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호암미술관의 유려한 자연을 배경으로 한 이번 프로젝트는 작가가 직접 제안한 것으로, 국제 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작가의 예술 세계를 서울 수도권에서 상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전통정원 ‘희원’ 내에 선보이는 신작 〈실렌티움(묵시암)〉은 라틴어로 '침묵(Silentium)'을, 한국어 명칭인 〈묵시암(默視庵)〉은 '고요함 속에서 바라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용한 눈길로 만나는 공간”이라는 컨셉 아래 실내 작품 3점과 야외 설치 1점이 하나로 어우러진 프로젝트이다.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침묵 속에서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관계와 만남, 울림과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총체적인 공간 작업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작가는 "내 작품은 봄과 동시에 울림이 있는, 보자마자 감각이나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이나 에너지가 중요하다“며, 관람객이 "침묵 속에 머물며 세상 전체가 관계와 만남, 서로의 울림과 호흡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환
〈실렌티움〉에서 색채는 작가의 예술세계에서 자연의 현상과 변화를 반영하는 핵심 요소이다. 작가는 주로 단색 계열의 작업을 해왔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색채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작품 속의 ‘점’과 ‘원’에서 보여지는 색채는 가장 연한 색에서 진한 색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방식으로 생명의 변화와 순환을 보여준다.
‘희원’ 건너편의 호암미술관과 너른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얕은 구릉지 산책로인 ‘옛돌정원’에서는 철과 돌이라는 문명과 자연이 만나 이루어진 3 점의 대형 신작을 감상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예술 철학을 "버리고 비우면 보다 큰 무한이 열린다"고 설명한다. 그의 작업은 기본적으로 비우고, 버리고, 깎아내는 과정이며, 표현을 가능한 한 축소하고 절제하며 압축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그린 것만이 그림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나, 만든 것과 만들지 않은 것이 서로 관계하여 무한의 세계를 열기를 소망한다.
이우환 작가의 예술 세계를 오랫동안 깊이 이해하고 지원해 온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은 “이우환 선생님의 작품을 널리 알리고 싶었는데 그간 상설로 선보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번에 선생님께서 〈실렌티움〉과 야외 조각을 직접 제안해 주셔서, 많은 사람들이 언제든지 선생님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하며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관람료는 유료(25,000원-기획전+희원+실렌티움+옛돌정원)이며, 10월28일(화)부터 1주일간 리움 멤버십 프리뷰를 거쳐 11월 4일(화)부터 일반에 공개한다.
[사진=호암미술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