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티
지난주 4년 만에 재개된 미쟝센단편영화제(MSFF)에서 상영된 정휘빈 감독의 <엔터티>는 암울한 미래상을 경쾌한 감각으로 그려낸 수작 애니메이션이다. 공포와 판타지를 아우르는 '기담' 섹션에 초청된 이 작품은 2050년 서울을 배경으로, 완벽한 감시 체계와 메타버스가 공존하는 디스토피아적 일상을 17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밀도 있게 담아냈다.
영화는 1990년대풍의 오락실을 재현한 메타버스 공간과 좁고 어수선한 현실의 골방을 교차시킨다. 주인공 김영은 전자기기를 수리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청춘이지만, 그녀를 둘러싼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안전깨비'라 불리는 감시 드론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모든 사회 활동은 '소셜 포인트'라는 계급적 수치로 치환된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 끝에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린 김영은 시스템의 감시를 피해 도망자가 되어 미정의 미래로 내던져진다.
제목 '엔터티(Entity)'는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리되는 '실체'나 '객체'를 의미한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보다 데이터로서의 가치가 우선시되는 미래 사회의 비극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정휘빈 감독은 감시와 통제가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모순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자유로웠던 90년대에 대한 향수와 적막한 2050년의 대조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잃어가는 것이 무엇인지 자문하게 만든다.
영화는 실체와 가상을 오가는 긴박한 소동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불안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했다. 오작동을 거듭하는 디지털 기기들처럼, 통제된 시스템 속에서도 튀어나오는 예기치 못한 사건들은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시킨다. 정휘빈 감독은 이 소동극을 통해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그 속에서도 살아 움직이는 '실체'로서의 인간을 응원한다. 세련된 비주얼과 묵직한 주제 의식이 돋보이는 강렬한 단편이다.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