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똑딱 누르면, 녹음이 됩니다~" 포섭 (김건우 감독)
4년 만에 부활한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상영된 김건우 감독의 <포섭>은 카페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밀도 높은 '설득과 기만'의 심리 스릴러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섹션에 초청된 이 24분짜리 단편은, 단 한 번의 만남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발톱을 통해 관객을 순식간에 긴장감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다.
지방 대기업 관리직으로 근무하며 결혼을 앞둔 도영(이학주)은 카페에서 우연히 한 남자(임호준)를 마주한다. 서글서글한 태도로 법대 선배임을 자처하며 다가온 남자는 이내 목소리를 낮추고 충격적인 비밀을 털어놓는다. 자신은 국정원 요원이며, 도영의 예비 신부가 산업 스파이로 의심되어 조사 중이라는 것. 평범한 직장인이자 법무팀 사원인 도영은 국정원의 정보력과 남자의 완벽한 논리에 속수무책으로 휘말리기 시작한다.
영화는 '국정원 요원'이라는 권위적인 존재가 내뿜는 압박감과 그물망처럼 짜인 화술에 초점을 맞춘다. 도영 역의 이학주는 순박한 직장인이 거대한 국가 기관의 위력 앞에 무너져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고, 요원 역의 임호준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능구렁이 같은 연기로 극의 긴장을 주도한다. 관객은 도영의 시선에서 갈등하며, 신념과 공포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나약함을 목격하게 된다.
영어 제목 'The Cheat'이 암시하듯, 영화는 단편 특유의 묘미인 강렬한 반전을 통해 속임수의 본질을 꿰뚫는다. 국가 기관원이라는 명칭 뒤에 숨은 사기극과 마주했을 때, 관객은 비로소 안도하면서도 씁쓸한 교훈을 얻는다. <포섭>은 권력의 이름에 짓눌리지 말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장르적 쾌감 속에 영리하게 녹여낸 수작이다.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