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똑딱 누르면, 녹음이 됩니다~" 포섭 (김건우 감독)
‘미쟝센단편영화제’가 4년 만에 부활했다. 극장가는 어렵지만 영화인들은 계속 전진한다. 올해(21회)에는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모두 65편의 재기발랄한 단편들이 상영되었다.
김건우 감독의 [포섭]은 신유석 감독의 ‘건투’, 조바른 감독의 ‘층’과 함께 [인정사정 볼것없다](1)섹션에서 상영된 24분짜리 단편영화이다. 영화는 커피숍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설득-협박-포섭'의 현장드라마이다. 과연 어떻게 이 자를 속여,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긴장하라!
서울에 멀리 떨어진 지방의 대기업 공장에서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는 도영(이학주). 카페에서 곧 결혼할 예정인 연인을 기다리고 있다. 테이블에는 예식장 카탈로그가 놓여있다. 그런데 커피숍에 빈자리가 없어서라며 한 남자가 앞 의자에 앉는다. 자연스럽게. 그리고는 이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같은 학교 법대 선배였고, 공무원이란다. 막힘없이 술술 캠퍼스 이야기, 회사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소리를 낮추며 중요한 이야기를 건넨다. “사실, 난 국정원 사람이고, 지금 산업스파이를 조사 중”이란다. 그러면서 사진 하나를 보여주며 ‘이 여자가 노조원인데, 너희 회사 기밀서류를 빼돌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도영은 놀란다. 곧 자신과 결혼할 여자였다. 이제 이 남자의 말을 믿어야할지, 이 여자와 헤어져야할지 머리가 복잡해진다.
"두 번 똑딱 누르면, 녹음이 됩니다~" 포섭 (김건우 감독)
이학주는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서 몇 년째 근무하고 있는 순둥이 회사원을 연기한다. 너무나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는 ‘국정원 요원’의 말이기에 믿지 않을 수가 없다. 회사 법무팀 관리직 사원으로서 ‘산업스파이’ 건은 그냥 넘길 수가 없다. 이미 ‘국정원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자신의 뒷조사도 충분히 한 것 같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법대를 나온, 법무팀 관리직 사원은 조마조마하다. ’국정원‘ 요원을 연기한 임호준 배우는 꽤 많은 단편영화, 독립영화에 출연했다. 관객들은 이학주의 입장이 되어 이 남자의 말을 믿으려고 할 것이다. 아니면, 연인과 함께 빠져나갈 묘수를 찾든지. 요원은 화려한 말솜씨로 그물을 치고, 벼랑으로 몰고 간다. 관객들이 마침내 손을 들고, 산업스파이를 잡으려고 할 때 반전이 일어난다. 결국, 문제는 마마보이인가. 국정원이 이런 일도 한다고? 속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 작품의 영어제목이 ‘The Cheat’(사기,속임수)임을 알게 된다. 단편의 묘미를 살린 심리스릴러이다. 기관원이라고 쫄지 마라! 24분 단편의 교훈이다 (박재환)
▶포섭(영제:The Cheat) ▶감독/각본:김건우 ▶프로듀서/조연출:이혜강 ▶촬영:박우건 ▶음악:정예지 ▶출연:이학주, 임호준, 백주환, 김혜진 ▶제21회미쟝센단편영화제 ‘인정사정볼것없다’상영작/24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