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화비장葆華秘藏: 간송 컬렉션, 보화각에 담긴 근대의 안목
서울 대학로에서 좀 더 들어간 성북로에는 작지만 위대한 사립미술관이 하나 있다. 일제강점기, 격동의 시대에 ‘문화보국(文化保國)’의 신념으로 고미술품을 수집하며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일생을 바친 간송 전형필의 일생의 수집품이 고이 간직된 박물관이다. 이곳에서는 정기적으로 소장품을 일반에게 공개, 전시하고 있다. 내일(17일)부터는 특별한 기획전이 열린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사장 전영우)과 간송미술관(관장 전인건)은 17일(금)부터 11월 30일(일)까지 간송미술관 보화각에서 가을 기획전 《보화비장葆華秘藏: 간송 컬렉션, 보화각에 담긴 근대의 안목》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간송이 수집한 7인의 수장가 컬렉션의 빛나는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2024년 재개관 이후 ‘간송 컬렉션의 형성과 구축 과정’을 재조명하는 3개년 기획의 네 번째 전시이자, 간송 전형필 선생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여 선보일 내년 특별전의 마중물이 되는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보화비장> 전시는 간송미술관 보화각 2층과 1층 전시실로 나뉘어 구성된다. 각 수장가마다 구획을 지어 저마다의 수장 성향과 안목이 반영된 대표 컬렉션을 전시한다.
김정희_대팽고회 ⓒ 간송미술문화재단
2층 전시실에서는 중국 상해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역대 중국 서화를 모은 ▲운미 민영익(閔泳翊), 선친인 오경석의 방대한 중국 서화와 전적을 물려받고 조선 서화를 수집한 ▲위창 오세창(吳世昌), 근대 서화의 거장 안중식의 경묵당(耕墨堂) 수장품을 물려받은 ▲석정 안종원(安鍾元)의 컬렉션을 선보인다.
1층에서는 동아일보·경성방직의 이사로 추정되는 ▲송우 김재수(金在洙), 조선중앙일보의 사주이자 충남 논산의 수장가로 알려진 ▲희당 윤희중(尹希重), 조선의 마지막 내관으로 근현대의 서화가이자 수장가로 활동한 ▲송은 이병직(李秉直), 그리고 일본 도쿄에서 고려청자를 집중적으로 수집한 영국 출신의 변호사 ▲존 갯즈비(John Gadsby)의 수장품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서 놓쳐서는 안 될 백미는 존 갯즈비 컬렉션의 국보 도자들과 송은 이병직이 소장했던 추사 김정희가 71세에 쓴 마지막 글씨다. 먼저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국보), <청자기린유개향로>(국보), <청자오리형연적>(국보),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국보)를 포함한 총 9건의 명품 도자가 공개된다. 이와 함께 보물로 지정된 추사의 절필작(絶筆作), ≪대팽고회(大烹高會)≫ 예서 대련 역시 이번 전시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전인건 관장은 “이번 전시는 간송 이전을 포함하여 간송이 활동하던 시기의 고미술 유통 구조와 수장사의 한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라며 “간송이 당대 수장가들의 컬렉션에서 광복 후 우리 미술사 연구에 필수적인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별 수집한 과정을 조망함으로써, 간송 컬렉션 형성의 다층적 배경을 조명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전시가 근대 수장가들의 안목을 통해 간송 컬렉션을 새롭게 읽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보화비장葆華秘藏: 간송 컬렉션, 보화각에 담긴 근대의 안목
《보화비장葆華秘藏: 간송 컬렉션, 보화각에 담긴 근대의 안목》은 10월 17일(금)부터 11월 30일(일)까지 진행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전시 예약은 회당 100명이고, 하루 2회(오전 11시, 오후 2시) 진행하는 사전 도슨트 프로그램 예약은 회당 30명이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전시 관람료는 성인 5,000원이다)
[사진=간송미술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