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론:아레스
진화하는 컴퓨터, 생각하는 프로그램을 다룬 영화 <트론:아레스>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1982년 미국에서 개봉된 <트론>의 세 번째 작품이다. 43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컴퓨터는 엄청나게 고사양이 되었고, 인공지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진화했다. <트론:아레스>는 할리우드가 그리는 그런 놀라운 미래, 아니 현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트론:아레스>를 보기 전에 전작들을 잠깐 소개하면 이런 내용이다. 1982년에 나온 <트론>에서는 천재 프로그래머 케빈 플린이 등장한다. 엔콤이란 게임(비디오게임) 회사에서 ‘파라노이드’ 같은 엄청난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했지만 사악한 에드 딜린저에게 빼앗기고 회사에서도 쫓겨난다. 플린은 딜린저의 표절을 밝혀내기 위해 회사 서버를 해킹하다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고, 그 곳(그리드)에서 게임 캐릭터가 되어 맹활약을 하게 된다. 그리고 2010년 나온 속편 <트론:레기시>에서는 게임 속으로 사라진 아버지 플린을 찾기 위해 그리드로 뛰어든 아들 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트론’의 전체적인 이야기의 배경은 현실 속 게임회사의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자신들이 창조한 게임 속으로 들어가서 플레이어로 뛴다는 것이다. 어떻게? 영화 <플라이>에서 보여준 것처럼 하면 된다. 특수한 레이저를 쬐면 분해된다. 컴퓨터가 그 분자들을 재배열하면 공간 내 이동이 가능해진다. 그렇단다!
트론:아레스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2017)와 '말레피센트2'(2019)를 감독했던 노르웨이 출신의 요아킴 뢴닝이 감독한 <트론:아레스>에서는 케빈 플린과 에드 딜린저의 손자뻘 세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분명 컴퓨터와 A.I.는 진화를 거듭했을 것이다. 문제는 관객의 기대를 얼마만큼 충족시켜주는 것이리라. A.I.가 진화하여 인간을 잡아먹든지, 아니면 인간보다 더 철학적인 존재로 복음을 전하든지.
눈 덮인 알래스카의 산꼭대기의 한 비밀공간에서 엔콤의 CEO 이브 킴(그레타 리)이 뭔가를 애타게 찾고 있다. 죽은 여동생은 이곳에서 오래전 미스터리하게 사라진 엔콤의 케빈 플린의 플로피디스크와 씨름하고 있었다. 과연 5.25인치 플로피디스엔 어떤 코드가 프로그래밍되었을까. 그 시각 엔콤의 라이벌 기업 딜린저시스템즈의 줄리안 딜린저(에반 피터스)는 미군을 위한 최신 디지털 군사무기를 시연한다. 마치 3D프린팅처럼 레이저로 최첨단 사이버보안 프로그램을 현실세계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최신 슈퍼솔저는 그리스 신화 속 전쟁의 신의 이름을 딴 아레스(자레드 레토)이다. 아레스는 회사(주주, 거래처) 입장에서는 어떤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희생할 수 있고, 대체가능한 신무기이다. 단, 현재 기술로는 29분만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 케빈 플린의 궁극의 개발품은 ‘29분의 벽’을 깨는 영생의 프로그램(영구 코드)이었다. 이제 그것을 탈취하려는 줄리안과 그것을 지키려는 이브, 그 사이에서 고뇌하는 아레스의 비디오게임이 시작된다.
<트론:아레스>는 놀라운 시각효과와 스릴 넘치는 ‘게임’ 액션, 음악을 맡은 Nine Inch Nails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테크노신스 사운드트랙이 가득하다. 이야기는 많이 보아온 현재와 미래의 충돌 스토리이다. 인간이 개발한 A.I.가 발전을 거듭하며(요즘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딥 러닝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것이다. 탐욕덩어리 억만장자들은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사실 오리지널 <트론>(1982)은 환상적인 미래이야기를 다루지만 매끄럽지는 않았다. 특히나 40년의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핵심 아이디어는 근사하다. 현실(리얼 월드)의 사람이 컴퓨터 게임 속, 소프트웨이로 들어간다는 것이. 그런데 들어간 사람이 하필 그 게임 개발자라면? 마르쿠스 페르손이 블록쌓기하는 것 아니겠는가. <트론>에서는 악당 딜린저가 MCP라는 컴퓨터(제어시스템)에게 지배당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속편(레거시)을 통해서는 이제 리얼 세상과 게임 속 세상의 인물(캐릭터)의 왕래가 현실화된다. 이번 <아레스>에서는 게임 속 캐릭터가 세상 밖으로 튀어나올 때 어떤 지옥이 펼쳐질지 보여준다.
트론:아레스
전작을 보지 않아도 <트론:아레스>를 감상하기에 충분히 재밌다. 43년 전 괜찮은 설정은 고스란히 물러받았고, 캐릭터의 일관성도 있다. 요즘 관객들은 난해한 기술적 이야기도 충분히 알아듣는다. 악당이 악당 같고, 영웅이 영웅 같고, ‘타이틀 롤’이 햄릿같이 고뇌하면 되니깐. 자레드 레토는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해낸다. (완벽한 햄릿이 아니라 pro5.0 버전 정도면 된다. 그레타 리도 가족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네온 라이트 사이클링’도 직진스타일로 해낸다. 악당 딜린저의 행동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엄마 역으로 질리언 앤더슨이 나온다. <엑스 파일>의 그 스컬리 요원 말이다. 아마, 이 영화에서 가장 반가운 얼굴일 수도!
다시 1982년 오리지널! 당시의 잘난 프로그래머들이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컴퓨터는 생각을 못하지만 곧 생각을 하게 될거야“라고 하자, 동료가 그런다. "컴퓨터가 생각을 하면 인간이 생각을 멈추겠지"라고. 43년 전 영화 대사이다.
참, 영화 끝이 어떻게 되냐고? 악당은 죽지 않는다. 사라질 뿐이다. 물론, 다른 방식으로. <트론>의 뻔한 속편 예약이다.
참참, ‘Nine Inch Nails’의 음악이 화제인데 극중에 ‘Depeche Mode’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자레드 레토가 오래전 ‘아메리칸 사이코’에 나왔을 때 크리스천 베일이 그를 죽이면 한참이나 ‘80년대 팝음악’에 대해 분석한다. (박재환)
▶트론: 아레스 (원제: Tron: Ares) ▶감독: 요아킴 뢰닝 ▶출연 : 자레드 레토, 그레타 리, 에반 피터스, 질리언 앤더슨, 제프 브리지스 ▶수입/배급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개봉: 2025년 10월 8일/12세이상관람가/119분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