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재일교포 3세‘ 이상일 감독이 일본 흥행대작 <국보>로 다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훌라걸스', '악인', '용서받지 못한 자', '분노' 등을 연출한 이상일 감독의 신작 <국보>는 지난 6월 일본에서 개봉되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142억 엔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21일 오전, 부산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는 갈라프레젠테이션 섹션 초청영화 '국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상일 감독과 주연 배우 요시자와 료가 참석했다.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국보'는 야쿠자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 최고의 가부키 배우가 되는 한 인물의 인생 궤적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이상일 감독은 "2000년에 처음 부산에 왔고,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가 해마다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바라보게 됐다. 부산영화제와 많은 인연이 있었고, 또 영화를 만드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런 인연이 있어서 이번에 조금 보은 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해서 부산을 찾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영화는 키쿠오(요시자와 료)와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 두 가부키 배우가 오랜 시간 친구로, 동료로, 그리고 숙명의 라이벌로 성장하고, 성공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며, 다시 재기하는 감동적 드라마를 보여준다. 슌스케는 가부키 명문가의 아들이고, 키쿠오는 야쿠자 집안 출신이다. 순혈주의를 중시하는 가부키 세계에서 ’키쿠오‘가 어떻게 무대의 중심에 올라서는지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국보'
이상일 감독은 ”이 영화는 인간이 짊어진 업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부키가 중심이 되어 예술가로서 살아가면서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며 “가부키 세계에서 혈통을 타고 태어난 인물과 그렇지 않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혈통을 타고난 사람도 또 그 나름의 운명을 짊어지면서 괴롭고, 아웃사이더도 고뇌가 있다. 서로가 짊어진 것을 가지고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정체성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상일 감독의 <국보>에 영향을 준 영화로 천카이거(진개가) 감독의 <패왕별희>(1993)를 언급했다. “학창시절 '패왕별희'를 굉장히 인상적으로 봤다. 20여 년간 영화 작업을 해 오면서 당시의 충격이 내내 남아있었던 것 같다"고며 ”고도의 예술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만이 보여주는 풍경이 있다. 저를 포함한 모두가 걸을 수 있는 인생은 아니고, 그런 삶을 보면서 우리는 감동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키쿠오를 연기한 요시자와 료는 "처음으로 부산을 찾았다. '국보'라는 작품으로 초청받아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어제 처음으로 한국에서 상영했고, 한국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GV를 통해 굉장히 날카로운 질문을 해주셨다. 모두 진지하게 영화를 봐주신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첫 부산국제영화제 방문 소감을 밝혔다. 키쿠오 역을 소화하기 위해 1년 반 동안 가부키 춤 연습을 하였다고.
“이상일 감독님이 키쿠오의 모든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라고 디렉션을 주셨다. 단지 예쁘게만 춰서는 안 된다며 인물의 감정에 맞춰 춰달라는 굉장히 어려운 요구였다. 어떤 장면은 굉장히 여러 번 테이크를 갔다. 처음엔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며 “가부키 배우가 아니라 일반 배우가 이 역할을 소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적으로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장면 하나, 대사 한 줄에 공을 들여서 몰두하며 찍은 찍었다.”고 지난한 촬영 과정을 소개했다.
'국보'는 일본 개봉 후 엄청난 흥행 성공을 거두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이상일 감독은 “이유를 모르겠다. 상상도 못했다.”며 "사실 가부키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미조구치 겐조 감독의 80년 전 영화(殘菊物語,1939) 이후로는 없다고 들었다. 가부키는 극장에서 보는 것이고 영화관에서 보는 게 아니라는 인식도 있었다. 일본사람도 가부키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그렇게까지 잘 볼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 통해서 가부키에 새로운 발견이 있을 것 같다. <국보>에는 요시자와 료, 요코하마 류세이, 와타나베 켄 등 유명한 배우들이 가부키를 연기하며 인생을 걸고 도전했기 때문에도 인기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주인공 키쿠오는 ’순혈주의‘ 가부키 세상에 ’일종의 입양된 외부인‘으로 예술혼을 불사른다. 그동안 이상일 감독이 보여준 작품의 경향, 그리고 ’재일교포3세‘라는 꼬리표와 관련하여 '자이니치'로서 경험이 영화에 투영됐냐는 물음에는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면서, ”이번 작품에 한정해서 말씀 드리자면 제 안에는 늘 ’아웃사이더‘로 표현하고 싶다는 부분이 있다. 사회 주변부에 눈이 간다. 아마 거기엔 ’자이니치‘인 저의 아이덴티티가 일부 연결이 되어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상일 감독의 <국보>의 극장 흥행과 관련하여 ”'국보'의 흥행으로 프로듀서들도 굉장히 기뻐하고 있는 분위기다. TV시리즈에서 파생된 작품도 아니고, 문학작품에서 시작된 전통적인 영화이다. 이런 점을 순수하게 기뻐하는 분들이 많다"며 "이런 현상이 계속해서 이어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결국 감독, 배우 그리고 영화인들이 각자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무엇을 찍으면 관객들이 좋아하고 기뻐할 것인지 추구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상일 감독의 '국보'는 올해 안 국내 개봉 예정이다.
[사진=부산국제영화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