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나날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2)과 <새벽의 모든>(2024)으로 관객의 심금을 울린 일본 미야케 쇼(三宅唱)) 감독의 신작 <여행과 나날>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한국 관객을 찾았다.
<여행과 나날>은 츠게 요시하루의 만화 ‘해변의 서경(海辺の叙景)’, ‘혼야라동의 벤상(ほんやら洞のべんさん)’을 원작으로 한다. 겨울의 설경과 여름 해변 풍경이 관객을 일상과 비(非)일상이 교차하는 여행으로 이끄는 미야케 쇼 감독만의 섬세한 스토리텔링과 영상 매직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20일(토) 오전, 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부산 해운대구 예술의전당 비프홀 기자회견실에서는 <여행과 나날>의 미야케 쇼 감독과 배우 심은경, 타카다 만사쿠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다.
어느 여름, 도시에서 온 여자는 한적한 바닷가에서 어머니의 고향을 찾은 남자와 우연히 만난다. 어느 겨울, 슬럼프에 빠진 작가는 눈으로 덮인 산속에서 홀로 여관을 지키는 주인장을 찾는다. 심은경이 연기하는 시나리오 작가 ‘이’는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글을 쓰는 행위를 ‘여행’에 비유한다. 여행의 비일상성이 안겨주는 놀라움과 당혹감은 비 내리는 바닷속에서 함께 헤엄치며 새로운 인연의 시작을 예고한다.
미야케 쇼 감독은 "30회를 맞은 역사적인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하다. 한국, 일본에서 활약 중인 심은경 배우와 같이 만들었고, 이전에 함께 작업한 적이 있는 타카다 만사쿠와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고 초청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심은경 배우와의 만남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만들어 줬다. 처음 만난 심은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운 배우였다. 출연작을 다 봤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여러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원래는 원작과 동일하게 일본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시나리오를 써다가 심은경이 주인공을 맡아주면 좀 더 파워풀하고, 좋은 영화가 될 것 같았다"고 심은경을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심은경은 "3~4년 전 감독님의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의 GV를 함께 했었다. 감독님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아 공감했고, 직접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에 감독님의 작품으로 올 수 있어 더 감사하다"고 두 사람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함께 작업을 하고 나니, 더 존경하는 감독님이 됐다. 배우, 스태프들을 하나로 묶는 힘이 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모두에게 편지를 돌리셨다. '영화는 함께 만드는 것이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되 자유롭게 대화하자'는 내용이었다. 첫날에는 자기 역할을 소개하는 시간도 있었다. 감독님의 연출방식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같이 디렉션이 명확하게 있다기 보다는 배우 고유의 매력과 개성을 촬영 내내 관찰하고, 역할에 대입해 준다.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작업이 이뤄졌다. 제 것을 끄집어내는 것이지만 다른 식으로 해석이 되는 연기 연출이었다."고 밝혔다.
타카다 만사쿠(髙田万作)는 '여름' 파트의 나츠오를 연기한다. "나츠오는 원작에서도 표정이나 말투의 변화가 크지 않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역할일 수도 있지만 그런 캐릭터를 많이 연기하였기에 캐릭터에 이입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현장에 가서 감독님께 맡기고 편하게 연기하면 멋진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라고 말했다.
나츠오에 대해서는 "자연과 하나가 돼서 연기를 하자고 생각했다. 일본의 여름을 떠올리면 개방감이 있고 파도 소리가 들리고 기분이 좋은데 내게 있어서는 슬프고 고독감마저도 느껴지는 계절이었다. 이 영화 안에서의 여름은 묘하고 이상한 분위기를 띠게 하는 것 같았다. 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배경과 동떨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미야케 쇼 감독은 '영화는 즐겁게 찍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번 작품은 다 같이 여름휴가 떠나듯이 바다에서 즐겁게 찍었다. 겨울 장면도 눈밭을 많이 걷고, 겨울 강가에도 가보았다. 즐거운 모험이었다."고 말했다.
음악연출의 포인트도 밝혔다. "음악감독과 이야기한 게 있다. 우리 영화에는 고급스러운 장면이 나오지 않지만 음악만큼은 고급스럽게 만들자고 했다. 금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의 풍요로움을 담고자 했다. 산의 거대한 절벽 느낌이라든가, 눈밭의 조용한 느낌이라든가 그런 것들을 고급스럽게 표현하자는 키워드가 있었다.”
다수의 일본 영화에 출연한 심은경은 일본어 대사 연기의 어려움에 대해 "어떤 작품이든 일본어로 연기하는 것은 어렵다. 한국 작품을 준비할 때도 대본을 소리 내서 읽는 연습을 하는데 일본어는 그 두 배는 더 하고 있다. 녹음파일을 반복해서 들으며 악센트, 억양과 발음 등을 섬세하게 체크한다. 자연스럽게 말이 나오도록 꾸준히 연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은경은 “한국과 일본의 합작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초청된 ‘굿뉴스’에도 일본 배우들이 출연했다. 어릴 때 나도 언젠가 일본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런 시대가 온 것 같다. 한국 영화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도, 일본 영화의 팬으로서도 너무나 기쁘다.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을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과 나날’이라는 영화가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작품이 되길 기대해본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 <여행과 나날>은 올해 국내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