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제작보고회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제작보고회를 갖고 개봉을 준비 중이다.
19일 오전,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는 방송인 박경림의 사회로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배우가 참석하여 작품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어쩔수가없다>는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The Ax](1997)를 원작으로 한다. 제지 회사에서 오래 일한 주인공 버크 데보어가 어느 날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는다. 재취업에 나섰지만 쉽지가 않다. 결국 그가 선택한 방법은 '취업전선'에서의 예비 경쟁자를 죽이는 것이었다. 이제 버크 데보어는 '제지회사' 구인광고 후보자를 추리고, 총을 들고 그들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 서글픈 이야기를 한국식으로, 박찬욱 스타일로 바꾼다.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 미리(손예진 분)와 두 자식을 지키고,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는 스토리로!
'헤어질 결심'(2022)이후 3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된 박찬욱 감독은 "소설을 읽고 영화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 거의 20년이 되어간다. 물론 이 작품에만 매달린 건 아니지만 결국 성사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빨리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원작소설에 대해 "이런 이야기는 수수께끼가 풀리고 나면 재미가 덜해진다. 그런데 이 소설은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의 이야기를 잘 따라가게 되더라. 멀쩡했던 사람이 사회 시스템에 의해 내몰리게 되는 과정은 몇 번 곱씹어봐도 재밌었고 음미할 가치가 있었다"며 "씁쓸한 비극에 부조리한 유머를 넣을 가능성이 보였다. 좀 더 슬프게 웃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어쩔수가없다 제작보고회
원작의 제목을 바꾼 것에 대해 "(한글번역본) 책 추천사를 쓸 때 내가 이 소설로 한국 영화로 만든다면 제목은 '모가지'로 바꾸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도끼'나 '모가지' 둘 다 쓸 수 없게 됐다. 해고라는 뜻보다 잔인한 폭력행위나 신체 훼손을 연상시키기 때문이었다."면서 "새로 지은 제목은 나쁜 짓을 하면서 합리화하는 비겁한 정서가 담겨 있다. 그렇지만 영화 속 인물을 들여다보면 연민을 느끼게 되고, '어쩔 수가 없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주인공 만수를 연기한다. "일단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다. 감독님이 만드는 작품이 맞는가 생각이 들 정도로 웃음 포인트가 많았다. 그런데 그게 그저 웃기는 느낌이 아니라 슬프면서 웃긴다."고 말했다.
이병헌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과 '쓰리, 몬스터'(2004)에 이어 오랜 만에 박찬욱 감독과 호흡을 맞춘다. "박 감독님은 현장에서 정말 신경을 많이 쓰고 디테일하게 모든 것을 관할한다."며 "거장이 되려면 저렇게까지 해야 된다는 걸 봤기에 나보고 연출을 하라면 못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손예진은 만수의 아내 미리를 연기한다. 생계를 위해 우아한 취미를 포기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든다. "박찬욱 감독님과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너무나 강렬한 서사의 이야기였다."며 '협상'(2018) 이후 7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를 말했다.
박희순은 제지 회사의 반장 '선출'을 연기하다. "'선출' 역으로 선출됐다. 영화를 기다리다가 굶어 죽을 것 같아서 OTT 전문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가 오랜만에 받은 대본이 이것이다"며, "이번 작품은 박찬욱 감독님 작품 중에서 가장 웃음 포인트가 많다. 감독님이 칸 국제영화제를 포기하고 1000만 관객을 노리시나 싶었다"고 말해 극장에 웃음이 터졌다.
차승원은 제지 공장에서 기계를 다루는 숙련된 기술자였으나 구조조정으로 실직 후 구두 가게 매니저로 생계를 이어가는 '시조'를, 이성민은 종이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닌 '범모', 염혜란은 오디션 낙방에도 자신감과 낭만을 잃지 않는 '아라' 역을 맡는다.
이날 행사 말미에 박찬욱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부터 기준은 영화관이었다. 관객들에게 선사하려고 했던 노력이 다 표현될 수 있는 공간이기에 극장 개봉이 기본값이었다"며 "저는 늘 천만 관객을 목표로 영화를 만들어왔다. 이번이라고 새삼 다를 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작가조합(WGA)에서 제명된 것에 대해 "작가로서의 활동이나 제약, 제한은 없다"며 "제작사를 통해 입장을 표명한 것 외에 덧붙일 말이 따로 없다"고 밝혔다.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과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어쩔수가없다>는 9월 극장에서 만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