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현
안보현이 로맨스 연기를 하고, 코미디를 선보이고, 액션을 펼친다.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의 신작 <악마가 이사왔다>이다. ‘자발적 백수’ 안보현이 사는 아파트에 ‘악마’ 임윤아가 이사 온 것이다. 안보현은 이번 작품에서 그다지 로맨틱하게, 코믹하게, 다이내믹하게 몸을 움직이진 않는다. 그런데, 묘하게 극중 인물 길구를 만들어낸다. 개봉을 앞두고 안보현을 만나 그 비결을 물어보았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는 13일 개봉된다.
Q. 영화가 곧 개봉된다. 개봉을 앞둔 소감부터.
▶안보현: “2년 전에 찍은 영화이다. 열심히 찍은 작품이다. 포스터를 보고 실감했다. 더운 날씨에 제주도에서 찍으면서 추억에 빠진 것 같다. 이번 여름시장에 극장에 관객이 붐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Q.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느낀 감정은 어떤 것이었는지.
▶안보현: “대본을 받아 읽으면서 이런 무해한 느낌의 힐링 무비가 무척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맨스가 가미된 여태껏 보지 못한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릴러가 좀 약하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극장에서 사운드를 들으며 깜짝깜짝 놀랐다. 무해한, 소소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힐링 영화이다. 길구나 선지(임윤아) 캐릭터의 매력과 그들의 사연은 보시는 분의 해석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런 재미가 있다.”
Q. 그런 길구를 연기한다는 것은 배우로서의 도전이었을 것 같다.
▶안보현: “그렇다. 도전이었다.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 <베테랑2>에서 보여준 모습은 강인한 남성미다. 저의 피지컬 모습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관객에게 잔상이 남아있으면 어쩌나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길구 캐릭터로 접근했고, 관객들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Q. 길구라는 인물은 어떤 인물인가.
▶안보현: “길구가 일(직장생활)을 할 때 많이 힘들었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잠시 자기가 가야할 길을 잃었던 것 같다. 그는 다른 누구와 눈을 마주치는 것을 꺼려한다. 결핍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인물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어릴 때부터 운동(복싱)을 했었는데, 개인 운동이다 보니 나만 잘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면 살아온 것이 길구에 잘 녹아든 모양이다.”
Q. 극중에서 보이는 길구의 다양한 모습은 본인의 모습인가.
▶안보현: “물론 살아오면서 체화된 것이 있겠지만 극중 길구의 모습은 대부분 감독님의 의도이다. 감독님은 현장에서 안경까지 벗어가며 ‘길구’를 묘사해 주었다. 그래서 길구를 연기하기가 수월했다. 대사 한 마디, 높낮이까지 디테일하게 잡아주었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내가 더욱 길구가 되어갔다.”
안보현
Q. 임윤아가 연기한 선지는 밤의 모습과 낮의 모습이 다르다. 길구는 누구를 좋아한 것일까.▶안보현: “보기 나름일 것이다. 해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길구는 선지의 몸에 깃든 무언가를 빼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건 ‘밤’선지의 소망이다. 악마의 속마음과 과거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도 치유가 되는 것이다. 로맨스 부분을 생각한다면 ‘낮’선지이지 않을까. 극장에서 ‘밤’선지의 손을 잡을 때 그게 ‘낮’선지라고 생각한 것 아닐까.”
Q. 액션 연기에 대해서는 어땠나.
▶안보현: “복싱을 해서인지 맞는 것은 자신이 있다. 맞는 것이 멋있어야 때리는 사람도 멋있어 보인다. 극중 길구가 맞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야 할지 고민했다. 코미디적으로 보일 수 있게. 그런데 촬영 현장에서는 이미 길구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넘어지면 아파하고, 아프면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 방법밖에 없었다.”
악마가 이사왔다
Q. 이 영화의 장르는 무엇인가.
▶안보현: “내가 느낀 것은 보면서 인상 찌푸리게 하지 않는 소소한 기쁨이 있었다. 무해함, 힐링이다. 장르가 무엇이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판타지 요소도 있고, 스릴러도 있다. 영화를 보시면서 나름 숨어있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고 본다. 길구의 감정선을 잘 따라가면 될 것이다. 나는 잘 하는 것만 하는 성향은 아니다. 뭘 잘 하는지도 모르고. 이 작품은 열심히 도전해보고 싶었다. 감독님이 잘 이끌어 주신 것 같다.”
Q. 인형 뽑기 장면에 대해서.
▶안보현: “그냥 누군가가 볼 때는 인형 뽑기가 상투적인 장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길구는 아무도 없는 밤에, 후드티를 뒤집어 서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나가서 인형 뽑기를 한다. 그 모습이 마치 박스 안에 갇힌 자기 마음을 꺼내는 것 같다. 하나씩 끄집어내어서는 집에 쌓아둔다. 또 그걸 선물로 나눠준다. 길구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감독님의 마음이 그럴 것이다.”
Q. 윤아와의 호흡을 어땠는지.
▶안보현: “윤아는 털털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이다. 감독님과는 <엑시트>를 같이 해서인지 촬영장에서의 호흡이 좋았다. 그런 분위기가 좋았다. 악마 선지를 연기할 때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실제 성격이 털털하다. 소주 한 잔 할 정도로 친해졌다.”
Q. 이상근 감독의 코미디 연출에 대해 천재적이라고 했는데.
▶안보현: “아직은 그런 지점을 제가 깨우치기에는 내성이 부족하지만 감독님 개그는 특이한 것 같다. 다 알고 있는 결과이고, 말장난이란 것을 아는데도 웃겼다. 상황 연기를 할 때 그런 시도는 좋지만 웃길까 싶었다. 그런데 시사회 때 그런 장면에서 터지더라. 이상근 감독임의 개그는 사람들 반응을 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Q. ‘길구’라는 이름에 대해서.
▶안보현: “감독님이 그 이름에 대해 ‘길을 구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선지와 처음 만날 때도 길에서 깨진 병을 치운다. 선지가 그걸 보고 호감을 갖는 것이다. 서로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열린 결말이라고 본다.”
안보현
Q. 운동을 하다가 연기자가 되었다.
▶안보현: “운동은 중학교 때부터 했다. 체고에서 복싱을 했다. 어깨 탈골도 있었고, 깁스도 오래하고 그랬다. 그러면서 권투를 할 때는 왼손잡이로 바꾸기도 했다. 운동을 그만 두고 직업군인을 할 생각이었다. 군대 가기 전에 뭔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모델을 잠깐 하게 된 것이다. 어릴 때 <챔피언>이나 <주먹이 운다> 같은 영화를 보면서 복싱선수가 연기하는 줄 알고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모델을 하며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다. 서울로 올라와서 열심히 노력했다. 생각해보니 내겐 사춘기나 크게 번 아웃 온 적은 없는 것 같다. 운동하면서 배운 것이다. 오랫동안 오디션 기회를 기다리며 끈기 있게 버틸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던 것 같다.”
Q. 첫 주연을 맡은 영화 <히야>에 출연한 게 10년 전이다.
▶안보현: “지금도 긴장되지만 그때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지금은 사람들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때는 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혼자 고군분투한 것 같다. 그게 좋은 효과를 냈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고, 성장한 것 같다. 힘든 시절 만난 사람들이 잘 해주고, 늘 응원해 준 덕이다. 각박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사람 복이 있구나 생각된다.”
“연기자가 된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살아오면서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나중에 소주 한 잔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직업, 장르, 연령의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다. 지금까지 한 것보다 더 많은 다양한 인물을 찾아보고 싶다.”
“어딘가에 길구 같은 캐릭터가 있을 것이다. 저 혼자 속으로 삭이고 이겨내는 인물이다. 마치 저처럼. 결국 이 영화는 길구의 성장 캐릭터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던 아이가 악마 선지를 만나, 치유해주는 듯 하면서 서로 구원받고,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된다. 그렇게 성장한 것이다.”
임윤아, 안보현, 성동일, 주현영 주연, 이상근 감독의 <악마가 이사왔다>는 13일 극장에서 개봉된다.
[사진=CJ EN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