좡징션(莊景燊) 감독
지난 주 개봉한 대만(타이완)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원제:(夜校女生)에서는 1997년의 대만 고등학교 교실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대학입시에 매달린다. 배경이 되는 학교는 대만의 명문여고 ‘북일여고’이란다. 이 학교에는 주간반과 야간반이 있다. 우등생은 주간반으로, 그렇지 못한 학생은 야간부로 진학했다. 사연이 있는 야간부 학생 천옌페이의 운명이 그려진다. 영화 개봉에 맞춰 한국을 찾은 좡징션(莊景燊) 감독을 만나 대만의 사정을 들어보았다.
Q. 영화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쫭징선 감독: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학교는 타이베이의 제일여고(臺北市立 第一女子高級中學)이다. 시나리오를 쓴 쉬후이팡(徐慧芳)이 실제 그 학교 야간반 출신이다. 학교 다닐 때의 경험과 선배들로부터 들은 내용을 시나리오에 녹인 것이다. 주/야간 학생이 서로 교복을 바꿔 입고 나가는 장면도 선배에게 들었던 내용이란다. 시나리오 작가인 아내(王莉雯)를 통해 읽어볼 수가 있었다. 집에서 시나리오를 보면서 감정이 격해졌다. 모녀간에 싸우는 신과 912지진 이야기에서 말이다. 이걸 영화로 꼭 만들고 싶었다. 대만에서는 영화 제작 투자를 받기가 쉽지가 않다. 백방으로 방법을 강구하다가 탕 프로듀서(唐在揚)의 도움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원래 시나리오와는 차이가 좀 있다. 투자자와 프로듀서의 의견이 반영되었다. 로맨스와 시대적 요소가 많이 들어갔다. 쉬 작가가 수정할 시간이 없어서 아내가 그 작업을 했다. 대만 가수 메이데이(五月天)와 니콜 키드먼 이야기는 그렇게 추가된 것이다.”
우리들의 교복시절
Q. 배경이 되는 것은 1997년 무렵이다. 지금 시점에서 그 시대를 찍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쫭징선 감독: “그 시대를 재현해 보고 싶었다. 나는 원래 다큐멘터리로 영화일을 시작했다. 과거를 재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에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미술, 소품 등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다. 그 시절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는 시점이었다. 스태프 대부분이 그 무렵 태어난 사람이라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도록 과거 영상자료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 때는 스마트폰과 SNS시대가 아니었기에 순박한 느낌이 든다. 사람들의 관계는 직접 얼굴을 보면서 이뤄졌다. 그 시절 사용하던 모뎀 돌아가는 소리를 자료영상으로 보여주며 이해시켜 주었다.”
Q. 1999년 9월 21일 발생한 ‘921대지진’이 영화에 등장한다. 그 재난이 대만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실제 참사를 영화적 소재로 이용하는데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쫭징선 감독: “시나리오 초고에도 지진 이야기는 있었다. 다루면서 고민을 많이 했고 조심스러웠다. 영화의 배경은 1997년부터 2000년 사이이다.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이 이야기를 뺄 것인지도 고민했었다. 결국 원작내용을 존중하여 넣기로 했다. 대만에서 실제 일어난 큰 사건이니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921지진은 평범한 대만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생사가 달린 문제였다. 그런 큰 자연재해 앞에 가족과 친구 사이의 작은 마찰이나 갈등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다뤄야할까. 보시는 바와 같이 잠깐 등장한다. 재난이 영화에서 소비하는 게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은 속상한 일이다. 나쁜 기억을 남겨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좡징션(莊景燊) 감독
Q. 921 지진 당시 감독님의 개인적 경험은 어땠는지.
▶쫭징선 감독: “그 때 지진이 새벽 한 시쯤 일어났었다. 막 잠들었을 때 지진이 난 것이다. 침대가 위아래 널을 뛸 정도였다. 집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 이제 죽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전기도 끊기도, 모든 전화도 끊겼다. TV도 나오지 않고. 그 때는 내가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프로덕션 대표와 함께 지진이 일어난 난터우(南投)로 갔다. 하루 정도 머물며 다큐 소재를 찾아볼 생각이었다. 현장에 가면 혹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카메라를 가지고 갔는데 현장에서는 아무것도 담아낼 수가 없었다. 너무나 참혹했다. 건물 잔해 밑에 파묻힌 시신을 꺼내는 광경을 목격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광경이다. 그 모습, 그 냄새. 시신을 천으로 감싸는 일을 했다. 제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Q. 배우들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쫭징선 감독: “배우들을 섭외할 때 지명도나 인기를 고려하지는 않는다. 캐릭터에 적합한지만을 생각했다.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것이니 아무리 유명한 배우라도 나이가 너무 많으면 안된다. 제가 생각한 순박한 이미지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Q. 이 영화는 대만의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나..
▶쫭징선 감독: “우선 전체적인 상황을 말하고 싶다. 타이베이는 소득수준도 높고, 교육기회도 시골보다 많다. 어릴 때부터 학원을 다니고, 아이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도 높다. 기회가 많으니 좋은 학교 진학할 가능성도 높다. 시험이란 게 공평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을 수 있다. 저의 부모임도 공무원이었기에 안정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었고, 소위 명문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학교의 학생들을 보면, 다들 부자 부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싱글 맘 가정도 있고, 가난한 집안도 있다. 다양한 계층이다. 극중 천옌페이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교, 계층 이동을 원하는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들의 교복시절
Q. 요즘 대만의 영화제작 상황은 어떤가..
▶쫭징선 감독: “대만에서 영화 만들기 좋았던 적은 없다. 지금은 더 어렵다. 투자받고 제작하는 것이 고생스럽다. 하지만 제가 아는 범위에서 말하자면 영화인들을 영화 만드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 소개되는 대만영화는 학원청춘물이 많다. 그런데 그 영화에는 대만현대사의 질곡이 숨어있는 것 같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고민을 한다. 후세에게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경험을 고민을 다음 세대에 남기는 게 중요할 것이다. 우리가 마블 같은 작품을 만들 순 없으니까. 대만 환경에서 최대한 만들려고 한다. 학원물, 캠퍼스 드라마를 찍더라도 대만문제와 대만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대만 뉴웨이브 때부터 계승된 특징일 수도 있다.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레 전달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대만에서 만들어지는 편수는 적다. 하지만 고생스럽지만 제한된 환경에서 포기하지 않고 가능성을 찾으려고 한다. 그리고, 학원물 뿐만 아니라 공포영화, 장르영화도 만들고 있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감독 자신도 대만 명문고를 나왔다기에 어느 학교인지 물어보았다. “나는 신쭈고등학교(國立新竹高級中學) 나왔다. 노벨화학상을 탄 리위안저(李遠哲)가 우리 학교 출신이다. 타이베이 시장이었고, 대선 후보였던 커원저(柯文哲)도 이 학교 나왔다. 그 사람은 지금 감옥 가 있다. 난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 하지 못했다.”란다.
1997년 타이베이를 배경으로, 명문 ‘북일여자고등학교’ 주/야간반 학생의 우정과, 가족 관계, 인간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낸 쫭징션 감독의 대만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은 지난 11일 개봉되었다. 천옌페이(陳姸霏), 샹제루(項婕如), 치우이타이(邱以太)가 출연한다.
[사진=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에무필름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