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의 여자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주역 노에미 메를랑과 셀린 시아마가 다시 뭉쳤다. 이번엔 메를랑이 감독과 주연을, 시아마가 각본을 맡아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의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는 히치콕의 <이창>을 연상시키듯, 지중해의 열기가 가득한 프랑스 마르세유의 아파트 발코니에서 건너편 이웃들을 훔쳐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소설가 니콜, 캠걸 루비, 배우 엘리즈는 단짝 친구다. 이들은 건너편 섹시한 남자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 날 그가 잔인하게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영화는 매혹적인 관음증적 시선에서 출발해, 시체를 치우고 남성 사회의 폭력적 시선에 맞서는 세 여자의 험난한 투쟁으로 급변한다. 이는 가부장적 사회와 시선 폭력에 대항하는 프랑스 여자들의 발칙하고도 위대한 도발극이다.
노에미 메를랑 감독은 모델 시절 겪었던 언어적·신체적 폭력과 교제 폭력의 경험을 이 작품에 투영했다. 카메라가 여성을 대상화하는 방식을 역으로 활용하며, 여성이 카메라 앞에서 주체적으로 활보하게 만든다. 뜨거운 여름날, 치명적인 복수와 견고한 연대를 보여주는 세 친구의 모습은 1995년작 <개 같은 날의 오후>를 연상시킬 만큼 뜨겁고 강렬하다.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