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층'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밤, 아파트 층간소음은 단순한 갈등을 넘어 이웃 간의 비극적 뉴스로 이어지곤 한다.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개된 조바른 감독의 단편 <층>은 바로 이 보편적인 생활 스트레스를 소재로 삼아 강렬한 장르적 쾌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괴기맨숀> 등을 통해 공포와 액션의 감각을 증명한 조 감독은 이번에도 허름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기발한 상상력을 펼친다.
평화롭게 잠든 부부는 위층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잠을 깬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위층으로 향한 남편은 그곳에서 여자를 고문 중인 빌런 일당을 마주한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반전을 꾀한다. 평범한 이웃인 줄 알았던 남편이 '존 윅'을 연상시키는 액션 히어로로 변신해 칼과 주먹, 방망이로 무장한 악당들을 차례로 제압하기 시작한다. 난해한 상황 설명 대신, 자신의 평화로운 공간을 침해한 존재들을 향한 직선적이고 확실한 응징을 택한 것이다.
남편 역과 액션 디자인을 겸한 박태산 배우와 ‘독션’ 팀은 저예산 단편이라는 한계가 무색할 만큼 수준 높은 타격감을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에 기관총 세례를 퍼붓는 아내 역 이종은의 활약은 층간소음이라는 현실적 고통에 시달리는 관객들에게 화끈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층>은 단편 영화에서도 탄탄한 액션 구현이 가능하다는 한국 영화계의 저력과 가능성을 짧고 굵게 증명해 낸 수작이다.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