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빙'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엑스라지2' 섹션에서 소개된 최민지 감독의 단편 <위빙>은 복싱의 기술적 언어를 빌려 청춘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조율한 수작이다. 제목인 '위빙'은 상대의 훅 공격을 머리와 상체를 흔들어 피하는 회피 기술이다. 영화는 사각의 링 위에서 펼쳐지는 정교한 공방전처럼, 두 여성 사이의 끌림과 갈등, 그리고 성장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체육관에서 묵묵히 땀 흘리던 수현(석희)은 어느 날 나타난 민경(박정인)에게 복싱을 가르쳐주며 가까워진다. 자세를 잡아주며 시작된 신체적 접촉은 곧 친밀한 관계로 이어지지만, 시합을 앞둔 수현에게 민경은 응원인 동시에 일상을 흔드는 거친 파동이 된다. 스포츠 성장 영화의 외피를 두른 이 영화는 뜻밖에도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는 LGBTQ 로맨스물로 나아간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조종당하는 과정, 그리고 그 관계가 '지나가는 바람'이었음을 깨닫는 순간까지의 과정이 복싱의 리듬에 실려 전개된다.
복싱을 직접 수련해 온 최민지 감독은 링 위에서 누구도 대신 싸워줄 수 없는 고독한 투쟁이 결국 사랑의 본질과 닮아있음을 포착한다. 훈련하고, 몸에 익히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다가도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는 복싱의 메커니즘은 곧 우리네 인간관계의 드라마와 다름없다. 사각의 링이든 삶의 터전이든, 수현이 다시 펀치를 날리기 위해 자세를 고쳐 잡는 마지막 모습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