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노이드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소개된 스페인 셀리아 갈란 감독의 <가이노이드>는 인공지능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발맞춘 재기 넘치는 SF 단편이다. 여성형 안드로이드를 뜻하는 제목처럼, 영화는 모던한 공간에서 마주 앉은 두 여자 리타와 올리비아의 기묘한 대치 상황을 조명한다. 인공지능 개발회사의 실험실, 스피커에서는 "두 사람 중 한 명은 휴머노이드이며, 15분 안에 로봇을 찾아내야 실험비를 받을 수 있다"는 안내가 흐른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튜링 테스트의 목격자가 되어 두 여자의 말과 행동을 살피게 된다. 숙취에 절어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하려는 리타와, 그녀의 기억이 입력된 데이터일 뿐이라 일축하는 냉철한 올리비아 사이의 대화는 첨단 지능이 어떻게 인간을 모사하고 자아를 확장하는지 흥미롭게 보여준다. 이는 필립 K. 딕의 소설이나 <블레이드 러너>의 보이트-캄프 테스트를 변주한 형식이기도 하다.
22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영화는 인간과 기계를 가르는 경계에 대해 심플하면서도 묵직한 난제를 던진다. 공감하는 인간과 실험에 충실한 로봇의 대결 끝에 마주하는 반전은 안드로이드가 우리 곁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와 있는지를 서늘하게 환기한다. 과학 기술의 철학적 질문을 감각적인 연출로 풀어낸 이 작품은 AI 시대의 도래를 맞이한 영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