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오늘(20일)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 <퀴어>는 다분히 문학적인 작품이다. ‘퀴어 문학’에 일정한 지분이 있는 미국작가 윌리엄 S.버로스의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겉보기에 자유롭게 각색한 듯하지만, 인물의 환상적 여정은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퀴어>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17), ‘본즈 앤 올’(22), ‘챌린저스’(24)로 국내에도 많은 영화팬들을 홀린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고통스러운 로맨틱 드라마이다.
영화는 1950년대 멕시코시티와 에콰도르를 떠도는 미국인 윌리엄 리(다니엘 크레이그)가 술집에서 만난 젊은 남자 유진 앨러튼(드류 스타키)에게 반하고, 애절하게 매달리려고 하는 중년 남자의 서글픈 육신의 여정을 담고 있다.
먼저 원작소설 이야기. 윌리엄 S.버로스는 <정키>를 시작으로 <퀴어>, <네이키드 런치> 등 이 쪽(!) 방면에서는 유명한 소설을 다수 낸 작가이다. 비트 제너레이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그의 작가의 길은 험난했다. 젊었을 때부터 모르핀과 약물남용에 빠졌고, 평생 헤로인 중독에 시달렸다. 1951년, 그는 술에 취해 ‘윌리엄 텔’ 놀이를 하다 아내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 이후 그 충격은 작품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퀴어
<퀴어>는 1952년에 집필했으나 책으로 나온 것은 30년이나 흐른 1985년이다. 민음사에서 최근 출간된 <퀴어>에는 올리버 해리스의 해제가 뒤에 수록되어 있다. 책이 출간되기까지의 구구한 사연이 기록되어있다. 1952년 출간되기 어려웠던 저간의 사정, 그리고 원고와 수정고, 출판사와 오간 편지 등이 차곡차곡 쌓이고, 그야말로 ‘덧 작업’이 계속 진행되면서 작가 버로스의 ‘퀴어의 진수’에 접근한 것이다. 물론, ‘중편소설’ <퀴어>는 그다지 복잡하지도, 선정적이지도 않다. 확실한 것은 중년의 미국 남자가 무슨 일인지 고국을 떠나, 역겹고, 불쾌한 나라에서 비틀대며 살아가는 것이다. 작가인지, 기자인지 정체가 모호한 윌리엄 리는 매일 밤, 매일 낮 무더운 멕시코시티의 싸구려 술집을 전전한다. 목표는 ‘대상’(정확히는 섹스파트너)을 찾는 것이다. 그런 그의 행각은 추레하고, 비참하고, 애처롭다. 소설 후반부는 윌리엄 리가 황당하게도 ‘텔레파시 능력’을 제공한다는 신비의 식물 ‘야게’를 찾아 에콰도르 정글을 헤매는 이야기이다. 윌리엄은 유진의 마음을 얻었을까? 야게를 찾아냈을까. ‘2년 뒤’ 멕시코시티로 돌아온 윌리엄의 모습은 더욱 혼란스럽다. 그는 ‘정키’(Junkie,마약중독자)였으며, 헤어날 수 없는 퀴어인 것이다.
영화를 보면 지네와 뱀이 특별한 상징으로 쓰였음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억압과 절망, 비참한 중독의 순환일 것이다. 뱀은 눈물을 흘리고, 남자는 어느새 늙어있다.
구아다니노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섬세한 퀴어 감성과 ‘본즈 앤 올’의 파멸적 정서를 절묘하게 뒤섞어 놓는다. 남미의 지독한 술에 알 수 없는 마약을 섞은 듯. 제임스 본드와 브누아 블랑을 연기했던 다니엘 크레이그는 그런 고독한 인물 윌리엄 리를 절망적으로 연기해낸다. 이 영화는 작년 열린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되었고, 연말 미디어들이 선정하는 ‘최고의 영화’ 목록에 다수 올랐었다. 윌리엄 S. 버로스의 소설을 각색한 저스틴 커리츠케스는 <패스트 라이브즈>의 셀린 송 감독의 남편이다.
참, 다음 주에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감독한 버로스의 또 다른 작품 <네이키드 런치>(1991년)가 개봉된다.
▶퀴어(원제:Queer)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원작: 윌리엄 S. 버로스 소설 ▶각본:저스틴 커리츠케스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드류 스타키 ▶수입/배급:㈜누리픽쳐스 ▶개봉:2025년 6월 20일/137분/청소년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