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오늘(20일) 개봉하는 영화 <퀴어>는 비트 제너레이션의 대표 작가 윌리엄 S. 버로스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다분히 문학적인 작품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챌린저스> 등으로 감각적인 영상미를 선보여온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번에도 고통스러우면서도 탐미적인 로맨틱 드라마를 완성했다. 1950년대 멕시코시티와 에콰도르를 배경으로, 중년의 미국인 윌리엄 리(다니엘 크레이그)가 젊은 남자 유진 앨러튼(드류 스타키)에게 매혹되어 벌이는 처절한 육신의 여정을 담는다.
원작자 버로스의 삶은 약물 중독과 사고로 얼룩져 있었다. 1951년 아내를 총으로 쏘아 죽인 비극적 사건은 그의 작품 전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영화 속 윌리엄 리는 매일 밤 멕시코시티의 싸구려 술집을 전전하며 섹스 파트너를 갈구하는 비참하고 애처로운 인물로 그려진다. 극 후반부, 타인의 마음을 읽게 해준다는 신비의 식물 '야게'를 찾아 에콰도르 정글을 헤매는 환상적인 여정은 인물의 억압된 욕망과 절망을 극대화한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특유의 섬세한 퀴어 감성에 파멸적인 정서를 절묘하게 버무려냈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기존의 강인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고독과 중독에 침잠한 윌리엄 리를 절망적으로 열연하며 연기 인생의 정점을 보여준다. 뱀과 지네 등 기이한 상징물들이 교차하는 화면 속에서 영화는 마약과 사랑, 그 어떤 것에서도 헤어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을 응시한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평단의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은 지독한 술에 알 수 없는 약을 섞은 듯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