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틴헤드
지구의 자전 속도가 제정신이 아닌 듯 빨라진 요즘이다. 미국의 억만장자와 정치권력이 기묘하게 얽히는 현실 속에서,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된 HBO 드라마 <마운틴헤드>는 소름 돋는 타이밍에 도착한 블랙코미디다. 유타주의 설산 별장 '마운틴헤드'에 모인 네 명의 IT 천재들은 스키나 타며 여가를 즐기기엔 너무나 막강한 권능을 쥐고 있다. 이들은 마크 저커버그나 일론 머스크를 연상시키는 세계 인터넷의 지배자들이다.
사건은 밴(코리 마이클 스미스)이 자신의 SNS '트람'에 누구나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며 시작된다. 전 세계는 순식간에 가짜 뉴스와 폭동으로 디스토피아적 혼란에 빠지지만, 산장 안의 거물들은 속보를 보며 오히려 사업 구상에 열을 올린다. AI 기업 소유주 제프, 시한부 선고를 받고 영생을 꿈꾸는 멘토 랜들, 그리고 이들 틈에서 투자 유치에 목매는 휴고까지. 친구이자 원수인 이들의 욕망이 부딪히는 동안 지구 저편에서는 정부가 전복되고 시장이 암살당한다.
<석세션>을 만든 제시 암스트롱 감독은 특유의 예리한 필치로 천재들의 추악한 내면을 해부한다. 백악관의 전화를 받고 대통령을 "얼간이"라 칭하는 이들의 대화는 권력이 이미 국가에서 거대 자본과 기술로 넘어갔음을 냉소적으로 보여준다. <마운틴헤드>는 고립된 설산에서 벌어지는 헤게모니 쟁탈전을 통해, 사이버 세상이 엉망진창이 될수록 더 큰 부를 쌓는 현대 자본주의의 괴물 같은 민낯을 폭로한다.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