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틴헤드
최근 두어 달 동안 지구의 자전속도가 두 배는 빨라진 것 같다. 제 정신이 아닌 많은 뉴스 중 하나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일런 머스크의 브로맨스일 것이다. 천재 억만장자와 비정상적 대통령이 작심하고 충돌할 경우 누가 이길까, 그나저나 그 와중에 세계는 온전할까. 그 미묘한 시점에 이 작품이 나왔다.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된 HBO드라마 <마운틴헤드>이다. 겨울별장 ‘마운틴헤드’에서 짧은 휴가를 즐길 요량으로 모인 미국의 최고 천재 네 명이 펼치는 블랙코미디이다. 억만장자들은 스키나 타고, 코카인 파티나 할 만큼 한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네 명의 부유한 천재들이 유타 주 파크시티 설산의 한 외딴 산장에 모인다. 서로를 ‘브루스터’라 부르는 이들은 미국의 IT와 세계의 인터넷을 좌지우지하는 인물이다.(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손 마사요시 이런 레벨) 밴은 지금 막 자신의 SNS 트람(Traam)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다. AI 동영상을 누구나 쉽게 만들고, 쉽게 올릴 수 있게 한 것이다. 공개하자마자 전 세계는 혼란에 빠진다. CNN, BBC에서 볼 수 있는 테러, 전쟁, 방화, 시위 모습이 트람에서는 누구나 손쉽게 ‘딥페이크’로 만들 수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는 유언비어와 허위정보가 범람하기 시작한다. 제프는 AI전문 기업 빌터(Bilter)의 소유주이다. 그의 AI는 그 어떤 허위정보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사인방 중 제일 연장자인 랜들(벤처투자자)은 이들의 멘토인 셈. 말끝마다 ‘헤겔철학’을 들먹이는 그는 최근 불치병을 진단받고 시한부 삶. 그리고, 이들이 모인 설산의 요새 같은 산장의 주인은 ‘명상 앱’을 개발한 휴고이다. 그는 이들 중 재산이 제일 적다. 겨우 5억 달러 정도. IT부자들에게 이 정도면 무료급식소 수준. 그래서 그를 ‘(치킨) 수프’라고 부른다.
마운틴헤드
저 산 아래에서는, 지구 곳곳에서는 폭동이 일어나고, 정부가 전복되고, 난리이다. 프랑스에서는 파리시장이 암살되고, 인도에서는 치명적 화재가 발생하며, 라틴 아메리카는 경제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위기에 처한 각국 정부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시작하자 유타주 산꼭대기 근사한 곳에 자리 잡은 거물들은 디스토피아적 속보를 보며 사업을 구상한다.
4명의 천재들은 친구이자, 원수이며, 사업의 동반자이자 경쟁자이다. 각자 속셈이 있다. 밴은 자신의 트람에 빌터의 AI를 탑재시키면 무소불위의 권능을 얻을 것이라고 믿고 있고, 빌터는 적당히 선을 유지하면 자신의 AI의 존재감은 폭등할 것이란 걸 알고 있다. 6개월 내 죽음을 앞둔 랜들은 자신의 ‘뇌’가 밴과 빌터의 사이버 공간에서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트랜스휴머니즘을 원한다. 휴고는 소박하게 ‘넘사벽’ 부자친구들이 자신의 명상 앱에 투자를 좀 해줬으면 한다. 이젠 각자의 욕망이 불타오르기 시작하고, 마침내 타깃이 정해지고 공격이 시작된다. 이들이 어떻게 손을 잡고, 어떤 신사업을 펼치게 되던, 지구는 더 빨리 자전하고, 세상은 불타고, 사이버 세상은 엉망진창이 될 것임이 명확해 보인다.
이들이 백악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나누는 대화중에는 "대통령은 정말 좋은 사람이고 친구지만....얼간이야.“란다. 미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들과 손을 잡든지, 원자탄이라도 그 산 위에 떨어뜨려야할 것 같다.
제시 암스트롱 감독은 HBO간판 작품 <석세션>을 만든 사람이다. <석세션>(시즌1,2,3)과 <마운틴헤드>은 쿠팡플레이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마운틴헤드(원제:Mountainhead) ▶감독: 제시 암스트롱 ▶각본: 제시 암스트롱 ▶출연: 스티브 카렐(렌달), 제이슨 슈와츠만(수퍼), 코리 마이클 스미스(벤), 라미 유세프(제프) ▶공개: 2025년 6월4일(쿠팡플레이)/ 2025.5.31 HBO(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