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손석구 ‘형사’는 10년 전 발생한 살인사건에 대해 오랜 의문을 품고 있다. 아무리 보아도, 죽은 사람의 조카인 여고생의 행적이 수상하다. 그런데 그 학생이 서울경찰청 프로파일러가 되어있다. 10년 전 살인사건과 관련된 자들이 잇달아 죽는다. 연쇄살인이다. 누가, 왜, 어떻게? 형사는 그 프로파일러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용서받지 못할 자>의 윤종빈 감독이 연출을 맡은 디즈니플러스 11부작 <나인 퍼즐>이다. 손석구를 만나 ‘디즈니플러스’에서 형사를 연기한 소감을 들어보았다.
Q.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나인 퍼즐>이 호평을 받고 있다.
▶손석구: “요즘 시리즈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OTT에서 한 작품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예전엔 몰랐었는데 감사한 마음이 크다. <나인 퍼즐>은 장르적 재미에 충실하고, 미장센, 연기, 촬영 등 보여주는 방식이 고급스럽다. 스토리보드와 콘티 작업에 굉장한 공을 들인 작품이란 걸 보면서 느낄 수 있다.”
Q. 경찰 역할을 처음이 아니다.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손석구: “윤종빈 감독과 작업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트보이즈> 등 윤 감독의 작품을 다 봤었다. 제 또래의 시네필이라면 윤종빈 감독 작품을 잘 알 것이다. 아직 젊은 감독이지만 이미 거장의 반열에 들어선 분이라 생각한다. <나의 해방일지>에서의 제 연기에 관심이 갔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감독님의 팬심으로 시작했다.”
Q. 연기를 할 때 기존 경찰과 다른 설정을 한 것이 있는지.
▶손석구: “저 혼자서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살인자o난감>이 공개되기 전에 <나인 퍼즐> 촬영이 시작되었다. 감독님께 <살인자o난감>의 푸티지를 조금 보여드렸다. 직업이 같은 형사이기에. 캐릭터를 만드는 방식은 다양하다. 과거와 현재, 남녀노소 등 여러 요소가 있다. 단지 같은 형사라는 직업 때문에 이 작품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Q. 윤종빈 감독이 작업 중 특별했던 지점이 있다면.
▶손석구: “감독님은 콘티 작업에 정말 공을 들인다. 이번 작품의 경우에도 1년 가까이 했다고 하더라. 어디서 찍을지 예상하고 콘티 작업을 하는데, 윤 감독은 장소가 섭외되면 다시 콘티작업을 한다. 몇 번씩이나 작업을 하는데 다른 영화작업에서도 못 봤던 것이다. 머리가 굉장히 비상하신 분이고, 게다가 노력까지 대단하다. 어, 감독님이 이 기사 보면 안 되는데... 여하튼 제가 감독이 될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많이 배웠다.”
Q. 대본을 받았을 때 범인에 대해 추리해 봤는지.
▶손석구: “시청자들이 쓴 반응을 봤다. 추리하는 것이 저랑 많이 다른 것 같다. 저에겐 그 정도 추리력이 없다. 대본을 보면 범인을 한쪽으로 몰아주는 것 같다. 나는 보면서 그 점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쩌려고 벌써 범인이 나오지? 4부밖에 안되는데...’ 그런 식으로 열 번 속이면 열 번 속는 것이다.”
디즈니플러스 '나인 퍼즐'
Q. 손석구가 범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손석구: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연기하지는 않았다. ‘카레 친구’나 ‘문신’ 같은 것 때문에 그렇게 추리를 하는 것 같다. 대본을 보면서 한샘에게는 약간의 허당기가 있는 것으로 봤다. 인간미로 보았다. 그냥 중간에 쉬어가는 느낌. 윤이나와의 관계의 발전도 있기에 담소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걸 두고 살인자까지 연상할 줄은 몰랐다. 물론 감독님은 그런 것도 염두에 두고 넣으신 것 같다. 모든 배우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놓고 연출한 것은 맞다. 그냥 끝나도 되는데 연기를 하나 더 시킨다. 추리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하려는 것인 모양이다.”
Q. 문신은 왜 넣은 것인가?
▶손석구: “문신도 그런 이유일지 모르겠다. 대본에는 없었다. 아버지에 대한 설정도. 촬영 들어가기 전에 집을 어떻게 꾸밀지 이야기를 나눴다. 한샘은 집에 뭔가 많이 가져와서 버리지 않는 사람, 의심하는 사람이 맞을 것 같았다. 아빠가 있다면 어떤 사람일까. 배우가 어떨까? 경찰이라면? 한샘의 개인사는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니까 우리끼리 그럴듯한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게 한샘이 살인자일지 모른다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감독은 그걸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Q. 윤이나와 비교하자면 한샘은 차분한 사람이다. 톤앤매너를 어떻게 유지했는지.
▶손석구: “이 친구에게는 특별히 소리를 지를 일은 없었을 것 같다. 한샘을 연기하면서 신경 쓴 게 있다면 보이스 톤이다. 형사니까 추리극이다. 하지만 순한 드라마가 깔려있다. 수사는 아무나 할 수 있으니. 캐릭터를 정교하게 만들고 싶었다. 윤이나와 주고받는 게 마냥 한쪽으로만 무겁게 쏠릴 수는 없다. 이나와 있으면 화도 나고, 약도 오르고, 질투도 해야 재밌을 것 같았다. 균형을 잘 잡아야 여기로 갈 수 있고, 저기로도 갈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샘이라는 사람은 뭔가 일이 있다고 폭발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Q. 윤종빈 감독과는 현장에서 대화를 많이 나눴는지.
▶손석구: “목소리나 말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물어봤다. 디테일하게 이야기해 준다. 손으로 얼굴을 많이 만지라고 했던가? ‘이런 성격을 보여줄 거야’하며 한 10가지 아이디어를 냈던 것 같다. 실제 촬영에서는 안 쓴다. 현장에서 맞출 수는 없는 것이다. <범죄도시> 할 때도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다. 그때는 코로나라서 오래 찍었다. 그 작품만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Q. 한샘 형사의 겉으로 드러나는 비주얼에 대해서는.
▶손석구: “체중이나 외형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쓴 것 같다. 의상은 감독이 구축한 세계관과 미장센에 따라가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현실 톤으로 그렸다면 지금과 같은 매력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납득도 덜 되었을 것이고. 일반적인 형사라면 저런 비니나 코트를 입을까. 프로파일러가 저런 차를 탈까? 너무 평범하면 오히려 안 맞았을 것이다. 우리가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그렇다. 퍼즐이 주는 이미지에 맞게 한 것이다.”
Q. 김다미의 윤이나 연기에 대해. 둘 사이의 러브라인에 대한 생각은?
▶손석구: “다미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명확하다. 그게 자기와 어울리는 것을 골라서 쭉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김다미’하면 연상이 되는 것이 있잖은가. 그게 쉽지 않다. 그런 게 멋있다. 둘의 러브라인도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 그런 신도, 테이크도 있었다. 찍어보니까 잘 안 어울리더라.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극의 전개에 방해가 되었다. 의심에서 공조로 이어졌지만, 그 다음 단계로 가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손석구
Q.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시즌이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손석구: “시즌2는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된다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본이 나오면 당연히 생각을 해보겠지만. 시리즈를 할 때마다 항상 그런 이야기를 한다.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없는 것 팔고 싶지는 않다. 물론,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재생산될 수는 있다. 그게 <디.피 2>이다. <나의 해방일지>도 시즌2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이것 자체(시즌1)를 재밌게 봐주셨으면 한다.”
Q.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같은 시기에 공개되었다.
▶손석구: “내가 출연한 두 작품을 같이 본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두 작품이 워낙 다르기에 헷갈릴 것까지는 없지만. 연기자 입장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관객들은 어떻게 보고, 어떤 작품으로 남았으면 하는지. 같이 출연한 배우들도 생각나고. 만감이 교차한다. 그게 두 개가 동시에 겹치는 것이다.”
Q. 작품을 고르는 배우의 안목에 대해서.
▶손석구: “선택을 잘 했던 것이다. 재미가 있어야한다. 가벼운 단어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뭔가 재밌게 본 시나리오라면 주위 사람들에게 작품에 대해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한두 줄로 명쾌하게 말이다. 예를 들어 ‘황혼을 넘긴 여자가 천국에 가서 한 남자를 만났어’라든가, ‘10년 동안 프로파일러가 범인이라고 의심한 형사가 서로 공조해서 범인을 찾는 이야기야’ 같이. 이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디즈니플러스 '나인 퍼즐'
Q. <천국보다 아름다운> 드라마에 대해서.
▶손석구: “<천국보다 아름다운> 끝내놓고 따로 인터뷰 못한 게 아쉽다. 이 자리를 빌어서라도 김혜자 선생님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다. 옆에서 지켜보니 정말 진솔한 연기를 하는 것이 보인다. 연기하는 순간에도, 모니터를 보면서 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김혜자 선생님이 혼잣말 하는 장면에서 TV를 같이 보시던 아버지가 ‘혼잣말을 어째 저렇게 자연스레 하냐.’며 감탄하시더라. 물을 마시는 순간에도 진솔함이 나타난다. 그게 연기의 매직이라고 생각한다. 평생 연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평생 아름다운 삶을 살았기에, 필터 없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것이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배역은 무엇인가.
▶손석구: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나의 해방일지>, 무직이었다. <나인 퍼즐>은 굉장히 장르적인 작품이다. 장르적이라는 것은 배우가 끌고 갈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다. 배우가 어떤 장치의 도움을 받아, 그 장치의 하나가 된다. 카메라의 개입이나 미장센도 있다. 하모니를 맞추는 것이 중요이다. ‘내가 이 정도 연기를 보여줄 수 있어’가 아니다. 단서를 하나씩 찾아가며 시청자가 추리해 간다. 그 과정에서 내가 도드라진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인 퍼즐>에서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서 하모니를 맞춰가는 것이었다. 배우로서 의미가 큰 경험이었다.”
손석구와 함께 김다미, 김성균, 현봉식, 안소요, 이주영, 옥자연, 박규영, 노재원, 정태식, 김예원 등이 출연하는 윤종빈 감독의 디즈니플럿 11부작 <나인 퍼즐>은 지난 5월 21일, 1~6화 공개를 시작으로 6월 4일 최종회가 공개됐다. 이 작품에는 지진희, 이희준, 이성민, 백현진, 황정민, 박성웅도 잠깐 등장한다.
[사진=스태넘/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