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광장'
넷플릭스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K-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처음 <광장> 제목을 들었을 때는 넷플릭스가 최인훈의 소설을 드라마로 만드는가 싶었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수많은 K-조폭작품 목록에 피 한 바케스를 더하는 것이다. 오세형-김균태 작가의 웹툰 <광장>은 인기가 많았단다. 네이버웹툰으로 잠깐 보니 손가락으로 휙휙 페이지를 넘겨봐도 되는 ‘액션 느와르’이다. 조그만 모바일 화면을 뚫고 나온 넷플릭스 <광장>은 어떨까.
한국의 암흑가(조폭)은 두 개의 파벌이 완전 장악하여 겉으로는 평화롭다. ‘주운’(허준호)파와 ‘봉산’(안길강)파이다. 이들은 마치 일본 야쿠자처럼 겉으로 보면 기업인지 조폭인지 알 수 없다. 주운과 봉산의 두 오너 밑에는 참모, 칼잡이, 행동대원이 있고, 외곽에는 검찰과 경찰, 언론이 악의 카르텔을 구축하고 있다. 많이 보아온 구도이다. 주운과 봉산이 이런 안정된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남기준(소지섭)의 역할이 컸다. 남기준이 경쟁 파벌을 평정하고, 주운과 봉산체제를 만든 뒤 자신은 아킬레스를 끊고 조폭세계를 떠났던 것이다. 그런데 평화로운 세상은 천세만세를 이어갈 수는 없다. 야심을 품은 누군가가 모든 것을 차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 첫 신호탄은 남기준의 동생 남기석(이준혁)의 죽음이다. 기석의 죽음은 사라진 기준의 컴백이다. 11년 만에 나타난 기준은 동생의 복수를 위해 이제 혈혈단신으로 악의 중심을 향해 절뚝절뚝 걸어간다.
영화 <광장>은 소지섭의 원맨쇼이다. 한 때 ‘광장’을 평정했던 그는 이제 예상치 못한 이유로 다시 그 광장으로 불려나와 숨을 고르는 것이다. 그는 ‘전략적인 머리’나 마석도 같은 완벽한 ‘안전빵’ 이미지가 없다. 그는 오직 복수심에 불타 불 속으로 뛰어든다. 칼과 배터, 도끼를 든 패거리와 맞서고, 펀치를 날리고, 칼을 휘두른다. 실제로 ‘존 윅’ 스타일에 가깝다. 칼에 찔러도, 야구 방망이에 맞아도, 총을 맞아도 전진만 있을 뿐이다. <광장>은 그런 남기준의 육체적 고행을 위해 다양한 빌런을 내세운다. 동남아 킬러에서, 격투기 선수, 조폭 패거리에서, 양아치 건달까지. 그 뒷수습을 위한 비리경찰과 부패검사도 방어막을 치고 있다. 과연 기준은 이 모든 악조건을 뚫고, 동생을 죽인 자를 찾아 복수하고, 그 윗선을 정리할 수 있을까.
소지섭은 영화 <회사원>에서 보여준 실력을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발휘한다. 웹툰 캐릭터가 넷플릭스 액션으로 거듭 나면서 그는 최강의 퍼니셔가 되는 것이다. 7부작 <광장>은 길게 설명할 것도 없다. 때리고, 맞고, 피 흘리고, 다시 때리고, 맞고, 피 흘리고. 칼로 찌르고 앞으로 저벅저벅, 절뚝절뚝 전진하다보면, 어느새 ‘주운’의 소파에, ‘봉산’의 광장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넷플릭스 '광장'
넷플릭스 <광장>을 보면 황금기를 누리던 홍콩영화가 떠오른다. 쿵푸와 여타 액션물로 성장하던 홍콩영화계는 언젠가부터 조폭 이야기로 넘쳐났다. ‘떼거리’로 부딪치고, 마체테를 들고 설치더니 어느 순간 그 불꽃을 다 태워버린 것이다. 그리고 K-콘텐츠에서도 그런 광경을 목도하게 된다. 학교 교실, 검찰청 건물, 재벌집 안방까지 피바다 살육전이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진다. 시청자들이 언제까지 이런 스토리에 열광할까. 웹툰은 손가락으로 휙휙 넘겨버리고, 넷플릭스는 빨리 감기로 지나간다. 결국, 마석도가 죽지 않고 마지막 펀치를 날릴 것이라는 것을 굳게 믿듯이, 남기준이 마지막 복수를 할 것이란 것을 아니까.
몸과 몸이 부딪치는 것이 전부인 조폭 영화 <광장>에서 소지섭은 그야말로 멋진 연기를 멋있게 해치운다. 나머지 조폭 패거리들도 맞춤복이다. 특히 차승원은 음험한 배후전략가를 깔끔하게 연기하고, 공명은 철부지 조폭 2세를 인상적으로 해낸다. 구준모는 그 퇴출까지 인상적이다. 이범수도 오랜만에 만나는 날 것의 캐릭터이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서 ‘광장’은 한국전쟁이 끝난 뒤 포로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세계를 의미한다. 출신이 남이든 북이든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소통이 있는, 인간다운 삶이 있는 곳을 상징했다. 그곳이 어디였던가. 웹툰과 넷플릭스에서 말하는 ‘광장’은 어디일까. 초반부 주운과 봉산의 조직 다툼과 기준의 은퇴’(금분세수)를 보면 마치 무협소설의 ‘강호’(江湖)같다. 실제 ‘광장’은 그들 조폭 세계이다. 음지의 세계이며, 악의 굳건한 카르텔이다. 그들은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도 싸우고, 서울경찰청 주차장에서도 감히 칼을 빼든다. 넷플릭스니까 가능한 로케이션일 것이다.
▶광장 (영어제목: Mercy for None) ▶감독: 최성은 ▶극본: 유기성 ▶원작: 오세형-김균태 웹툰 《광장》 ▶출연: 소지섭, 허준호, 공명, 추영우, 안길강, 이범수, 조한철, 차승원, 이준혁, 정건주, 안세호, 김태인, 이재윤, 이상희 ▶제작 용필름,스튜디오N ▶공개: 2025년 6월 6일/ 청소년관람불가/ 전체 7부작(298분)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