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 허 백
요즘 극장가(멀티플렉스)에 개봉되는 영화를 보면 옛날 영화 리바이벌 상영이나 ‘단독 상영’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대니 필리포와 마이클 필리포 형제 감독의 영화 <브링 허 백>은 CGV에서 단독 개봉하는 신작 호러영화이다. <톡 투 미>를 재밌게 본 영화팬이라면 이 영화에도 관심이 있을 듯하다. 독특하고 무섭다. 그리고 비호감 지수가 특히 높을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하다. 불길한 모성애로 가득한 독특한 호러물이다.
앤디와 파이퍼는 이복남매이다. 시각장애를 가진 여동생 파이퍼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는 것이 오빠 앤디로서는 마음 아프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버지가 샤워실에서 혼자 쓰러져 죽어있다. 이제 앤디와 파이퍼는 고아가 된 것이다. 앤디는 동생을 보살피며 함께 살고 싶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아직 18세가 안 된 미성년자이기에. 사회복지사 웬디는 둘을 로라에게 임시 위탁한다. 가련한 앤디와 파이퍼는 로라의 집에서 끔찍한 악몽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로라의 집에는 학대받고 있는게 분명해 보이는 영양상태 최악의 아이 올리버가 감금되어 있었다. 로라에게는 비밀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이 영화의 공포는 전적으로 ‘로라’로부터 출발한다. 그녀의 딸이 집 수영장에서 비극적으로 죽은 뒤 로라는 딸의 시신을 냉동고에 넣어둔 뒤 기묘한 환생술에 매달린다. 딸의 모습이 담긴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또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로라는 기이한 사이비 주술을 담은 끔찍한 영상을 끊임없이 보고 있는 것이다. 딸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제의가 필요한 것이다.
영화 <브링 허 백>은 제 정신이 아닌 로라의 광적인 집착과 함께 앤디와 파이퍼, 그리고 무너진 그들의 가족 이야기를 조금씩 보탠다. 앤디는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반작용으로 여동생을 끝까지 보호하고 싶지만, 오히려 외부로부터 오해를 사기도 한다. 이제 로라의 저택에 비가 내리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수영장에 물이 차오르고, 로라의 계략에 빠진 앤디가 사면초가에 놓이게 되고, 파이퍼는 제물이 되어 피의 재단에 올라가게 된다.
영화는 불길한 느낌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조금씩 보여주며 옴짝달싹 못하게 극한에 내몰리는 남매의 상황을 보여준다. 그리고, 끔찍한 상태의 올리버의 예측할 수 없는 돌발행동으로 공포의 강도를 높인다. 물론 그 과정에서 로라가 보이는 행동은 호러영화 역대 최고의 비호감도를 자랑한다. 일거수일투족이 관객에게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로라는 앤디를 내몰기 위해 가스라이팅을 펼친다. 파이퍼는 오빠의 진심을 깨우치기에는 여러 핸디캡이 있다. 과연 살아날까. 저 저택에서 살아남아 아침의 햇살을 맞을 존재는 누구일까.
브링 허 백
필리푸 형제 감독의 <브링 허 백>은 아리 애스터의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영적인 공포로 가득하다. 그리고, 카니발리즘의 영상폭력도 더해진다. 충분히 공포스럽고, 혐오스러운데 볼티지를 높이는 셈이다. 샐리 호킨스는 딸을 잃은 엄마 로라를 정말 광적으로 연기한다. 상실의 슬픔이 끔찍한 주술로 이어지는 과정이 영화를 꽉 채운다. 친절한 미소 뒤에 드러난 어두운 그림자가 관객을 사로잡기에 족하다.
감독 대니와 다니엘 필리푸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쌍둥이 형제이다. 유튜브에서 ‘RackaRacka’라는 계정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액션이 가득한 공포 동영상을 올리며 조회 수를 올리던 이들 형제는 <톡 투 미>로 호러팬의 관심을 끌었고, 두 번째 작품 <브링 허 백>으로 다시 한 번 유니크한 저예산 공포물의 미덕과 뒷맛을 남긴다. 이 두 작품 모두 미국에서는 A24를 통해 공개되었다.
참, 식칼을 씹어 먹는(?) 장면은 김기덕 감독의 <섬>에서의 낚싯바늘 씬 이후 최악의 자해 장면이다.
▶브링 허 백 (원제:Bring Her Back) ▶감독: 대니 필리포, 마이클 필리포 ▶각본: 대니 필리포, 빌 하인즈먼 ▶출연: 샐리 호킨스, 빌리 배럿, 소라 웡, 조나 렌 필립스, 샐리 앤 업튼, 스티븐 필립스, 미샤 헤이우드 ▶수입/배급: 소니 픽쳐스 코리아 ▶개봉:2025년 6월 6일/104분/청소년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