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말해야 했을까. 놓친 걸까. 셔터 눌러야 하는 순간을."
26일 방영된 KBS '드라마 스페셜 2020-고백하지 않는 이유'(연출 홍은미)는 연애의 시작이 두려운 사진 작가와 그의 첫사랑이 원데이 클래스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멜로 드라마다.
김지후(신현수 분)는 달리기 동아리에서 신입 회원인 서윤찬(고민시 분)을 처음 만났다. 김지후는 사진을 찍는 것을 평소 좋아해 동아리 내에서도 공식 포토그래퍼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다.
서윤찬은 그런 김지후를 따라다녔다. 달리기가 끝난 후 있었던 술자리에서 서윤찬은 김지후에게 술 주정과 애교를 부리며 사진을 찍어줄 것을 요구했다. 그 모습에 김지후는 당황스럽지만 동시에 설렘을 느끼며 집에 돌아와서도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에도 서윤찬은 음식 리스트를 읊더니 김지후에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며 "선배가 사주면 더 좋고"라는 말을 던졌다. 이에 당황한 김지후는 쑥쓰러워 했다. 이어 서윤찬이 "선배가 싫어하는 것이 뭐냐"고 묻자 그는 속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되뇌었다.
서윤찬은 끝없이 김지후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며 부탁했고 김지후는 서윤찬에게 냉대하지만 속으로는 서윤찬이 내심 싫지 않았다. 마음이 점차 커져가는 것을 느낀 그는 서윤찬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주친 서윤찬은 "선배, 나한테 뭐 할 말 없나?"라고 물었다. 그에 대해 김지후는 대답하지 못했고 그는 되뇌였다. "그때 말해야 했을까. 놓친 걸까. 셔터 눌러야 하는 순간을."
'고백하지 않는 이유'는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봤던 첫사랑, 혹은 짝사랑을 떠올리게 만든다. 상대방에게 설레는 마음과 결국 상처받을 것이라는 마음, 그 경계에서 머뭇거리게 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지후는 아들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물어 보는 부모님을 보며 "에필로그로 살고 있는 분들"이라 지칭한다. 어느 무엇도 다 영원하지 않음을, 그러기에 사랑에 영속성은 없다고 믿고 있는 그는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재회한 서윤찬과 김지후의 모습은 달라져 있다.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만난 후 처음에는 어색함을 느끼지만 점차 가까워지는 모습은 그들이 용기를 내지 못한 길에 새로운 미래를 그려놓는다.
그러다 서윤찬은 김지후에게 뼈 있는 한마디를 던진다. "역시 선배는 지켜보다가 날 새는 스타일. 그게 뭐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도."
김지후는 서윤찬을 지켜보다 끝내 깨닫는다. 끝이 싫어 시작하지 않았지만 사실 짝사랑에도 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신에게도 결말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렇게 끝이라는 전제 하에 과감해지는 두 남녀, 그들이 상실이라는 두려움을 뚫고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한때 그렸던 사랑의 모양을, 그리고 '그 사랑에 얼마나 충실했는가'를 말이다. (KBS미디어 정지은)
[사진= KBS '드라마 스페셜 2020-고백하지 않는 이유'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