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 피에르
누벨바그의 거장 장 뤽 고다르의 1965년 작 <미치광이 피에로>가 6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극장을 찾는다. 영화사는 이 작품을 제작 방식과 미학의 혁명이라 부르지만, 오늘날의 관객에게는 여전히 불친절하고 당혹스러운 경험일지 모른다. 페르디낭이 옛 연인 마리안과 함께 맥락 없는 살인과 도주 행각을 벌이는 과정은 고전적인 서사 구조를 철저히 파괴하며 실존주의적 허무를 드러낸다.
고다르는 사랑과 미래 대신 책장을 넘기며 시를 읊조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과 배신을 나열한다. 마리안은 페르디낭을 끊임없이 '피에로'라 부르고, 남자는 매번 자신의 본명을 되뇌지만 결국 얼굴에 푸른 칠을 한 채 자폭을 택한다. 이러한 느슨한 구조와 즉흥적 연기는 당대 프랑스 지식인의 자의식 과잉과 정치적 관심을 투영한 결과물이다. 당시 에소(Exxon) 광고 카피를 비튼 유머처럼 사소한 파편들을 꼼꼼히 살펴야만 고다르가 설계한 미학의 지도에 접근할 수 있다.
로저 에버트가 언급했듯 고다르의 영화는 "도무지 말이 안 된다"는 항의를 받기 일쑤지만, 그 불확실성 속에 누벨바그의 진정한 정수가 담겨 있다. 영화를 단순히 이해하려 하기보다 장 뤽 고다르라는 작가의 사적인 미학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60년 전의 파격이 여전히 유효한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대할 가치는 충분하다.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