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탄 소년’
벨기에의 거장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를 탄 소년>은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걷어내더라도, 그 자체로 인간의 구원과 연대에 관한 가장 정직한 보고서다. 영화는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차마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핍된 사랑을 채우기 위해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질주하는 12세 소년 시릴의 위태로운 여정을 담고 있다.
다르덴 형제 특유의 절제된 연출은 시릴의 방황을 결코 동정의 시선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보호소를 뛰쳐나가 아버지를 찾으려 애쓰는 시릴과, 우연히 그의 손을 잡아준 미용실 주인 사만다의 관계는 전형적인 신파를 거부한다. 자신을 꽉 붙잡는 시릴에게 "잡는 건 상관없는데 좀 살살 잡아주겠니?"라고 말하는 사만다의 태도는, 맹목적인 희생이 아닌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호의'와 '거리'를 보여준다. 이러한 사만다의 인내와 돌봄은 범죄의 유혹에 흔들리던 시릴을 비로소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유일한 빛이 된다.
영화는 감정의 과잉을 막기 위해 음악의 사용을 극도로 자제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가 짧게 세 차례 울려 퍼질 때, 그 음률은 시릴의 절망과 고독을 어떤 대사보다 강렬하게 대변한다. 아버지가 내민 차가운 거절 뒤에 흐르는 선율은 관객에게 깊은 성찰을 안긴다. 결국 소년은 자전거를 타고 다시 길을 나선다. 여전히 세상은 아슬아슬하겠지만, 그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의 진심이 있다면 소년의 자전거는 멈추지 않을 것임을 영화는 숭고하게 증명한다. (박재환영화리뷰.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