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말금
‘찬실이’가 돌아왔다. 찬실이가 누군지 모른다고? 그럼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 야반도주한 애순이와 관식이에게 “부산 인심 쥑입니다” 하고는 사기 친 여관 주인을 기억하는가. 부산 사투리가 익숙한 강말금 배우이다. 2일 개봉하는 하정우 감독/주연의 영화 <로비>에서는 국토교통부장관으로 나온다. 스타트업 기업대표인 하정우가 밤을 새며 연구개발한 ‘매립형 배터리 충전기’의 국책사업 패스의 결정권을 쥔 인물이다. 국회의원 두어 번 떨어지고 운 좋게 장관 자리에서 앉아서는 이권사업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다. 하정우는 ‘장관 인심’에 목숨 걸고 접대골프를 펼친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경찰들이 둘러싼 삼청동의 한 카페에 마주앉아 ‘장관님의 선택은?’ 물어보았다.
Q. 일반 대중들이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어느 정도 알까. 코로나 때 개봉된 독립영화이다.
▶강말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그 작품을 안다. 독립영화지만 대중적으로 볼만하다. 윤여정 선생님이 아카데미상(‘미나리’) 수상하고,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되면서 많이 보신 모양이더라.” (사람들이 많이 알아본 것은 드라마겠죠?) “<옷소매 붉은 꽃동>, <서른,아홉>도 재밌게 보셨다고 한다. 그러고 <나쁜엄마>도 좋아해 주신 것 같다.”
Q. KBS [독립영화관]에서 경단녀(경력단절녀) 배우가 다시 무대에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단편 <자유연기>(2018)가 방송된 적이 있다. 꽤나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강말금: “<82년생 김지영>의 김도영 감독님 작품이다. 뒤늦게 한예종 진학하여 연출 워크샵으로 만든 작품이 <자유연기>이다. 제작비가 적은 작품인데 글이 좋아서 출연하게 되었다. <자유연기> 덕분에 회사(소속사)에도 들어가게 되었고, 그 작품 본 감독(김초희 감독)이 <찬실이도..>에 불러 주셨다.”
로비
Q. 국문학도이다. 신춘문예 대신 스크린을 선택한 과정은?
▶강말금: “국문과(부산대)에 간 것은 어린 시절 글짓기 잘 한다는 것에 정체성이 붙들렸던 것 같다. 대학 가서는 정작 ‘극예술연구회’ 활동을 많이 했다. 아주 열심히 했었다. 같은 시기는 아니었지만 부산대 극예술연구회 출신의 선배로 유재명 선배랑, <폭싹 속았수다>에 나오는 남권아 선배(8화, 과외알바 집 파출부), 그리고 이재용 선배님이 계시다.”
Q. 대학 연극 서클인 ‘극예술연구회’에서 연기했던 것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강말금: “처음 한 작품이 <마로위츠 햄릿>인데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새>라는 창작극도 했다. <라쇼몽>도 기억나는데 기획 스태프였다. 유재명 선배가 연출한 <둥둥 낙랑둥>이 기억나는데 멋있는 작품이었다. 최인훈 작가의 작품이다“
Q. 그렇게 ‘대학은 나왔는데...’ 부산 출신의 연극인 지망생의 다음 선택지는?
▶강말금: ”대학 극회 활동하면서 배우를 너무 하고 싶었다. 꿈이 있었지만 집안 형편으로 취직해서 돈을 벌어야했다. 29살까지 직장생활을 했고, 서른에 다시 극단에 들어갔다. 서울에 있는 극단이었다. 전국을 돌면 순회공연을 많이 했었다. 그 때 역량이 안 되는 강말금이 연기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 같다. 그 때까지는 무대에 서면 부산사투리를 감추기 위해 영어 인토네이션 그리는 것처럼 해서 대사를 했었는데, 그 때 무대 발성 같은 것을 배울 수가 있었다. 연극판에 10년 있었지만, 표현력 배우는데 5년이 걸린 것 같다. 극단 그만 두니 무대에 오를 기회도 없었다. 개인적으로 워크샵하고 연구도 하고, 그런 세월을 보냈다. 극단 생활할 때 <로풍찬 유랑극장>을 했었다. 여성국극단 역할인데 소년 역할이다. 그 역으로 세 번 공연했었는데 레퍼토리 하면서 실력이 는 것 같다.“
Q. 영화로 진출한 배우들은 연극하던 시절을 배고픈 시절이었다고 술회하는데.
▶강말금: ”그래도 연극하던 그 때가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오전에는 학교에서 수업하고, 2시에서 6시까지는 공연연습하고, 6시 이후 뒤풀이한 게 제일 행복했다. 그렇게 나이를 먹고, 어머니가 연로해지니 그것도 못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인생의 방학이었던 셈이다. 제가 먹을 만큼만 벌어 살면 되었으니. 남들은 몰라줘도 열심히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시간 지나니 아르바이트, 연습, 공연 이렇게 하루에 할 수 있는 체력이 못 되더라. 그러다가 매체연기를 하게 되니, ‘그 이상을’ 벌 수 있게 되더라.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로비
Q. 단편영화 <자유연기>에서는 경력단절 배우로, 아이 낳고 다시 무대에 서기 위해 필사적으로 오디션을 보는 내용이다. 오디션은 많이 봤는지.
▶강말금: ”아니.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 같았다. ‘안 하고 말지’ 심정이었다. 내가 외모가 뛰어나거나 키가 큰 것도 아니고. 배우 같아 보이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오디션 하면 내게 주어진 것만 하고 오는데 그러고 나면 항상 ‘이게 아닌데..’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확’ 잘하지 못했을 때, 심사위원이 차갑게 날 보거나, 저에게 따뜻하지 않은 조언을 해줄 때 마음이 상한다. 그래서 ‘마, 안 할란다~’였다. 그렇게 저를 보호하며 살았던 것 같다.“
Q. 강말금 배우의 프로필에는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도 있다.
▶강말금: ”찍을 때는 그게 이렇게 대단한 작품이 될 줄은 몰랐다. 감독님이 빨리 찍었다. 낮 장면 하나, 저녁 장면 하나.“ (강말금 배우는 <오징어게임>에서 성기훈(이정재)의 전처로 역할을 맡았다) ”시즌1,2에 다 나왔다. 1부에서는 이혼한 상태에서 기훈이 딸 생일 챙기려고 아파트를 찾아오는 장면이랑, 돈 빌리러 왔다가 괜히 싸우고 기훈이 돌아서는 신이 있다. 2부에서는 기훈이 미국에 있는 딸과 전화 통화할 때 ‘밥 먹어~’하는 목소리 연기였다.“ (1부와 2부 개런티는 어느 게 많았나) ”목소리만 연기한 게 더 적지 않았을까. 잘 모르겠다.“
강말금
Q. 하정우 감독이 [로비] 시나리오를 엄청 많이 갈고닦았다고 했다. 수정이 많이 되었나?
▶강말금: ”촬영하다가 바꾸기도 하고, 후시(녹음)하면서도 대사가 바뀌기도 했다. 어느 순간에는 대본이 바뀐다고 생각하고 촬영장에 갔다.“
Q. 국토부의 실세인 남편 최 실장(김의성)과는 이혼소송 중인 걸로 나온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설정상.
▶강말금: ”글쎄 특별한 설정은 없었다. 서로의 흠을 많이 알고 있으니. 서로 이익 되는 점이 있어서 살았을 것이다. 최 실장은 실무자로서 관료의 계단을 밟아온 인물이다. 조 장관은 선거 떨어져서 낙하산으로 그 자리에 앉았으니 도움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있으면서 못된 점을 많이 알 것이다. 그런 관계가 이익이 되었는데 더 이상 참지 못해 이혼 소송하는 것 아닐까.“
Q. 로비의 대상이 중요하다. 살면서 만나 본 가장 높은 고위직 인사라면?
▶강말금: “누군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국회에서 상영된 적이 있다. 상영되기 전에 잠깐 말씀도 나누고 그랬었다. 그때 본 남자 국회의원분이 아마 최고위직이었던 것 같다.”
Q. 하정우 감독은 <로비> 촬영을 앞두고 리허설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강말금: “리딩을 많이 했다. 등장인물이 많으니 경우의 수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 현장에서는 동선을 확실히 해둬야 한다. 골프신에서 그런 게 많았다. 제 장면만 해도 공을 칠 때, 이 사람은 어디에 서 있어야하는지, 얼마만큼 떨어져 있어야하는지. 무대에서의 동선을 잘 확인해야 촬영이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Q. ‘강말금’이라는 예명에 대해 소개해 달라.
▶강말금: “대학 국문과 친구 중에 인터넷에 시를 쓰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활동 닉네임이었다. 닉네임을 다른 것 쓴다면서 더 이상 안 쓴다고 해서, 내게 달라고 했다. 배우 생활하기 전에 미리 허락을 받았다. 이름에 받침이 다 들어가서 꽉 찬 느낌이 들어 좋았다. 그 친구는 지금 울산에서 국어선생님 하고 있다”
Q.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은지.
▶강말금: “저는 순발력이 있는 그런 배우가 아니다. 반드시 좋은 글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을 많이 해온 것 같다. 좋은 글, 좋은 작품을 만났다. 나는 그 글을 해석하는 사람인 것 같다. 건강을 지키면서 이 일을 계속 해나가고 싶다.”
“<로비>는 재밌는 영화이다. 쿨하면서도 따뜻한 영화이다. 보고나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면서 강말금 배우는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영화는 4월 2일 개봉한다.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