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
월트 디즈니가 1937년에 만든 디즈니 레전드 애니메이션의 <백설공주>가 실사영화(라이브액션)로 만들어졌다. 디즈니로서는 자신들의 엄청난 IP를 다양한 포맷으로 리메이크하며 왕국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101마리 달마시안’, ‘알라딘’, ‘신데렐라’, ‘정글북’, ‘라이언 킹’ 등 꾸준히, 열심히, 디지털 힘으로 새 생명을 불어넣었지만 언젠가부터 시대변화에 편승하는 듯 아슬아슬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른바 ‘PC’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30년 전 <알라딘>(애니메이션) 때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왜 아랍 사람은 음흉하게 그리느냐며.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인데 왜 ‘디즈니 공주’는 항상 저렇게 생겨야 해?이다. 색깔이든, 외모든. (아무도, 지블리의 여주인공의 모습의 일관성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어쩌며 전 세계 어린이들이 다 아는 동화책 속 백설공주가 디즈니의 마법으로 다시 스크린에 부활한다.
초록이 가득한 숲속. 새들이 지저귀고 다람쥐, 토끼, 고슴도치, 사슴 등 귀여운 동물들이 뒹굴며 <백설공주> 동화책 1페이지를 넘긴다. “옛날 옛적에~~” 왕궁이 있었고, 국왕이 있었고, 왕비가 있었고, 곧 어여쁜 공주가 태어난다. 하얀 눈이 쏟아지던 날 태어난 그 아이는 ‘백설공주’라는 이름을 얻고 된다. 왕은 아이에게 담대, 용기, 공정, 진실하게 아이로 자라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곧 왕국에 먹구름이 낀다. 왕비가 죽고, 새로운 왕비가 나타난다. 국왕이 남쪽나라 전선으로 사라진 후 소식이 끊긴다. 이제 사악한 왕비가 왕궁을 지배하고, 왕국을 집어삼킨다. 숲속으로 내쫓긴 공주는 겨우 목숨만 부지하게 되고, 숲속 오두막집에서 잠이 든다. 물론, 일곱 난쟁이의 집이다. 이제 공주는 일곱 난장이와 숲속의 귀여운 동물들, 그리고 (동화에서 있었는지 모를) 숲속의 반역자들과 힘을 합쳐 ‘용감하고, 담대하게, 공평하고, 진실하게’ 왕비에 맞선다.
백설공주
오래된 동화(독일 그림동화)이고, 잘 만들어진 원전(애니메이션)이 있기에 디즈니의 새로운 <백설공주> 도전은 전혀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공주와 난쟁이, 때 맞춰 키스할 왕자만 있으면 되니까. 그동안 할리우드의 기술력으로는 못 만들 CG도, 창조 못할 AI 스토리가 없는 듯하다. 그런데, 디즈니 이사진은 인간사회 지성의 발전이랄까, 사회통념의 변화를 따라가든지, 선도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듯하다. 어제까지 사과파이를 만들던 착한 공주가 고집불통의 사람들을 설득하고, 온갖 동물과 소통하고, 숲속 무리를 이끌어 빌런과 정치적 대결을 펼쳐야한다는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디즈니 공주는 아름다운 노래까지 불러야하니 말이다. 레이첼 지글러 공주는 열심히, 과감하게, 담대하게 그 길을 나선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다면 괜찮을 것이다.
갤 가돗 왕비는 왜 마법의 거울에 집착할까. 왕비는 진정한 아름다움의 화신인가.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외적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이 죄는 아닐 테니. 매일 거울을 쳐다보고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것쯤이야 시대착오적 궁중정치, 안방마님의 유일한 소일거리일수도 있으니. 만약, 그 시간에 사과나무를 심고, 물을 주고, 백성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고, 왕국 명단의 장삼이사 이름을 하나라도 외웠으면 추앙받는 지도자가 되었을 텐데 말이다.
왕국의 진정한 주인은 그처럼 ‘백성의 이름을 알고, 그들의 사정을 이해하고, 손을 내미는 사람’이어야한다. 2025년의 공주는 그런 사람이다. 물론, 디즈니 회사 책임자들은 그 공주의 내면의 아름다움보다는 ‘공주의 출신과 피부색깔, 그리고 그들만의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하면서 많은 사람이 가졌을 <백설공주>에 대한 환상과 추억, 기쁨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은 거울이다. 거울은 자신의 운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진실을 말한다. “거울아, 거울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올바른 정치가는 누구니?”
와.장.창창~~~
▶백설공주 (영제:SNOW WHITE) ▶감독: 마크 웹 ▶출연: 레이첼 지글러, 갤 가돗, 앤드류 버냅 ▶수입/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개봉: 2025년 3월 19일/109분
관람 등급: 전체 관람가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