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임크라임’의 연출을 맡은 이승환, 유재욱 감독이 ‘KBS독립영화상’을 수상했다.
영화 ‘라임크라임’(감독 이승환, 유재욱)은 자라난 환경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다른 두 고등학생이 힙합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진정한 우정을 쌓아나가는 성장 이야기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두 감독은 실제로 유년시절에 ‘라임크라임’이라는 이름의 힙합 듀오를 함께 결성했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유 감독은 “중학교 3학년 때 랩을 녹음하며 ‘라임크라임’이라는 힙합 듀오를 결성했다”며 당시의 기억을 회상했다.
이어 이 감독은 ‘라임크라임’이라는 이름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름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우리도 가물가물하다. 그냥 ‘라임크라임’이라는 이름 그 자체가 좋아서 정했었다”며 “실제로 공연도 과거에 했었다. 학교 축제에서 랩을 하거나 고등학교 모임에 참여하기도 했었다”고 덧붙였다.
두 감독은 오랜 기간 동안 친구로 지내며 힙합 활동을 같이 했으며, 이제는 영화 산업에 함께 종사하게 됐다. 친구와 함께하는 영화 작업은 양날의 검과 같이 장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재밌는 창작의 여정이었다.
유 감독은 이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기본적으로 의견이 잘 맞다. 장점은 서로 의지가 되는 때가 많다는 점이다. 두 감독이 함께 의사 전달을 할 때 혼동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좋은 점이 더 많았다”라고 말했으며 이 감독은 “10대 시절부터 친구다 보니 그때의 경험이 굉장히 크게 다가온다. 같은 걸 보고 듣고, 나누고, 자라왔기에 함께 태어난 뿌리가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지는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더욱 풍부해지는 것 같고 큰 틀에서는 같은 방향을 추구할 수 있어 든든했다”며 서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드러냈다.
‘라임크라임’은 실제 고등학생들의 모습들을 사실적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그들이 쓰는 말투, 비속어, 신조어 뿐만 아니라 남자 고등학생들이 느끼는 감정적인 서사 또한 세밀하게 표현했다. 그들은 사실적인 표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예전의 기억도 많이 살리려고 노력했고 작업하기 전부터 한 달 정도 아이들을 관찰했다. 그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많이 배웠다”며 촬영을 준비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덧붙여 이 감독은 “요새 애들이 무슨 고민이 있는지, 어떻게 사는지, 옷이 어떠한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많이 배웠다. '인터넷 방송 같은 곳에서 아이들의 언어를 많이 망쳤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아이들이 그런 말투를 많이 따라하더라. 배우들한테도 그런 것들을 보게 하고 툴을 익히게 만들었다”며 디렉팅에 대해 밝혔다.
실제로 두 감독은 캐스팅도 타 작품과 차별화된 과정을 통해 결정했다. 그들은 랩과 연기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뽑아야 했기에 힙합 커뮤니티와 연기 커뮤니티 등 다양한 게시판에 배우 공고를 게재했다. 뿐만 아니라 M.net의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쇼 미 더 머니’의 오디션 영상을 둘러봤다.
송주 역의 이민우 배우는 ‘쇼 미 더 머니’에 지원 영상을 올린 지원자 중 한 명이었다. 유 감독은 “'쇼 미 더 머니'에 제출한 영상을 보고 오디션 보러 오라고 했다. 애초에 오디션을 볼 때 래퍼들 중에서 연기가 가능한 경우를 찾았는데 이민우 배우는 연기가 처음이었다. 본능적으로 연기를 했다”며 회상했다.
이어 최근 ‘인간증명’(감독 김의석)에서 활약을 펼쳤던 장유상 배우에 대해서 이 감독은 “주연 역을 맡을 배우를 찾기 어려웠던 차에 장유상 배우를 소개로 오디션을 봤고 배우가 문을 닫고 나가자 마자 성공했다는 생각에 벅찬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자랐던 동네에 살았고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점도 너무 좋았다. 뿐만 아니라 연기도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작품 속에는 두 감독의 실제 경험이 녹여진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 이는 그들이 유년시절에 경험했던 순간들이 바탕이 되어 재구성된 장면들로 그들만의 추억이 담겨 있다.
유 감독은 “영화 후반부에 랩 하는 장면, 동시에 서로 싸우고 돈을 뜯기거나 하는 장면이 있다. 그 돈을 뜯기는 장면이 실제 경험이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이 감독은 “그 장면은 내게도 트라우마 같은 느낌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이다.(웃음) 이외에도 인상 깊은 장면들이 많다. 옛날에 힙합 곡이 담긴 CD를 실제로 구워서 줬었다. 그런 장면도 작품 속에 나온다. 정식 앨범도 아닌데 CD틀의 구성을 갖추고 앨범 자켓도 그림판으로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CD를 아직 갖고 있다. 이번에 촬영하면서 차 타고 가면서 그 CD를 듣기도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라임크라임’은 두 감독이 애정하는 소재인 ‘랩’을 주제로 다룬 만큼 음악에 가장 큰 심혈을 기울였다. 유 감독은 “배우들이 가사를 직접 다 썼다. 계속 가사를 보고 '괜찮다', '좀 더 바꿨으면 좋겠다'고 컨펌하고 비트에 대해서도 대화하는 과정들이 재밌었다. 우리가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여정이 좋았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감독은 “옛날 생각도 났다. 영화도 영화지만 음악을 같이 만들어가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 우리가 좋아하는 힙합은 올드스쿨이라 트렌디한 친구들, 힙합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한테 피드백을 많이 받으려고 했다. 좋은 곡이 들어간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들은 유년시절 좋아하던 아티스트들에게도 영향을 받았다. 특히 ‘라임크라임’에는 이센스라는 아티스트의 이름이 다수 등장한다. 이에 대해 이승환 감독은 “우리가 중,고등학생일 때는 버벌진트, 데프콘, 드렁큰 타이거 등의 뮤지션들을 좋아했고 이센스는 그 이후에 좋아했던 뮤지션이었다. 작품 속 송주라는 캐릭터가 이센스의 삶과 가사를 동경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덧붙여 유 감독은 이센스에 대해 “요새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 작업하면서도 많이 들었고 한국에서 랩을 잘 하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이센스에게 랩을 잘 해서 팬레터를 보낸 적도 있다”며 개인적인 애정을 드러냈다.
두 감독은 ‘라임크라임’으로 '부산국제영화제 2020에서' 상영과 동시에 ‘KBS독립영화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극장가가 마비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에 많은 관객들이 ‘라임크라임’을 찾아와줬다.
두 감독은 “상영관에서도 떨어져 앉아야 하고 회차도 줄었지만 열렸다는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보러 온 모든 관객들에게 감사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사정에 맞춰서 진행되는 모습이 재밌고 신기하기도 했다. 우리 영화를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동시에 감사를 표현했다.
이어 유 감독은 “모두가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같이 꿈을 쫓아가거나 무언가를 결성하거나 하지 않나. 그때 그 기분을 관객들 또한 ‘라임크라임’을 통해 다시 느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으며 이 감독은 “그런 경험들을 추억하면 좋을 것 같고 같은 나이인 친구들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라,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는 전언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서로 환경도 다르지만 같은 꿈을 향해 달려가며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두 고등학생의 이야기가 담긴 ‘라임크라임’처럼, 어려운 시국을 견디고 있을 관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힙합곡이 있냐는 질문에 두 감독은 일심동체로 답했다.
“‘소년을 위로해줘’라는, Kebee의 노래 중에 버벌진트가 피처링을 맡은 곡이 있다. 우리 영화랑 맞닿는 부분도 있고 소년이 어른이 되면서 느끼는 감성에 대한 곡이다. 실제로 들으면서 개인적으로도 많이 공감했던 곡이기에 관객들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란다.” (KBS미디어 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