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승연
배우 공승연이 최근 연극 무대에 올랐다. TV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연기자의 꿈을 이어가던 그가 선택한 작품은 재기 넘치는 장진 감독의 미치도록 웃기는 연극 <꽃의 비밀>이다. 대학로 <꽃의 비밀> 공연장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탈리아 북부 작은 마을의 네 명의 꽃다운 여인네들의 상상불허 보험사기극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공승연은 서열(?) 셋째인 모니카를 연기하고 있다. 싸라기눈이 휘날리는 3월 초, 강남역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아 ‘작품의 비밀’에 대해 들어보았다.
“리허설 하면서, 무대에 설 때마다 배우고 있다. 혼자 있을 때 조금 우울했다. 공연을 무사히 끝내고 커튼 콜할 때, 선배님이 앞에 앉아 있고 저 혼자 뒤에 서 있을 때 조금 동떨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들 베테랑이신데... 저 혼자 ‘공승연이 연극을 한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제가 엄청나게 뛰어난 연기자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으니. 이들과 같이 연기해도 되나? 나만 달라 보이면 어쩌지. 그런 걱정을 했다.”
Q. 우선, 확인부터. 인터넷에는 2011년 뮤지컬과 연극에 출연한 적이 있다고 나와 있는데.
▶공승연: “그러게요. 전 그런 적이 없는데. 그 정보 어떻게 지울 수 있나요?” (N위키에는 <포기와 베스>와 <리어왕>에 출연했다고 나와 있다. 수정이 필요할 듯.)
Q. <꽃의 비밀>은 연극 데뷔작이다. 소감은?
▶공승연: “관객들의 반응이 바로바로 오니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함께 하는 배우들이 대단한 선배님들이시다. 그런 분들과 무대에 서게 되어 처음엔 큰일 났다며 두려웠다. 그런데 몇 번 무대에 오르니 ‘오늘은 어떨까’ 기대된다. 공연이 끝나면 진이 다 빠진다. 너무 재밌다.”
Q. 연극을 하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는지.
▶공승연: “영화, 드라마, 그리고 연극까지 각각의 매력이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었다. 주위에 연극하는 사람도 많고, 연극을 보러 가면 멋있어 보였다. 연극을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 몰랐다. 감사하게도 장진 감독님이 대본을 주셔서 이번에 함께 하게 되었다.”
연극 '꽃의 비밀'
Q. 처음부터 모니카 역으로 정해진 것이었나? (이연희, 안소희, 공승연이 모니카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되었다)
▶공승연: “그렇다. 부담스러웠다. ‘미모 담당’이라고 나와 있으니. 이걸 어떻게 연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나. 대본을 깔깔거리면서 읽었다. 걱정도 되었다. 이걸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 직장검사(대장내시경) 장면이 나오는데 이걸 무대에서 어떻게 보여준다는 것이지? 처음 연습 갔을 때 감독님에게 이전 공연의 영상 같은 것 볼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런 것 보지 말라고 하시더라.”
Q. 멀티캐스팅 공연이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떻게 맞추었는지.
▶공승연: “매일 연습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호흡이 맞춰지더라. 첫 장면이 중요했다. 이 장면을 연습하다보면 뒤로 쭉 연결된다. 소피아가 처음 등장하고. 자스민도 나오고. 항상 같이 연습하며 티키타카를 펼친다. 많이 연습하다보니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어떤 소피아, 자스민을 만나도 익숙해졌다.” (특별히 잘 맞는 페어가 있다면?) “상대 배우를 신경 쓸 틈이 없다. 제 역할 하기에 바쁘다. 서로 같은 대사를 하면서도 배우들마다 느낌이 다르다. 누가 더 편하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선배랑 이렇게 가깝게 맞대는 느낌이 좋았다. 소피아에 맞춰 잘 따라가면 될 것 같았다. 어제 조재윤 선배를 마지막으로 모든 배우들과 한 차례 이상 공연했다. 매 조합마다, 매 공연이 소중하다.”
Q. 영화나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무대연기의 차이가 있다면.
▶공승연: “극장(공연장)에서 제 목소리를 체크하며 떨었다. 내 발성이 안 들리면 어떡하지. 저음인데 하이톤으로 밝게 발성을 해야 하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그 텐션을 유지할 수 있을까. 발성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 무대 공연이 처음이니. 어떻게 움직여야할지 모르겠더라. 감독님이 ‘승연이 연기 안 해도 돼.’라고 했다. 억지로 연기하려고 마음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공승연
Q. 지난 금요일 낮 공연에서 초반에 실수한 것 같기도 하고, 의도한 것 같기도 한 장면이 있었다. 대사가 많은 작품인데 실수한 적은 없는지.
▶공승연: “대사 실수는 크게 안하는 것 같다. 그날 공연에서 화장실 문을 열면서 조금 실수한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장면이 너무 재밌는 것 같아 한 번 더 했다. 그런데 이젠 안하기로 했다. 그런 실수보다는 돌발 상황이 있었다. 구두 밑굽이 러그에 걸렸던 것이다. 굽이 빠진 채 무대에 서 있었다. 바닥도 삐거덕 거리고. 식탁을 닦는 장면이 있는데 내가 (올리브)기름을 쏟으면 어쩌지 걱정이 되어 물티슈로 열심히 닦는다. 손에 힘을 주고, 뚜껑도 꼭 닫으려고 한다. 한 번 실수하면 계속 마음에 남게 된다. 그럴 경우 최대한 빨리 잊어버려야한다. 식은땀이 흐른다.”
Q. 공승연의 모니카는 어떤 매력이 있는가.
▶공승연: “극중에서 모니카는 대학시절 연극을 했고, 무솔리니 역할을 마지막으로 그만 둔 인물이다. 그런 게 모니카의 마음에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대에 대한 그리움, 연기자로 잘 되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끼를 숨기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간중간 중성적인 면모가 나온다. 감정기복이 있어 널뛰는 것이다. 다른 모니카에 비해 저음이기에 소리를 강하게 내고 싶었다. (안)소희처럼 사랑스럽게, 애교스러운 목소리가 안 나온다. 어떻게 저렇게 꿀이 뚝뚝 떨어질까. (이)연희 언니는 천상 배우이고, 따뜻함이 묻어난다. 저는 중성적인 면모를 부각시키고 싶다.”
Q. 걸그룹 연습생도 했으니. 뮤지컬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
▶공승연: “(단호하게) 아뇨. 뮤지컬을 좋아하고, 뮤지컬 하는 배우를 동경은 하지만. 하고 싶지는 않다. 음치, 몸치, 박치였는데 노력으로 살짝 극복했던 것이다. 그것도 안하니 다시 옛날로 돌아가더라. 노래 부르는 것이 무섭다. 많이 혼난 적도 있고. 남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힘들다. 저는 노래방 가는 것도 안 좋아한다. 물론 노래하는 장면 있으면 연습 열심히 한다. 춤추는 것 좋아한다. 막춤 추는 것도.”
Q. 이번 공연에서 선배 연기자들의 에너지를 좀 받았는지.
▶공승연: “매 순간 받는다 지난 금요일에 이어, 어제도 장영남 언니와 만났다. 선배들이 하는 대사를 듣고 있으면 감정이 확 온다.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다. 무대에서 연기를 할 때 의지하게 된다. 무대에 서면 항상 다르다. 그 날 그 날이, 매번 생각도 다르고, 대사로 다른 것 같다. 그게 신기하다.”
연극 '꽃의 비밀'
Q. 영화 <혼자 사는 사람>에서의 연기는 뜻밖이었다. 다양한 캐릭터를 맡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공승연: “그 작품 시나리오를 읽고 든 첫 느낌은 ‘왜 나를?’이었다. 내 이미지는 이게 아닌데. 그동안 주로 밝은 캐릭터를 연기했으니. 어떤 모습을 보고 제안을 했을까. 제안을 거절하려고 감독님을 만났다. ‘제 얼굴은 이게 상상이 안 된다.’고 이유를 많이 적어서 갔었다. 죄송하다고. 그런데 감독님이 이만큼 적어간 이유를 다 풀어주셨다. 감독님을 사랑하게 되었다. 너무 감사한 작품이다. 영화를 처음 하게 해주셨고, 저의 다른 모습을 보게 해주었다. 감독님도, 저도 잘 되었으면 하는 유대감이 있었다.” (영화 ‘핸섬 가이즈’는?) “그것도 제안이 들어왔을 때 ‘이걸 왜 나에게?’ 싶었다. 미팅 갔을 때 캐스팅보드에 이성민, 이희준 두 남자배우 밑에 제 사진이 있는 게 너무 신기했다. 영화라곤 <혼자 사는 사람들>밖에 안했을 때였으니.”
Q. 배경이 이탈리아이다. 이탈리아 가 본적은 있는지.
▶공승연: “하하 없다. 작품에 등장하는 브루노 계곡을 구글맵으로 보았다. 감독님이 보여주셨다. ‘이런 동네다’라며 포도밭도 보여주시고. 아마 그곳에 가 보시고 이 작품을 쓴 것 같다.”
Q. 장진 감독과의 인연은?
▶공승연: “2017년에 작품 때문에 미팅을 한 적이 있다. 최근에 일기장을 보니 그 때 장진 감독을 만났다는 내용이 있더라. 완전 신인 때였다. 그 이후 대학로에서 마주친 적도 있다. 간간히 연락도 오고. 이번에 작품하게 되어 기쁘다.”
Q. 장진 감독과 직접 작업을 해보니.
▶공승연: “연출가이며 각본도 직접 쓰는 분이다. 정말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글 너무 잘 쓰시고. 지금도 대본을 조금씩 수정하신다. 이번이 10주년 공연인데도 말이다. ‘내가 자기 전에 생각해 봤는데..’하면서 대사를 조금씩 고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다. 말을 다 듣게 된다. 홀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감독님은 관객이 언제 웃음을 터뜨릴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Q. 가족들은 이 작품을 봤는지.
▶공승연: “엄마는 극에 푹 빠져서 보았다. 조마조마 하면서 재밌다고 했다. 친구 분들 다 데려올 것이라며 티켓 구하더라. 아버지도 재밌게 보셨다고 했고. 동생(트와이스 정연)도 보고 갔다. 이번 작품 대사 욀 때 동생의 도움이 컸다. 내가 맡은 모니카 대사 말고, 자스민 역할 대사를 해주었다. 대본으로 볼 때보다 훨씬 재밌었다고 한다. 정연이는 녹음에서 계속 웃어서 집중이 안 되었다. 이번에 내가 좋은 선배들이랑 연기한 게 좋았다고 한다.”
공승연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공승연: “엄청난 배우가 되려는 생각은 없다. 칸에 가서 여우주연상 받아야지 하는... 높이 올라갈 거야 그런 생각은 안 했다. 흘러가는 대로, 할 수 있는 한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자. 갑자기 아플 수도 있고. 무너질까 봐 걱정인 것이다.”
Q. (장영남 연기를 봤었는데) 그렇게 웃길 경우, 웃느라 NG가 난 적은 없는가. 한 번 웃음이 터지면 전염성이 있잖은가.
▶공승연: “그렇다. 그래서 일단 연습할 때 많이 웃었다. 여러 방식으로 분장하면서 서로의 얼굴에 익숙해지려고 했다. 서로 최대한 웃겨서. 너무 웃느라 연습이 중단되기도 했다. 무대에서 이러면 안 된다고 연습할 때 많이 웃었다. 지금은 괜찮다. 충분히, 미리 웃었다.”
공승연 배우는 대학로 연극 <꽃의 비밀>의 모니카로 만날 수 있다. 내달에는 넷플릭스 시리즈로 만날 예정이다. “이광수의 여자 친구로 나온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어떻게 나올지 저도 기대된다.” (다른 작품은?) “지금 영화 <거인>의 김태용 감독의 영화 <넘버원>을 찍고 있다. 최우식 배우도 나오고. 따뜻한 가족이야기이다.”
“기회가 오면 또 연극을 하고 싶다. 일찍 공연장에 도착해서 빈 객석을 보는 게 너무 좋았다. 아마 이래서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무대가 정말 좋다.”
공승연이 ‘미모 담당’인줄 알았는데, 고생 담당인 장진 감독의 연극 <꽃의 비밀>은 5월 11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공연된다.
[사진=파크컴퍼니/바로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