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 - 분노
삼일절을 하루 앞두고 오늘 밤 11시 30분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역사의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한 편이 시청자를 찾는다. 위안부 피해자의 가슴에 한 맺힌 외침이 가득한 박수남 감독의 <침묵>이다.
박수남 감독은 1935년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조선인 2세이다. 그는 펜과 다큐멘터리로 침묵을 강요당한 약자의 슬픔과 비극, 해원하지 못한 과거를 끄집어낸다. 그가 돌아본 역사의 피해자는 강제징용 피해자, 원폭 피해자 등이다.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도 있다. 박 감독은 1994년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모임’을 결성하여 일본 정부에 대해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투쟁 지원에 나섰다. 1965년 '한일협정'에서 버림 받아온 조선인의 원폭 피해자 실태조사를 시작하고 ‘위안부’로 명명된 제국의 성 노예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왔다. 이 작품 이후 '위안부'에 대한 관심이 극도로 높아졌다.
<침묵>은 2016년 제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상영되어 용감한 기러기상을 수상했다. 그해 일본 영화잡지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베스트10에서 문화영화부문에서 6위에 오른 작품이다.
<침묵>은 2014년 속리산에서 이옥선 할머니와 감독이 재회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어 1989년 오키나와에서 배봉기 할머니를 기록한 영상, 1994년 일본에서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 15명의 피해자들의 활동을 보여준다. 할머니들 사이에는 조그만 체구로 장구를 치며 앞장서는 이옥선 할머니도 있다.
독립영화관 - 분노
박 감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그들이 살아온 시간을 있는 묵묵히 영상에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영화 속 피해자들은 단순한 역사적 증인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싸운 인물들로 그려진다.
박수남 감독은 1989년. 오키나와에는 당시 위안부 피해자로 유일하게 이름이 알려졌던 배봉기씨를 찾아가서 증언을 발굴하고 영상에 담은 작업을 시작했다. 그 작업은 자연스럽게 일본 정부의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는 투쟁이 되었다. 1990년대 들어 침묵을 깨고 투쟁에 앞장섰던 위안부 피해자들의 호소는 일본 사회를 뒤흔들었다. 피해자들은 스스로 한국위안부 피해자 모임을 결성해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일본 각지에서 증언 활동을 펼쳤다.
그 때 일본 총리관저 앞에서 울분을 터뜨리던 그 할머니들,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이 영상기록은 과거를 과거사로 끝맺음하지 못한 어리석고, 비겁한 사람들을 두고두고 손가락질 할 것이다. 피해자의 후손들 또한 그 역사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침묵>에서 피해자들은 오래된 사연과 고통을 기억의 심연에서 건져올린다. 우울하고, 먹먹하고, 안타깝고, 서글픈이야기들이지만 오늘날 ‘피해자의 후손’ 또한 그 역사를 배우고, 오래된 증언을 들어야하는 이유이다.
영화 마지막에는 이미 고인이 된 할머니의 사진이 차례로 등장한다. 여기에라도 그 분들의 이름을 남겨둬야 할 것 같다.
故 석복임 할머니 (1921-2004)
故 김경순 할머니 (1926-2016)
故 배족한 할머니 (1920-2004)
故 노청자 할머니 (1922-2004)
故 유복순 할머니 (1917-2002)
故 문옥주 할머니 (1924-1996)
故 길갑순 할머니 (1924-1998)
故 김분선 할머니 (1923-2005)
故 윤금례 할머니 (1922-2012)
故 권대임 할머니 (1922-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