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캐니언
지난 14일, ‘밸런타인데이’에 애플TV+(그리고 티빙)에서 재밌는 영화가 공개되었다. 마일즈 텔러와 안야 테일러조이가 주연을 맡은 <더 캐니언>(The Gorge, 감독:스콧 데릭슨)이다. 원제는 ‘협곡’이란 뜻이다. ‘에일리언’의 영원한 전사 시거니 위버도 나온다. 출연진만으로도 구미가 당기는 작품이다. 밀리터리 액션인 듯, 좀비물인 듯, 동서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음모극인 듯 다양한 장르가 변주된다 물론, 밸런타인데이에 어울리는 로맨스도 있다.
지구상 어디인지 모르는 첩첩산중을 지나 거대한 협곡이 버티고 있다. 이곳에 두 명의 최정예 저격수(스나이퍼)가 헬기로 배치된다. 협곡을 사이에 두고 동과 서의 감시탑에는 각자 자리를 잡는다. 미국의 전사 레비 케인과 러시아 측 리투아니아 용병 드라사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임무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 격리된 곳에서 기묘하게 배치된 상황에서 며칠 관찰한다. 이곳은 오래 전부터 한쪽은 서방측이, 또 다른 쪽은 소련(러시아)이 맡아 협곡 밑을 감시하는 것이다. 물론, 무엇을 감시하는지 모른다. 서로가 망원경과 야시경으로 상대의 동태를 살피다가, 어느 날 케이블을 만들어 이동한다. 그리고 둘은 친밀한 동지가 된다. 그리고 절벽을 기어오르면 습격하는 괴생물체! 협곡의 비밀에 접근하게 된다. 이곳은 오래 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즈음 동과 서가 함께 비밀 생화학무기를 개발하고 있었고, 끔찍한 누출사고가 발생하면서 인간과 생물(동물과 함께 식물조차!)의 이종결합체가 탄생하여 좀비처럼 어슬렁거리게 된다. 레비와 드라사는 살아남기 위해 손을 잡고 ‘할로우맨’과 서바이벌 게임을 펼쳐야한다. 물론, 미국 정부는 비밀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을 제거할 것이다. 레비와 드라사는 협곡에서 마지막 소멸 작전을 펼치게 된다.
동서진영의 대립과 봉합, 그리고 오랜 기간 지속되는 국가기밀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세상과 완벽하게 격리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비밀연구는 ‘51구역의 외계인 해부’만큼이나 흥미롭다. 영화는 장거리 저격에 나서는 스나이퍼의 활약에서 곧바로 협곡의 모험담으로 이어진다. 군사적이며, 과학적인 사투가 펼쳐질 이 공간에서 가끔 ‘문학적’인 즐거움도 있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전작을 떠올리게 하는 체스(퀸스 갬빗)와 드럼놀이(위플래쉬)는 의외의 즐거움을 더한다.
여하튼 <더 케니언>에는 귀여운 로맨스와 ‘스나이퍼’ 밀리터리 액션,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변종 크리처의 공격 등 다채로운 재미가 뒤섞여 예상 못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스콧 데릭슨 감독은 <헬레이저:인페르노>, <에밀리 로즈의 엑소시즘>, <인보카머스> 등 평가하기 곤란한 호러물과 클래식SF <지구가 멈추는 날>의 리메이크작품, 마블 작품으로서는 손꼽히는 재미를 안겨준 <닥터 스트레이지>를 연출했었다.
▶더 캐니언 (The Gorge) ▶감독: 스콧 데릭슨 ▶출연: 마일즈 텔러, 아냐 테일러조이, 시거니 위버 ▶공개: 2025년 2월 14일 (애플TV+/티빙 애플TV+ 브랜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