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진영과 다현이 주연을 맡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대만 영화의 한국판 리메이크작으로, 2002년 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던 춘천을 배경으로 청춘의 찬란한 순간을 그린다. 원작이 가진 보편적인 첫사랑의 감수성을 2000년대 초반 한국의 고등학교 교실로 옮겨와, 입시의 중압감 속에서도 피어나는 우정과 설렘을 담아낸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의 정서를 한국화하는 과정에서 다소 게으른 선택을 노출한다. 춘천이라는 구체적인 지명을 배경으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만이 가진 독특한 풍광이나 정서를 녹여내기보다는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의 전개를 따른다. 어느 교실에나 있을 법한 인물 군상과 익숙한 사건들은 관객에게 편안한 공감을 주지만, 동시에 리메이크작으로서의 독창적인 해석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현이 연기한 오선아와 진영의 구진우는 그 시절 우리가 꿈꿨던 순수한 청춘의 이미지를 훌륭히 구현한다. 거친 현실과 어두운 기억보다는 반짝이는 설렘에 집중하는 이 영화의 태도는, 첫사랑을 인생의 가장 큰 사건으로 기억하는 이들에게 뭉클한 향수를 선사한다. 비록 입시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그 시절의 우정과 사랑은, 시간이 흘러 잊히거나 변해버린 우리 각자의 청춘을 다시금 소환하게 만든다. (PJH.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