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17' 간담회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2관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에 출연한 해외 연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과 나오미 에키(나샤), 마크 팔로우(케네스 마샬), 스티브 연(티모), 그리고 프로듀서 최두호와 이번 영화 스크립트 번역과 언어 코디네이터로 참여한 최성재가 참석했다. 주인공 ‘미키’를 연기한 로버트 패틴슨은 지난 달 미리 한국을 찾아 한 차례 홍보활동을 펼쳤었다.
<미키17>은 <기생충>이후 6년 만에 내놓는 봉준호 감독이 신작이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소설을 봉 감독이 시나리오로 옮겨 영화화한 것이다. 원작은 재생불능의 상태가 된 지구를 떠나 광활한 우주로 식민지 개척을 나서는 인류의 이야기를 다룬다. 미지의 우주탐험에서 위험한 임무를 도맡아하는 존재가 ‘엑스펜더블’이다. <미키17>은 ‘익스펜더블’ 미키 반스의 열일곱, 혹은 열여덟 번의 삶과 죽을 ‘봉준호스럽게’ 다룬다.
2015년, <어벤저스2> 홍보를 위해 한 차례 한국을 찾았던 마크 러팔로는 “한국을 다시 찾게 되어 기쁘다. ‘어벤저스’때 한국 팬들의 열광적인 환대를 받았었다. 그 때 로다쥬가 질투할 정도였다. 그분이 그럴 분이 아닌데 말이다. 가장 위대한 현역 감독 중 한 사람인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하였고, 그의 나라에 오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미키17' 간담회
봉 감독은 마크 러팔로에게 우주행성의 독재자 케네스 마샬 역할을 맡긴 것과 관련하여 “저는 배우의 이상한 면을 보는 경향이 있다. 마크 러팔로는 그동안 한 번도 악역을 하지 않았다는 게 신기했다. 그런 첫 번째 기회가 저한테 온 게 기쁘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내주었을 때 당황하시더라. 그가 이 역할을 하면 너무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독재자의 위험한 모습, 무섭기만 한 게 아니라 대중을 휘어잡는 기묘한 매력에 귀여운 구석도 있다.”고 말했다.
마크 러팔로는 “출연제의를 받고 놀랐다. 저를 믿고 선택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 리뷰를 아직 읽지 않았다. 어떻게 나왔는지 겁도 난다. 영화의 취지에 맞게 연기하는 게 배우에게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오미 에키는 미키의 애인 나샤를 연기한다. “제가 맡은 나샤는 진정성 있고 진실한 사람이다. 다른 캐릭터들은 비밀을 갖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데 나샤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연기하면서 신이 났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키17' 간담회
봉 감독은 나오미 에키에 대해서 “마크 러팔로의 독재자에게 엄청난 에너지로 소리 지르는 역할이다. 목소리 하나로 제압하는 배우이다. 휘트니 휴스톤 전기 영화에서 역사적인 가수를 연기했었다. 그가 총과 칼이 하나로 목소리 하나로 독재자를 제압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런던 시사회 때 관객들이 그 장면에서 박수세례를 보내더라. 그런 배우를 알아본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스티븐 연은 <옥자>에 이어 다시 한 번 봉 감독 영화에 출연한다. 미키 반스를 구렁텅이로 내몬 티모 역할이다. 봉 감독은 “이 영화가 땀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인간의 영화로 만드는 게 목표였다. 티모라는 인물은 배바지를 입고 있다. 그런 옷차림으로 사채업자에 쫓기는 연기라니. 스티븐 연이라면 그런 진기한 SF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키17>은 휴먼 프린팅이라는 첨단 기술이 등장한다. 위험한 인물이 임무 중 사망(혹은 해체, 소멸)되면 저장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피지컬이 프린팅 되는 것이다. 이런 설정에 대해 봉감독은 “복제인간, 클론, 레플리칸트 같은 이야기는 많은 SF 작품에서 다뤄졌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념이 조금 다르다. 휴먼 프린팅은 여러 유기물을 이용해서 사람을 출력한다. 마치 사무실에서 HP(휴렛패커드) 프린터로 서류 출력하듯이. 그런 희비극이 드라마와 조합된다. 그렇게 나온 존재는 기존의 복제인간과 다른 모습이다.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하는 미키들은 ‘얼빵’하다. 착하지만 ‘찐따’같다. 손해보고 다니는 청년의 모습이다.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너무나 평범한, 가련한 청년이 계속 출력되는 것이다. 이미 그 부분에서 기존의 SF와 다르다.”고 소개했다.
'미키17' 간담회
스티븐 연은 “이 작품은 <성난 사람들> 뒤에 찍은 것이다. 자신의 어두운 면까지 포용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본을 읽으면서 모두가 티모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타인의 시각을 무시하며 살지는 못한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그런 티모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전체적으로 재밌었다.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봉 감독님의 비전을 봤을 때 저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케네스 마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는 것과 관련하여 마크 러팔로는 “감독과 그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좀 많이 했었다. 과거의 누구이고, 과거에 어떤 일을 벌였는지에 대해. 하지만 특정해서 어떤 인물을 연상시키지 않기를 바랐다. 전형적인, 쩨쩨한 독재자를 생각했다. 오랜 세월 봐왔던 그런 이미지를 가졌다. 자기 이익만 원하고, 연약한 자아를 가진, 그래서 실패하는 다양한 인물이 투영되었다고 본다. 대사를 할 때도 악센트 방식에서 해석의 여지가 있게 했다. 전 세계 모든 지도자, 과거의 지도자를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모르지만 예언자처럼 그런 인물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럼 소름 끼치게 누군가와 닮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베를린영화제에서 많은 기자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중 이탈리아에서 온 기자는 ‘무솔리니가 분명해’라고 이야기하더라. 마크가 이야기한 것처럼 역사적으로 존재한 다양한 정치적 악몽의 독재자 모습이 녹아져 있다. 그래서 아마 여러 나라에서 각자의 상황을 투사해 보는 것 같다. 1980년 대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부부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나오미 에키는 영화의 결말과 관련하여 “시대의 변혁기에 최고의 지도자는 영광이나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다. 진정한 영웅은 다른 사람의 공감과 사랑에 의해 움직인다. 결국 그런 사람이 이기게 된다. 그런 시대에 사는 나샤와 미키는 큰 그림을 이해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게 매력적이다.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일을 하는 게 놀라운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영웅적인,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노력하다 보면 갑자기 커다란 눈사태가 일어나듯이 큰일을 만들어낸다. 이야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키17' 간담회
한편, 이날 그동안 작품을 통해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풍자적으로 묘사했던 봉준호 감독에게 현재의 계엄령 사태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봉 감독은 “처음 그 소식이 전해졌을 때 괜찮은지 안부를 묻는 연락이 왔었다. (한국 소식이라면) 로제의 노래 ‘아파트’가 차트 몇 위냐 하는 소식이 나올 때 갑자기 계엄령 때문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며서 “시민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볼 때 계엄령 사태는 이미 극복되었다고 생각한다. 남은 것은 법적, 상식적 절차”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은 "설레는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극장으로 달려가는 흥분이 시네마의 가장 소중한 부분일 것이다. <미키17>은 우주선이 날아다니고 수만 마리의 크리퍼가 등장하는 스펙터클한 면도 있지만 배우들의 풍부하고 섬세한 뉘앙스도 느낄 수 있다. 대형 화면에서 보는 배우들의 얼굴 자체가 스펙터클이다.“고 말했다.
'미키17'은 오는 28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한다. 북미 개봉은 한 주 뒤인 3월 7일이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