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탈리스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가장 유력한 후보작으로 손꼽히는 <브루탈리스트>는 홀로코스트라는 인류사적 비극을 통과한 한 천재 건축가의 삶을 215분이라는 압도적인 서사로 그려낸다. 헝가리 출신 유태인 라슬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가 전후 뉴욕에 도착해 겪는 고난과 성취는, 단순히 개인의 성공담을 넘어 시대의 광기와 자본주의의 잔혹함을 관통하는 거대한 파노라마와 같다.
영화는 70mm 필름의 질감만큼이나 묵직한 실존적 질문을 던진다.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계승한 라슬로는 필라델피아의 부유한 사업가 밴 뷰런(가이 피어스)을 만나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설계할 기회를 얻지만, 그 과정은 창작의 희열보다는 상실의 고통과 트라우마에 더 가깝다. 15분의 인터미션이 포함된 독특한 구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이 겪는 시간의 무게를 체감하게 하며, 기울어진 채 등장하는 자유의 여신상처럼 뒤틀린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를 목격하게 만든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고뇌하는 예술가의 신경증적인 면모와 생존자의 슬픔을 소름 끼치도록 완벽하게 연기해 낸다. 브래디 코벳 감독은 '브루탈리즘'이라는 건축 양식을 통해 거칠고 가공되지 않은 인간성의 민낯을 드러낸다. 제목이 지칭하는 '브루탈리스트'는 단순히 콘크리트를 다루는 건축가가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고 예술을 권력의 도구로 삼는 잔혹한 이들을 향한 중의적인 표현일지 모른다. 역사적 비극조차 개인의 아픔을 완전히 덮을 수 없음을 증명하는 이 영화는, 2025년 극장가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장엄한 성찰의 기록이다. (PJH.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