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 재개관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재홍)은 새롭게 단장한 선사고대관을 15일(토)부터 공개한다. 이번에 문을 여는 [선사고대관 구석기실~고구려실]은 2023년부터 2025년에 걸쳐 진행한 선사고대관 개편 사업의 성과물이다. 개관에 앞서 오늘 오전, 재단장된 전시실에 대한 언론설명회 행사가 열렸다.
박물관 1층 로비에서 열린 행사에서 김재홍 관장은 “박물관이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1층에 위치한 선사고대관을 개편하면서 ‘삶의 흔적, 역사가 된다’로 주제를 삼은 것은 그동안 왕과 국가중심의 역사 전시에서 탈피하여 ‘삶과 생활’을 보여주는데 역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박물관 측은 이번 선사고대관 개편에 대해 몇 가지 특징을 밝혔다. 고고학 자료와 물질문화 전시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 기법을 고도화하고 전시품 관련 영상, 그래픽도 대폭 확충하였다. 또한 관람객들의 관심이 많았던 고구려실을 기존 면적 보다 1.7배 확대하고, 새로운 발굴 자료를 대폭 전시하여 흐름과 구성을 보강하였다. 더불어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친절하게 설명 체계를 구성하고 시대 간 연계성도 높여 관람객들이 전시를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존의 시대순으로 관람 동선을 구성한 것과 달리 관람객이 자신의 관심사와 전시 경험 등에 따라 선사 영역 전시(구석기, 신석기, 청동기)와 고대 영역 전시(고조선˙부여˙삼한, 고구려, 백제, 신라)를 선택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 재개관
구석기시대는 수십만 년 전부터 일만 년 전까지에 해당하는 긴 기간이며, 빙하기와 간빙기가 번갈아 찾아오던 때이다. 이번 개편에서는 다양한 영상 자료를 활용하여 구석기시대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신석기실에서는 움집의 삼차원 재현 연출, 동삼동 패총 투사 영상, 가덕도 무덤 연출 등이 마련되었다.
청동기실에서는 최초의 금속인 청동으로 도구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으며 마을과 집단이 커져가는 사회적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부여 송국리 무덤 진열장 등이 청동기시대 사회 모습이 어떠했을지 잘 보여준다.
고대 영역 전시는 고조선˙부여˙삼한실부터 시작한다. 최초의 국가 고조선을 강조하여 비파형 동검 문화부터 세형 동검 문화에 이르는 정교하고 세밀한 청동 전시품이 집중 전시되었다. 고조선 멸망 전후 등장한 여러 나라에 해당하는 부여, 옥저, 동예와 낙랑 문화를 소개하고, 삼한(마한˙진한˙변한)이 고대 국가로 발전하여 가는 과정도 살펴볼 수 있게 구성하였다. 아울러 철기의 제작과 창원 다호리 통나무 목관의 설치 과정에 대한 영상도 마련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 재개관
개편 전시는 고구려실에서 마무리된다. 기존 보다 1.7배 커진 공간에서 고구려의 역사 흐름에 따른 전시 구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고구려 자료를 적극 정리, 활용하고 서울대학교박물관 등 외부기관 소장품도 전시하여 신규 전시품을 대폭 늘렸다. 처음 전시되는 고구려 장수의 갑옷은 고구려 남진의 요새였던 경기도 연천 무등리 보루에서 출토된 것으로 삼국 간의 전쟁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료이다. 또한, 핵심 전시품이라 할 수 있는 무덤 벽화 모사도는 특화 전시 공간에서 선보이며 디지털 실감 영상관과의 연계성을 높였다. 2024년 1월 처음 선보인 광개토대왕릉비 탁본(디지털 복원본)을 상설전시할 수 있는 전용 공간도 마련하여 5세기 초 강성했던 고구려의 위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청명(靑溟) 임창순 선생이 소장하던 원석탁본첩이 한 쪽 벽을 가득 채운다. 로비에 있는 디지털 광개토대왕릉비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웅장한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 개편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어린이들의 시각에서 전시 내응을 이해할 수 있는 ‘배움 공간’을 상설전시 최초로 도입하였다는 점이다. 선사 영역에 2곳, 고대 영역에 2곳 마련하였다. 전시실의 주요 전시품인 뗀석기, 농경문 청동기, 철제 도구의 활용, 고구려 무덤 벽화 등 다양한 역사 문화유산을 흥미롭게 체험하며 배울 수 있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모두를 넘어 시대와 가치를 이어주는 융합의 박물관으로 우뚝 서기 위하여, 선사고대관 개편 과정에서 박물관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담으려 노력하였다.”라며, “선사고대관을 관람하며 관람객들이 역사를 머나먼 과거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흔적도 인류의 역사가 된다는 점을 되새겨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