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
한류스타 송혜교가 <두근두근 내 인생>이후 11년 만에, 중국영화 <태평륜>이후 8년 만에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오늘(24일) 개봉하는 오컬트 무비 <검은 수녀들>이다. 2015년 개봉된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이번엔 수녀들이 구마의식에 뛰어든다. ‘가을동화’에서 ‘태양의 후예’까지 영원한 멜로의 여신일 것 같은 송혜교는 넷플릭스 <더 글로리>를 거치며 장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송혜교 배우를 만나 멜로와 오컬트, 그냥 스타와 우주 대스타의 차이를 물어보았다.
“개봉을 앞두고 진행되는 홍보 현장이 더 많이 바뀐 것 같다. 현장에서 ‘선배님 어서 오세요’하는 게 어색하기도 하다.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친밀해지려고 노력한다. 요즘 만나는 후배들은 다들 붙임성이 너무 좋다. 첫 인사로 ‘같이 일해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 감사하다.”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Q. 전여빈 배우와 수녀 연기를 펼친 소감은.
▶송혜교: “작품을 통해 너무 좋은 배우, 너무 좋은 동생을 만났다. 이렇게 순수할 수가 있을까. 영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샤이한 줄 알았는데 연기 이야기만 하면 돌변한다. 배운 게 많다. (전)여빈이는 표현을 잘하는 친구다. ‘좋은 것, 예쁜 것, 그리고 그날 느꼈던 마음들을 촬영 끝나면 문자로 보내준다. 시(詩) 같다. 예쁘고 위로가 된다. 저는 툭툭 던지는 식인데, 그렇게 해줄 때 너무 행복하더라. 나도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고 생각했다.”
영화 '검은 수녀들'
Q. 자신이 맡은 ’유니나 수녀‘에 대해 어떻게 해석했는지.
▶송혜교: “전여빈이 연기한 미카엘라 수녀는 자기의 트라우마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유니나 수녀는 자신에게 닥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살았던 인물이다. 쉽게 흔들리지 않고, 반응하지 않는다. 일찍 인정했기에 그렇다. 그래서 큰 감정 변화가 없다. 그런 수녀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다. 마지막 구마 신을 위해, 앞부분에 나오는 장면에서는 조금 (감정을) 누르는 부분이 있었다.”
Q. 오랜만에 스크린에 나온 자신의 모습을 보니 어떤가.
▶송혜교: “어렸을 때는 작품과 나의 연기를 봐야하는데 그러질 못했던 것 같다. ’얼굴이 예쁘게 나왔나‘ 그걸 봤던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예쁘고 싶긴 하지만 이젠 그게 첫 번째는 아니다. 내가 표현한 게 잘 담겼는지 보게 된다. 내가 예쁘게 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구마 장면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에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내게) 이런 표정이 있었네’ 싶더라. 제가 이 영화에 끌린 것은 신념이 다른 두 여인이 하나가 되어, 한 목적으로 달려가는 그 연대가 좋았다. 한 아이를 살리려는 것이다. 가족들이 설 명절에 함께 보기에 좋다. 무서워서 못 보겠다는 친구에게 ‘오컬트 영화로 입문하기 딱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송혜교
Q. <더 글로리>로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 이번 작품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송혜교: “하면서 재밌었다. <검은 수녀들>에서 내가 해야 할 몫은 다 끝났다. 이제는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시냐만 남았다. 그 다음을 생각한다. 새로 시작하는 작품을 열심히 할 것이다. 과거는 지나간 것이고, 미래도 궁금하지 않다. 지금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지금은 홍보를 열심히 할 참이다.”
Q. 구마의식 장면을 보자면 말과 말의 싸움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 가야한다.
▶송혜교: "그 장면에서 악령과 나누는 말은 평소 쓰지 않는 말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연습할 때 어색했다. 현장에서 배우들과 연기를 펼치며 감정을 넣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영화는 현장에서 함께 만들어내는 시간이 많다. 내가 생각한 앵글이 아니어도 감독과, 촬영감독과 같이 상의하며 더 잘 보이게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현장에서는 감독, 배우뿐만 아니라 카메라팀, 조명 등 다들 욕심이 있으니까. 그러면 각자 방식으로 찍어보고 좋은 걸 고르면 된다. 할 수 있는 시도를 여러 가지 해봤다.“
Q. 장르 연기를 해보니 어떤가.
▶송혜교: “재밌었다. 그렇다고 멜로가 싫다는 것은 아니다. 멜로를 했기에 오늘의 송혜교가 있을 수 있었다. 그런 작품들이 감사하기는 하지만 한 작품이 잘 되면 비슷한 대본이 많이 들어온다. 어릴 때 ‘이런 게 잘 되었으니, 이제 다른 것도 하면 잘 될 거야’라고 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는 이별이든 아픔이든 다르겠지만 결국 다 사랑이다. 표현하는데 있어 저도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저조차 재미가 없다고 생각되면 보시는 분들은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타이밍 좋게 <더 글로리>를 만난 것이다. 그 작품으로 용기를 얻었고, 연기에 대한 재미도 느꼈다. 다른 것에 도전하는 용기도 얻었다. 그렇게 이번 <검은 수녀들>을 하게 되었다.”
Q. 극중에서 담배 피는 장면만으로도 파격적이었다.
▶송혜교: “20대에 담배 피는 캐릭터 제의가 있었는데 안 했었다. 어린 마음에 그랬다. 그래도 술은 하니까. 나쁜 것은 하나만 하면 된다는 마음이 있었다. <어둠의 수녀> 시나리오 받고 그냥 하나, 담배 장면을 빼달라고 할까 고민했다. 그 장면을 빼버리면 유니나의 자유로운 수녀 표현이 잘 안 될 것 같았다. 담배 피는 장면에 대해서는 흡연자는 단번에 알아본다고 한다. 그래서 6개월 전부터 담배 연습을 했다. 첫 장면이 흡연 신이다보니 그 장면부터 가짜로 보이면 유니나의 모든 모습이 가짜로 보일 것이다. 무당 친구랑 절벽에서 담배 피는 장면을 찍을 때 아침에 연달아 다섯 개비를 피니 정말 절벽에서 떨어질 것 같더라.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송혜교
Q. 예능에서 좋아할 ‘원석’이다. 신비주의를 견지할 것인가.
▶송혜교: “나를 완전히 내려놓고 예능을 한다면 아마 다시는 멜로를 못 할 것이다. 그 영화를 보시는 분이 집중을 못할 것 같다. 그래도 가끔 예능에 출연한다.”
Q. 핫한 연기자 ‘송혜교’ 기사를 대하는 자세는. SNS에선 항상 화제가 되고 있다.
▶송혜교: “좋은 기사가 많이 나오면 좋죠. 배우 송혜교보다 사람 송혜교도 나오는 게. 기사가 무서울 때도 있다. 기운이 다운될 때도 있고. 그런 게 부담스럽다면 이 일을 하지 말아야죠.”
Q. 데뷔 초기에는 예능을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송혜교: “<순풍산부인과>하면서 저를 빨리 알려야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때 보이는 것이 그 드라마뿐이었으니. 그 작품이 사랑을 많이 받아서 예능 쪽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그 당시엔 저를 알리기 바빴다.”
Q. <더 글로리>이후 변화가 있었다면?
▶송혜교: “<더 글로리> 이후 들어오는 작품이 많아진 것 같다. 장르도 예전과 달라졌다. 확실히 멜로보다 다른 쪽이 많다. 코믹이나 무거운 장르 쪽이 있다. 코믹을 너무하고 싶다. (코믹 액션물은?) ”힘들 것 같기는 한데, 재미있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코미디는 정말 해보고 싶다.“
Q. 작품을 하며 드라마 작가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송혜교: “노희경 선생님과는 ‘천천히 강렬하게’로 세 번째 같이 한다. 너무나 럭키하다고 생각한다. 감사하죠. <그들이 사는 세상>과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너무 좋았었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개인적으로 지혜로운 길로 갈 수 있게끔 항상 좋은 이야기해 주신다. (‘더 글로리’의) (김)은숙 언니는 친구같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편한 사이이다.사적으로 기대는 언니이다.” *노희경이 극본을 쓴 넷플릭스 오리지널 ‘천천히 강렬하게’는 송혜교와 공유가 연기를 펼친다**
Q. <천천히 강렬하게>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나.
▶송혜교: “그쪽에서 이야기 조심해달라고 해서. 색깔이 다르다. 성격도 이전 캐릭터와 다를 것이다.”
Q. 자신을 향한 대중의 관심에 대해. 오해나 편견이 있다면.
▶송혜교: “사람들이 나를 새침데기로 많이 보더라.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여자 같다는 말도 하고. 자기만 생각하거나, 차가운 느낌을 가진 사람으로 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그래서 이번에 브이로그(‘다비치’ 강민경이 진행하는 ‘걍밍경 유튜브’)에 나간 것이다. 보시고 송혜교는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다.”
송혜교
Q.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한 인간 송혜교의 모습이 있다면?
▶송혜교: “물론, 브이로그에서 덜 보여줬다. 나에겐 더 자유스러운 모습이 있다. 민경이는 은근 욕심을 내는데. 일단 자중해라고 말했다.”
Q. 댓글.. 미담. 송혜교. 나이 들어가면서. 이건 놓치지 말고 지켜야
▶송혜교: “나이 들어가면서 두려운 것은 없다. 나만 늙는 게 아니니까. 나도 20대, 30대, 그리고 지금 40대이다. 물론 얼굴을 보여주는 일을 하니까 더 더디게 가려고 하는 노력은 한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모습과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도 별로 궁금하지 않다. 현재가 제일 중요하다. 지금 열심히 하고, 인간으로서 지혜롭게 살면, 미래도 잘 살 것이다. 어릴 때는 욕심이 많았고, 남의 자리가 커 보이기도 했다. 항상 남의 시선을 생각했고, 친구들과 가족, 사랑하는 사람을 늘 첫 번째로 생각했었다. 이제 내가 첫 번째인 삶을 살려고 한다. 엄마도 두 번째가 되었다. 여태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러니 제가 더 커진 느낌이 든다.”
[사진=U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