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비밀’
2008년 국내 개봉 당시 대만 영화의 저력을 확인시켰던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주걸륜이라는 천재적 아티스트가 빚어낸 음악적 판타지의 정점이었다. 17년의 세월을 넘어 서유민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된 한국판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오리지널의 서정적인 골조를 유지하면서도 한국적 로맨스의 색채를 덧입히는 데 주력했다.
영화는 독일에서 귀국한 음대생 유준(도경수)이 철거를 앞둔 낡은 연습실에서 정아(원진아)를 만나며 시작된다. 신비로운 선율에 이끌린 만남은 곧 운명적인 사랑으로 번지지만, 정아의 존재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유준을 혼란에 빠뜨린다. 서유민 감독은 원작의 샤오위가 가졌던 병약하고 수동적인 이미지 대신, 보다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정아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서사의 맥락을 보강했다. 도경수와 원진아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풋풋한 청춘의 감성을 담아내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물론 오리지널이 남긴 아우라는 거대하다. 단수이의 고풍스러운 풍광과 주걸륜의 압도적인 피아노 배틀이 선사했던 시각적, 청각적 충격을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한국판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LP판의 아날로그적 정서와 ‘매일 그대와’ 같은 삽입곡을 활용해 복고적 감수성을 자극한다. 특히 도경수와 배성우가 보여주는 부자간의 코믹한 호흡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음악 영화에 예상치 못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 영화의 핵심은 결국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판타지적 인연에 있다. 리메이크작은 맥락의 개연성을 높이려 노력했지만, 때로는 설명되지 않는 모호함이 더 큰 매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처폰과 LP로 상징되는 그 시절의 순수한 정서를 다시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클래식한 사랑의 본질을 되새기게 하는 이 작품은 관객들로 하여금 가슴 한구석에 묻어두었던 각자의 비밀을 꺼내 보게 만든다. (박재환.2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