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영화사나 호러영화 사이트에 클래식 걸작으로 공인된 독일 F.W.무르나우 감독의 무성영화 <노스페라투>(1922)가 100년이 더 되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되었다. <노스맨>으로 북유럽 중세신화를 스크린에 재현한 로버스 에거스 감독은 이번에는 ‘트란실바니아 카르파티아 산맥의 고성’에 은둔한 뱀파이어 백작을 깨워 독일로 데려온다. 그렇다! 이 영화의 오리지널의 오리지널은 브롬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1897)이다.
‘노스페라투’는 브롬 스토커의 소설 속 등장인물의 이름을 바꾸는 것으로 전설을 시작했다. 드라큘라 백작은 올록 백작으로, 그를 찾아가는 변호사 조나산 하커는 토마스 후터로, 후터의 연인 미나는 엘렌이 된다. 그리고 반 헬싱 박사는 폰 프란츠 박사로 등장한다.
영화의 시작은 소녀 엘렌이 초자연적 존재와 감응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1838년. 엘런은 토마스 후터와 결혼하고 비스보르그(Wisborg/Wisburg)에 살고 있다. 토마스는 부동산중개상 노크의 지시로 올록 백작과의 부동산 매매계약을 위해 먼 길을 떠날 예정. 불길한 예감이 든 엘런은 만류해 보지만 토마스는 걱정 말라며 엘런을 친구 프리드리히에게 부탁한다. 트란실바니아의 카르파티아 산맥의 으스스한 올록 백작의 고성에 도착한 토마스는 몽롱한 상태에서 기이한 계약서에 서명한 뒤 유폐된다. 가까스로 성을 탈출한 토마스는 엘렌 곁으로 돌아오지만, 뱀파이어 올록이 이곳으로 이사한다. 숙면을 취할 ‘관’을 들고, 쥐들과 함께.
F.W.무르나우 감독의 <노스페라투>는 브롬 스토커의 그 유명한 고딕호러 소설 <드라큘라>를 영화화 것이다. 무르나우는 원작자(브롬 스토커)의 동의 없이, 저작권 침해로 걸작 <노스페라투>를 만들었던 것이다. 영화는 워낙 무섭게 만들었다는 소문가 함께 세계 곳곳에서 인기리에 상영되었다. 그 과정에서 자막이 다양하게 제 멋대로 달린다. ‘올록’이라고 나오는 것도 있고, ‘드라큘라’로 나오는 것도 있다. 상영되는 곳의 편의에 따라 캐릭터의 인물이 제각각이 된다. 그러다가 스토커의 유족이 소송을 걸었고 모든 프린트는 소각 명령을 받는다. 그런데 이미 세계 곳곳에 뿌려진 필름 중 ‘살아남은’ <노스페라투>가 ‘흑백무성 걸작호러’로 대접받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명만큼이나 혼란을 준 것이 지명이다. 이 영화 최고의 미스터리인 ‘위스보그’. 독일에는 그런 곳이 없다. 그리고 또 많은 프린트에는 ‘브레멘’이 등장하는데 정작 브레멘은 바다를 접하지 않는다. F.W.무르나우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드라큘라’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소송을 피하려고) 뱀파이어의 최후 장면을 신박하게 만든다. 소설에서는 조나선이 백작의 목을 자르고, 모리스가 심장에 칼을 깊이 박는데, 무르나우는 엘렌이 해가 떠오를 동안 백작을 껴안고 있다. 뱀파이어가 햇빛에 치명적이라는 신화는 이때부터 생긴 것이다. 에거스 감독은 ‘2024년 버전’에 대해 ‘뱀파이어를 끝장내는 것은 햇빛이 아니라 ’아침의 순수함‘이라는 더 신박한 해석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리지널 노스페라투 이야기를 하난 더 하자면 제작자와 감독, 주연배우(막스 슈렉)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었고, 그 때의 경험이 영화에 투영되었다고 한다. 특히 전염병의 매개체 ‘쥐’는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1917>의 참호를 떠올리면 그 악몽을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영화는 ‘뱀파이어’의 전설과 ‘전염병’의 공포가 뒤섞인 드라큘라 신화를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클래시컬하게 스크린에 재현한다. 로버트 에거스 감독은 이와 더불어 원작에 깔려있는 에로틱한 감수성을 놓치지 않는다. 엘런과 뱀파이어의 기이한 결합은 독창적 섹슈얼리티를 형성한다. 특히나 감독은 그동안 뱀파이어가 항상 하얀 목을 깨물던 신화에서 탈피하여 가슴을 물어뜯는 진화를 보여준다. 이 또한 신박한 에로티시즘.
유튜브에서 만나볼 수 있는 무르나우의 클래식 <노스페라투>를 본 사람, 그리고 수많은 <드라큘라>를 즐긴 사람이라면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노스페라투>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드라큘라> 이야기를 좀 더 알고 싶다면 넷플릭스가 BBC와 만든 3부작 <드라큘라>를 권한다.
개봉할 때까지 끝까지 그 모습을 감추려 했던 올록 역에는 <그것>에서 페이와이즈와 <존 윅4>에서 그라몽 후작을 연기했던 스웨덴 출신의 빌 스카스가드가 맡았다. 아버지와 형도 영화배우이다. 엘렌을 연기한 릴리 로즈 뎁은 조니 뎁의 딸이다. 배우들이 다들 고전적인 호러캐릭터를 연기한다는 느낌을 준다.
▶제목: 노스페라투 (Nosferatu) ▶감독: 로버트 에거스 ▶원작: F.W.무르나우 영화 <노스페라투>(1922)/ 브램 스토커 소설 <드라큘라> ▶출연: 빌 스카르가드(올록 백작/드라큘라), 니콜라스 홀트 (토마스 후터/조나산 하커), 릴리 로즈 뎁 (엘렌 후터/미나 하커), 애론 테일러 존슨(프레드리히 하딩/아서 홈우드), 윌럼 데포(폰 프란츠 박사/반 헬싱), 랄프 이네슨(시버스 박사/존 시워드), 사이먼 맥버니(노크/ 렌필드) ▶개봉:2025년1월15일/청소년관람불가/132분
[사진=유니버설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