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청자의 기대 속에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지난 달 26일 공개되었다. ‘시즌1’에 이어 다시 한 번 글로벌 빅 히트를 기록 중이다. 시즌2에서 새로이 ‘죽음의 게임’에 참여하는 인물로 임시완이 합류한다. 임시완은 암호화폐 투자를 적극 권하는 유튜버 명기를 연기한다. 그이 말만 듣고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빚쟁이와 구독자를 피해 도망 다니다가 딱지맨을 만나 섬으로 향하게 되고, ‘333번’을 배정받는다. 그런데 그곳에서 헤어진 여친 준희(조유리)와 재회한다. 임시완을 만나 ‘오징어게임’의 수익률에 대해 물어보았다.
Q. 전 세계인의 관심 속에 <오징어게임> 시즌2가 공개되었다. 소감은.
▶임시완: “감사하다.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이었다. 이제 큰 스케줄을 다 끝내고 오랜만에 푹 쉬고 있다. 거의 좀비처럼 지낸다. 느지막하게 일어나 ‘아점’ 먹고, 핸드폰 보고, 넷플 보다가 다시 낮잠 잔다. 저녁에 일어나서는 뭘 먹을까 생각한다. 장 보고, 저녁 해먹고 TV보고 그런다. 7~8년 만에 이렇게 푹 쉬는 것 같다.”
Q. 극중 인물 ‘명기’는 나쁜 놈인데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연기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든 느낌은.
▶임시완: "아마 제가 유일하게 대본도 안보고 ‘이거 하겠습니다’ 했을 것이다. 명기 캐릭터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제의 들어왔을 때 그냥 하겠다고 한 것이다. 대본을 봤을 때는 이 사람은 악역이구나 생각하고 평면적인 인물로 접근하려고 했다. 작품에서 이런 악역이 필요한가 보다 생각한 것이다. 감독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인간으로서 보여줄 수 그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뉘앙스로 말씀하셨다. 촬영 끝까지 그런 모습을 찾아가려고 노력했다.“
Q. ‘시즌1’의 폭발적인 성공 때문에 ‘시즌2’에 출연하고 싶었던 것인가.
▶임시완:”물론 그런 영향도 있다. ‘오징어게임’은 장르가 뭔지를 잘 모르겠다. 이런 소재의 드라마가 너무 재밌다. 참신하기도 하고. 시즌1 나왔을 때 중간에 그만 둘 수가 없더라. 바로 다 보게 되더라. 혼자서 열광하고 말이다. 프론트맨이 가면 벗었을 때 ‘앗, 병헌 선배다’하고 놀라서 바로 전화했다. 팬으로서 시즌2가 나오기만 기다렸다.“
Q. 대본은 어떤 식으로 받았는지.
▶임시완: ”자기 출연 분량만 받았다. 다른 역할에 대해서는 서로가 잘 모른다. 그래서 <오징어게임>을 좋아한 사람으로서 내가 나오지 않는 장면을 팬심으로 볼 수가 있었다. 시즌2를 보면서 ‘이야~ 저렇게 했다고?’ ‘우와, 저렇게 찍었네’ 하면서 보았다. 박 선장(오달수)쪽의 이야기는 모른다. (전)석호 형님은 이 게임 속 진행사항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대본 보면서 처음부터 쎄~했다.“
Q. 작품과 관련된 비밀을 철저히 지켜야한다는 계약이 있는 모양이다.
▶임시완: ”그렇다. 저도 극히 조심했다. 내가 연기해야하는 대본만 봤고, 게임 속 의상을 입는 순간부터 세트장 밖을 못 나가는 경험을 처음 해 본 것이다. 신기했고 그런 상황이 충분히 납득이 갔다. 그런 식으로 조심하지 않으면, 혹여나 이야기가 스포일러가 되어 나간다면 큰일일 것이다. 단순히 워딩이 노출되는 게 아니다. 콘텐츠 자체가, 상품이 만들어지기 전에 손상을 입는 것이다. 그 손실을 액수로 환산하면 엄청 클 것이다. <오징어게임> 자체가 워낙 대단한 작품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가 생각했다.“
Q. 세트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 느낌은 어땠는지.
▶임시완: ”그 의상 입고, 침대에 누워보기도 하고 그랬다. 체험하는 것이니. 아마 해리포터 팬이 호그와트 테마파크 가는 느낌일 것이다. 슈퍼마리오 팬으로서 테마파크 가는 것 같은.“
Q. 이번에 펼치는 놀이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무엇인가.
▶임시완: ”정말이지 ‘둥글게둥글게’는 변태 같았다. 변태적이라고 말한 이유는 상반된 결을 붙였을 때 의외의 합을 상상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맑은 공간에서 사람을 죽이니까. ‘둥글게둥글게’는 변태적인 감성의 끝판왕이었다. 회전목마가 있을 법한 공간에서 짝 짓기에 실패하면 사람을 죽이다니. 자극적이며 도파민이 많이 분비될 수밖에 없는 설정이다. 그 세트 벽을 보면 ‘떠든 사람 누구누구’ ‘바보 누구’ ‘누구 지각’ 이런 게 적혀있었다. 그것도 변태 같았다.“
Q. 등장 캐릭터 중 매력적인 인물을 한 사람 고른다면?
▶임시완: ”정배(이서환)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친구하고 싶은 인물이다. 중간중간 위트 있는 모습, 의리를 보여주기도 한다. 주관적으로 보면 제일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정배였다.“
Q. ‘시즌3’에서의 명기에 대한 기대 포인트를 살짝 공개한다면.
▶임시완: ”시즌3에서도 큰 활약은 없을 것이다. 명기와 준희(조유리) 사이의 관계성이 숙제로 남아있으니 그 관계성이 어떻게 풀릴 것인가, 전개될 것인가. 그것을 주안점으로 시즌3을 기다려주면 될 것 같다.“
Q. 준희에게 ‘나랑 같이 아이 키우자’라고 하자 준희는 ‘넌 돈이 필요하잖아’라고 말한다. 그 때 명기의 마음은 어떤 것인지.
▶임시완: ”저 역시도 그 지점이 헷갈렸다. 명기의 말이 진심일까, 거짓말일까. 어느 정도의 거짓을 담고 있는 것일까. 촬영하는 내내 풀어야하는 숙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런 말들을 진짜로 했을 것이다. 그는 지혜롭지 못하다. 그래서 겨우 생각한다는 게 선물 같은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Q. 명기를 인간적인 고뇌를 가진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는가.
▶임시완: ”저는 단순하게 악역이라고 생각했었다. 악역의 모습으로 나쁜, 비호감의 모습에만 포커스해서 연기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감독님의 의도가 그렇지 않으니까. 본질적인 문제를 파헤치게 되더라. 사람은 태생적으로 착한 것일까, 나쁜 것일까. 마치 성선설/성악설처럼 인간의 본질까지 생각해 보았다. 만약 나빠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태생적으로 나쁜 사람일까.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닌데 왜 자꾸 나쁜 선택을 하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이 바로 명기이다. 나쁜 사람은 아닌데 자꾸 나쁜 선택을 한다.“
Q. ‘오겜2’에서 최고 악인이 명기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임시완: ”명기가 최고 악인이라고요? 그러기엔 시즌2에는 경쟁자가 많았을 텐데. 저로선 납득이 되지 않는다. 민수(이다윗)가 가위바위보에서 ‘찌’낼 때 ‘다행이다. 너가 욕을 더 먹겠다.’고 생각했었다.“
Q. 시즌3에서 정말 역할이 작은 것인가? 연막 같다. 이 작품에서 명기 캐릭터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임시완: ”하하. 안타깝지만 연막이 아니다. 시즌2와3에서 명기의 역할이 젊은 세대이다. 그렇다고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다양한 인생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런 게 마냥 혜택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방향성이 많다보니 전문화되고, 고도화 되어 어떤 이상이 되어야만 이 복잡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세상에서 방향성을 잘못 가져갔을 때 나타나는 폐해가 명기 같은 인물이다. 그걸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Q. 이병헌, 이정재, 공유 배우와 공연한 소감.
▶임시완: ”이병헌 선배는 연기자로서 유일무이하게 모든 답을 갖고 계신 분 같다. 선배의 관점이 섹시하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선배의 선택에는 날카롭고,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정재 선배는 연기자보다 제작자로서 더 큰 틀을 바라보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능력이 있기에 <오징어게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선배는 연기를 할 때 상대배우와의 호흡을 중시한다. 현장에서 어떻게든 눈을 맞추며 감정을 이끌어낸다. ‘딱지남’ 공유 선배와의 만남은 신기했다. 테마파크에 간 것 같았다. 실제 딱지도 치고. 그 장면 찍을 때 저한테 이런저런 질문도 많이 해주시고 저를 환대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Q. 예전에 ‘핀테크 홍보대사’를 맡기도 했었다. 본인의 재테크 능력은 어떤지.
▶임시완: ”그때 비트코인을 알았으며 지금은 <오징어게임>을 매년 개최하는 사람이 되었을 텐데. 홍보대사 때는 비트코인의 정보는 없었다. 스스로 그런 것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돈이란 것이 무엇인지 젊은 세대들도 많이 알아야할 것이다. 요즘은 그런 것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Q. 황동혁 감독에 대해.
▶임시완: ”황 감독임은 완벽에 가까운 분이시다. 사전준비를 철저하게 하신다. 그러고도 ‘완벽 이상’은 없을까 고민을 하신다. 슈팅 직전까지. 그런 과정을 거쳤기에 현장에서 준비된 자의 여유를 가진다.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게, 농담도 한다. 현장에서 준비가 안 되어 언성을 높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번 촬영현장은 프로페셔널한 집단이었다. 그런 집단에서 작품을 찍는 게 행복했다.“
Q. 박규영 배우와 함께 넷플릭스 <사마귀>에 출연한다. 가히 ‘넷플릭스이 아들과 딸’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임시완: ”아들로 삼아주신다면 넷플릭스에 감사한 일이다. 넷플릭스 작품이라서 <사마귀>에 출연한 것은 아니다. 변성현 감독님이 <길복순> 찍을 때 연락이 왔었다. ‘목소리 출연할 수 있냐’고. ‘사마귀’ 역할로 목소리로만 나가는 것인데 무산되었다. <길복순>에서는 목소리 없는 버전으로 공개되었다. 그래서 <사마귀> 찍는다는 이야기 나왔을 때 내가 하겠구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박규영 배우와는 <오징어게임2> 찍으면서 딱히 마주친 적이 없다. <사마귀>에서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춰본 것 같다.“
Q. 제주항공 참사에 기부를 한 게 화제이다.
▶임시완: ”마음이 무겁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참사가 일어나서 마음이 무겁다. 물질적인 것 말고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었다. 큰 스케줄도 없으니. 저의 정성이, 아이디어가 부족한지 마땅한 방법이 안 떠올라 기부를 한 것이다. 그런 일이 없어야할 것이다. 당장 저도 비행기를 탈 때 공포스럽게 다가오니까.“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