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폴
인도 출신 비주얼리스트 타셈 감독의 미학적 정점, <더 폴>이 4K 복원판으로 돌아왔다. 2008년 개봉 당시 고작 2만 8천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으나, 영화적 비주얼과 서사적 깊이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극장에서 다시 마주할 절호의 기회다. 1915년 할리우드 초창기, 스턴트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로이(리 페이스)와 오렌지 나무에서 떨어져 병원에 입원한 꼬마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의 만남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로이는 절망적인 현실을 잊기 위해, 혹은 모르핀을 손에 넣기 위해 아이에게 다섯 전사의 장대한 복수극을 들려준다. CG를 최대한 배제하고 전 세계 절경을 발품 팔아 담아낸 아날로그적 영상미는 압도적이다. 특히 '블루 시티' 인도 조드푸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비현실적 색감은 조도로프스키가 디즈니 스타일로 환상을 구현한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스토리텔러'와 '리스너'가 어떻게 하나의 세계를 직조해가는지 보여주는 우화다. 로이가 말한 '인디언'을 알렉산드리아가 자신의 배경에 맞게 '인도인'으로 상상하듯, 이야기는 들려주는 자의 의도와 듣는 자의 상상이 결합해 생명력을 얻는다. 마지막 순간, 버스터 키튼의 무성영화 편린들을 통해 영화가 곧 스턴트맨의 헌신과 마법 같은 속임수의 집합체임을 고백하는 대목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박재환.2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