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카메라 앞에서 밥 먹는 걸로 돈을 번다고? 내가 카메라 앞에서 벌거벗고 돈 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렇다. 10년 전에는 저런 반응이 나왔음직하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카메라 뒤에서 밥을 먹어도, 밥을 먹으며 옷을 벗어도 다 돈이 된다. 그럴 재주가 있다면. 그러니, 안정적인 직장 찾는다고 머리 싸매고 공부할 필요 없이 핫한 아이템을 찾고, 그 재주를 이용하면 된다. 여기 그런 영화가 있다. 8일 개봉하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라는 제목부터 노벨문학상감인 영화이다. 동화작가가 아름답고, 순수하고, 풋풋할 필요는 없다. ‘히든 페이스’ 박지현이 그 길로 나선다. 귀여운 음란마귀가 되어 어둠의 세상으로~~
단비(박지현)에겐 꿈이 있다. 동화작가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죽은 아버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동화’를 쓰고 있다. 안정적인 동화 집필을 위해 취직을 한다. ‘꿈의 공기관’이다. 박철민이 팀장이고, 최시원이 사수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청소년보호팀에서 심의 업무를 맡게 된다. 청소년보호? 인터넷에 만연한 청소년유해물, 불법동영상을 하루 종일 모니터링 하는 것이다. 모니터는 온통 살색에, 신기한 체위의 남녀가 가득하다. 이곳에 근무하는 사람은 모두 퀭한 눈에 다 쓰러져가는 육신, 피폐한 영혼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할 겨를도 없이 교통사고를 낸 단비는 돈이 필요했고, 어쩔 수 없이 악마의 원고계약을 맺는다. 성동일이 대표로 있는 성인문학 사이트에 ‘성인로맨스’ 20편을 써야한다. “야동은 음란물이고, 야설은 문학이 아니다”는 동화작가 지망생 단비는 이제부터 ‘끝내주는, 죽이는, 화끈한’ 글을 써내야한다. 다행인 것은 주위엔 참고거리가 늘렸다는 것. 경험 많은 친구, 넘치는 살색 심의물, 배려심 많은 사수. 그리고 무엇보다 단비가 작가지망생이며, 글이란 것은 ‘동화’나 ‘야설’이나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진실 된 결과물이라는 사실.
영화는 유쾌발랄하다. 단비를 연기한 박지현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개를 친다. 문창과 출신에 문필가의 딸이며, 챗GPT까지 활용할 줄 아는 MZ작가답게 신문화를 접하고는 금세 트렌드를 선도하는 사람이 된다.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동화’에서 ‘야설’에 이르기까지의 섬세하고, 다양하고, (작가에겐) 시간의 축적이 필요한 문학의 세상을 흥미롭게 그린다. 신춘문예의 꿈에서 사이트 랭킹 톱에 이르기까지 콘텐츠의 진화와 독서의 다양성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영화는 음란마귀가 씐 듯한 박지현의 놀라운 적응과 함께 온몸, 온 마음으로 단비를 돕는 친구들, 그리고, 최시원의 능청스러울 정도의 진지하고도 희생적인 연기로 ‘청불의 수위’와 ‘코믹함의 완성도’를 극한치로 끌어올린다. 물론, 영화에서는 뚜렷한 빌런을 만들기 위해 과한 ‘야설마왕’을 집어넣은 건 ‘랭킹 마이너스’ 요소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공기관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다.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 있는 이 기관은 '공정한 방송, 건전한 통신문화' 창달을 위해 아주 열심히 모니터링하고, 철저히 심의하고, 꾸준히 봉쇄조치를 내리고 있다. 방송심의는 기본이고, 가짜뉴스, 요즘은 딥페이크 성범죄영상물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화에서는 팀원들 모니터마다 음란물 띄워놓고 심의중이다. 실제 음란동영상, 딥페이크 문제 등이 있지만 여기서 다루는 유해물에는 잔혹한 영상(전쟁, 사고, 범죄 미디어)도 포함되어 있다. 하루 종일, 1년 내내 이런 것만 봐야할 담당자들의 정신적 충격은 짐작이 간다.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누구에게는 유치하고, 누구에게는 황당하고, 누구에게는 심각할 것이다. 원래 ‘이런 종류의 콘텐츠’의 한계이다. 모두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독서와 관련된 금언(金言) 중에 “나쁜 책은 없다. 나쁜 독자만 있을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에 널린 황색과 살색과 흑색의 콘텐츠 속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스스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이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럼 이 영화는 어떤가. “영화는 청불이지만, 박지현은 동화입니다.”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감독:이종석 ▶출연: 박지현(단비) 최시원(정석) 성동일(황대표) 박건일(야설마왕) 황세본(채영) 설우인(정혜) 박철민(팀장) 김영아(진경) 이시엘(가람) 남종규(안경) ▶제공·배급:미디어캔 ▶제작:골드독엔터테인먼트 ▶개봉:2025년 1월8일/청소년관람불가/109분
[사진=㈜미디어캔, ㈜영화특별시S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