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지만 청불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밥만 먹어도, 혹은 옷만 벗어도 돈이 되는 기묘한 콘텐츠의 시대다. 800자 남짓한 원고지에 순수함을 채우던 동화 작가 지망생이 '어둠의 세계'인 야설 작가로 변신한다면 어떨까.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히든 페이스>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박지현이 '귀여운 음란마귀' 단비로 분해 발칙한 상상력을 펼친다.
주인공 단비는 동화 작가의 꿈을 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청소년보호팀에 취업한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건 하루 종일 모니터를 가득 채운 '살색' 영상과 피폐해진 동료들의 영혼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사고 합의금이 필요해진 단비는 성동일이 운영하는 성인 문학 사이트와 계약을 맺고 '야설'을 쓰기 시작한다. "야동은 음란물이고 야설은 문학이 아니다"라고 외치던 단비는, 역설적으로 심의 현장에서 마주한 유해물과 주변의 배려(?)를 양분 삼아 랭킹 1위의 '야설 MZ 작가'로 거듭난다.
영화는 박지현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최시원의 코믹한 진지함이 어우러져 시종일관 유쾌하다. 챗GPT까지 동원하는 MZ식 글쓰기와 콘텐츠 진화 과정을 다채롭게 보여주며, '동화'와 '야설' 모두 결국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진실된 결과물임을 역설한다. 비록 평면적인 빌런 설정이 다소 아쉽지만, 방심위라는 실제 기관의 업무적 고충과 유해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가볍고 경쾌한 리듬으로 풀어냈다. "영화는 청불이지만, 박지현의 연기는 동화처럼 순수하다"는 평이 아깝지 않다(박재환.2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