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9월 공개된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시즌1)은 K콘텐츠의 위상을 적어도 몇 단계 끌어올린 엄청난 작품이었다. 흥행지표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한국 콘텐츠의 산업적 측면을 다룬 수많은 논문이 쏟아졌다. <오징어게임>은 하나의 현상이었고, 이후 ‘K-콘텐츠’는 확실히 글로벌 시장에서 트렌드가 되었다. 3년 만에 그 속편이 나왔다. 작품에 대한 고민으로 치아가 7개 빠졌다는 황동혁 감독의 피와 땀과 눈물, 그리고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든 속편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시즌1이 9개의 에피스드였고, 오늘(26일) 공개되는 시즌2는 7개의 에피소드로, 그리고 내년 공개되는 시즌3도 7개의 에피소드로 이야기가 완성될 예정이다.
시즌1에서는 쌍문동의 성기훈(이정재)이 엄마가 시장에서 고생하며 번 돈을 경마장에서 홀라당 날리고는 실의에 빠졌을 때 지하철역에서 딱지맨(공유)을 만나 ‘지옥행 명함티켓’을 받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가 한국의 어느 바다 위 섬에 구축된 ‘한국형 콜로세움’에 갇혀 이제 456명이 펼치는 ‘죽음의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황동혁 감독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구슬치기’ 등 한국인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게임을 통해, 그리고 그 게임의 룰을 넘어서는 인간드라마를 펼친다. 양보와 희생이라는 것은 목숨까지 바치는 잔인한 게임이었다. 결국 성기훈은 살아서 돌아온다. 성기훈은 게임 참가자의 목숨 값, 456억 원으로 과연 무엇을 할까.
글로벌 팬들의 기대 속에, 그리고 글로벌 게임체인저 넷플릭스의 끝없는 야욕 속에서 다시 한 번 황동혁 감독의 이(齒)의 희생을 요구한다. 성기훈이 다시 섬으로 돌아가고, 다시 죽음의 게임에 참여할 숭고한 목적부터 챙겨야하니까. ‘무궁화꽃’과 ‘유리판 걷기’를 뛰어넘을 ‘게임의 종목’을 선정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일 것이다.
‘시즌2’는 전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작된다. 456억 원에서 단지 1만원만을 꺼내 썼던 그는 딸을 만나기 위한 미국행 비행기 탑승을 포기하고 다시 딱지맨을 뒤쫓기 시작한다. 밑바닥에 떨어진 루저들일망정 사람을, 인간을 게임을 통해 가진 자의 유흥판의 놀이도구, 말이 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시즌2의 1화와 2화에서는 딱지맨을 찾으려는 기훈의 모습과 가까스로 살아남은 경찰 황준호(위하준)가 게임이 펼쳐진 비밀의 섬의 위치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곧장 3화부터 새로운 게임의 판이 펼쳐진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시작된 게임은 (한국인이라면) 상상가능한 게임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익숙한 운동회와 낯익은 놀이들. 그리고 황동혁 감독은 게임의 룰을 놓치지 않고, 유희의 잔인한 목적, 숨어있는 인간성을 꺼집어 낸다.
시즌2는 시즌3과 연결되는 전반부 이야기이다. 게임은 3번 펼쳐진다. 전편과는 달리 게임 속행 여부와 관련된 OX 투표도 추가된다. 물론 거액에 눈이 먼 인간 군상의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7화에서는 무모하게도 게임 참여자의 반란이 시작된다. 오일남이 사라진 ‘게임의 판’에서 대체자로 나선 [001](프론트맨 이병헌)이 노리는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단순한 가진 자들의 유흥인지, ‘잘못 벌어진 게임’인지, 아니면 ‘상류사회가 제어하지 못한’ 언더그라운드의 반란조차 짜릿한 게임의 일부일 뿐인지.
사회를 바라보는 황동혁 감독의 시선은 이번에도 날카롭고, 사려 깊다. 경제적 낙오자를 비출 때에도 ‘코인투자’와 관련된 개인의 문제를 함께 다룬다. 박성훈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통해서는 한국사회의 다양성을, 오렌지맨으로 등장하는 박규영을 통해 남북문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해준다.
물론, 오징어게임 시즌2를 보면, 대한민국 사회의 공통 기억을 내세운다. 총기소지 자유국가가 아니면서도 총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그리고 위기와 절망의 순간에 리더가 생기고, 생존의 방식이 극적으로 강구되는 역동적 순간을 보게 된다. 물론, 사회는 약쟁이도 있고, 겁쟁이도 있고, 배신자도 있다. 그들이 짝을 짓고, 팀을 구성하고, 함께 하면 저 거짓의 탑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반란(Uprising)은 시작된 것이다.
추신. 공기놀이는 신의 한 수인 것 같다.
▶오징어 게임 시즌2 (Squid Game Season 2) (총: 7회) ▶연출/각본: 황동혁 ▶출연: 이정재(성기훈), 이병헌(황인호/프론트맨), 임시완(명기), 강하늘(대호), 위하준(황준호), 박규영(노을), 이진욱(경석), 박성훈(현주), 양동근(용식), 강애심(금자), 이서환(정배), 채국희(선녀), 이다윗(민수), 노재원(남규), 조유리(준희), 최승현(타노스), 원지안(세미), 공유(딱지남) 김법래, 전석호, 송영창 ▶제작:(주)퍼스트맨스튜디오 ▶제공: 넷플릭스 ▶2024년 12월 23일 코엑스 전편 언론시사 진행 ▶공개:2024년12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