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참혹한 전쟁 범죄를 다룬 영화 ‘스파이의 아내’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온다.
지난 26일 오후 2시 화상 채팅 프로그램 Zoom을 통해 ‘스파이의 아내’(감독 구로사와 기요시)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연출을 맡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화상 기자회견으로 참여했다.
‘스파이의 아내’는 일본의 전쟁 범죄를 일본인의 시각에서 직접 그려낸 작품이다. 태평양 전쟁 직전인 1940년, 아내 사토코(아오이 유우 분)와 행복하게 살던 고베의 무역상 유사쿠(타카하시 잇세이 분)는 사업 차 만주에 갔다가, 그곳에서 엄청난 만행의 현장을 목격 하고 이를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한다. 사토코는 남편의 비밀이 안위를 위협할 것이라 생각하여 유사쿠를 말리지만 결국 그의 대의에 동참하여 ‘스파이의 아내’가 되기로 한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태평양 전쟁 직전을 시대적 배경을 설정했다. 그는 “시간적 배경이 현대와 이어질 수 있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로 위험하고도 위태로운 체제를 맞이하고 있을 당시였다. 이때를 살았던 한 쌍의 부부의 이야기를 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시다시피 일본은 만주, 한국을 포함한 여러 지역으로 침공해왔다. 1940년 이전 시기에는 전쟁의 기운이 농후하지 않았고 국내에서는 나름대로 자유와 평화를 지향했다. 하지만 이후 일본 국내에서는 전쟁 일색으로 분위기가 바뀌어 나간다. 이 시기라는 것이 전쟁이 밀려오는 경계에 해당하는 시기”라며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스파이가 아닌 스파이의 아내에 초점을 둔 이유에 대해서는 “이 시나리오 대본은 내가 쓰지 않았다. 작업 도중부터 참가를 하게 됐고 하마구치 류스케, 노하라 타다시 이 두 사람이 써나갔다. 두 사람은 내가 도쿄 예술 대학에서 강의하고 가르쳤던 학생들이다. 스파이가 아닌 스파이의 아내를 주인공으로 둔다고 써있어서 나는 그 아이디어가 훌륭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상적인 부분에 대한 자세한 표현을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내가 주인공이면 남편에 대해 주인공이 무엇을 하고 있는 지 수수께끼와 의혹을 품을 수 있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서 빼어난 발상이라 생각했다"며 함께한 작가들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때까지 공포와 SF 장르 영화를 탄생시켜왔으나 이번 작품을 통해 지나간 역사를 되돌아보는 새로운 작업에 도전했다. 필모그래피 흐름 속에서도 특별해 보이는 작품에 대해 그는 “지금까지는 현대의 이야기, 도쿄를 무대로 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삼았다. 흥미롭게 해왔었지만 현대에 대해서 그릴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서 단정하고 판단하는 것이 그다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다룬 소재는 이미 역사이기 때문에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하는 부분이 있기에 그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고 그렸다”며 설명했다.
영화 ‘스파이의 아내’는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이다. 731부대에 대해 정면으로 다뤘으며 일본인 감독이 일본의 전쟁 범죄라는 소재를 건드렸기에 감독은 소재에 관한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근 일본에서도 잘 만들지 않았던 소재기도 했다. 엄청난 각오가 필요하진 않았다. 역사적인 사실이 있다 보니 역사는 역사적으로 맞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사를 그리면서 동시에 엔터테인먼트여야한다는 생각은 있었기 때문에 그 속에 서스펜스나 멜로 드라마로서 성립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 영화는 일본 과거사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한다는 양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 점에 대해 감독은 “물론 그렇게 받아들인다고 하면 그것은 그것대로 기쁜 일이겠다. 내 자신이 다만 은폐되었던 것을, 숨겨져 있던 일을 작업을 새로 했던 것은 아니다. 이미 일본인들, 혹은 세계적으로도 하나의 역사라고 알려져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성실하게 그리고자 했을 뿐이다. 그러니 많은 분들이 다양하게 봐주시면 좋겠다”며 자신의 바람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일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그는 “이제 막 여러 과정을 통해서 세계의 많은 관객을 통해 선보이는 단계이다 보니 잘은 모르겠지만 현대가 아닌 과거를 그리는 작업 자체가 힘들긴 해도 흥미로웠고 많이 설렜다. 앞으로도 시대극 이야기들을 그려나가게 되거나 이 기회가 다른 시도를 하게 된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면 그 또한 기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뿌듯한 감회를 밝혔다.
한편, 영화 ‘스파이의 아내’는 지난 26일 오후 5시에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돼 관객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KBS미디어 정지은)
[사진= 2020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