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린이에게, 그리고 동심을 여전히 간직한 어른들에게 꿈과 희망, 환상을 안겨주는 디즈니가 디즈니랜드 놀이동산 말고도, 무대에서도 디즈니의 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디즈니는
<라이온 킹>에 이어 <알라딘>도 뮤지컬 버전으로 무대에 올려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지난달부터 샤롯데씨어터에서는 <뮤지컬 알라딘>의 한국 초연이 시작되었다. 내년 6월까지 장기 공연될 예정이다.
● 아라비안 나이트, 끝나지 않는 이야기보따리
알라딘과 요정 지니 이야기는 <아라비안 나이트>로 알려진 중동 설화집에 수록되어있다. 사산왕조(Sasanian Empire,224~651) 페르시아 시대의 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유전되다가 16세기경에 지금의 형태로 완성된다. 이야기는 셰에라자르 공주가 1001일 동안 난폭한 왕에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천일야화’로 이야기되면서 1000일 동안의 이야기인줄 알 수 있는데, 공주는 1001일(千一夜話)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왕은 처음엔 이야기를 다 듣고 공주를 죽일 참이었는데, 이야기꾼 공주는 너무나 맛깔스럽게, 신나고, 재밌고, 스릴 넘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는 내일 계속~” 식으로. 그 많은 이야기 중에 ‘알라딘 이야기’가 있다. 물론, 이야기는 버전에 따라, 전달자에 따라, 독자의 레벨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성인(成人)우화이며, 에로틱한 구석이 넘쳐나는 이 옛 중동괴담은 디즈니를 통해 가족친화적이며, 미래지향적, 그리고 여권(女權) 수호의 상징극으로 펼쳐진다.
● 알라딘, 요정의 도움으로 공주의 사랑을 차지하다
<알라딘>은 아그라바 마을의 빈민가에서 친구들과 좀도둑, 소매치기로 살아가는 가난한 소년 알라딘이 요술램프 속 요정 지니를 만나면서 펼치는 모험과 사랑, 자기 발견의 여정을 그린다. 왕궁을 몰래 빠져나와 시장을 배회하는 쟈스민 공주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사악한 왕실 고문관 자파에 의해 황금램프가 숨겨진 신비로운 동굴에 들어가기까지의 도입부, 그리고, 동굴 속에서 램프를 문지르고 지니를 소환하면서 ‘세 가지 소원권’을 얻은 알라딘의 모험담이 이어진다. 용기와 지혜, 그리고 순수한 사랑의 힘이 지니 요정의 파워풀한 매직능력과 합쳐져서 드라마틱한 피날레로 날아간다.
● 마술램프, 요술 양탄자, 그리고 노래
디즈니의 뮤지컬 <알라딘>은 화려한 무대 연출과 음악, 꿈과 사랑, 자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작품이다. 디즈니 뮤지컬의 원작은 1992년,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시 하워드 애쉬맨(과 팀 라이스)이 가사를, 알란 멘켄이 음악을 맡아 ‘A Whole New World, ‘Prince Ali’ 등 주옥같은 곡들을 완성시켰다. 애니메이션에서 다 사용되지 못한 곡들과 추가한 노래들로 뮤지컬 버전으로 완성되었다. <알라딘>의 볼거리는 당연히 동굴 속에서 처음 램프의 요정을 만나는 장면. 로빈 윌리엄스와 윌 스미스의 정신없는 지니를 기억한다면 뮤지컬에서는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할 것이다. 무대 버전도 충분히 현란하고, 경쾌하고, 신비롭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야 가능한 하늘을 나는 양탄자 신도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만하다. (배우들이 현기증을 느낄만하다)
1992년 애니메이션의 주제가 ‘A Whole New World’는 시간을 초월해 여전히 사랑받는 클래식이 되었다. 원작의 명곡 중 ‘Arabian Nights’, ‘One Jump Ahead’, ‘Friend Like Me’, ‘Prince Ali’, ‘A Whole New World’ 5곡이 고유의 매력은 유지하면서 무대에 맞게 편곡되었다. 특히 'Friend Like Me'는 새로운 스윙 버전으로 편곡되어 지니가 이끄는 약 8분가량의 스펙터클한 쇼로 펼쳐진다. 애니메이션에서 미 사용된 `Proud of Your Boy’ 등 4곡과 ‘These Palace Walls’ 등 4개의 새로운 넘버가 추가됐다.
뮤지컬 <알라딘>은 2011년부터 리허설과 트라이아웃 등 수정을 거듭한 끝에 2014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뒤 전 세계에 걸쳐 11개의 프로덕션으로 공연되어 현재까지 약 2천만 명이 관람한 메가히트 뮤지컬 작품이 되었다. 이번 한국공연은 초연무대이다.
김준수, 서경수, 박강현이 알라딘을 맡아 각자 개성 넘치는 아그라바의 풍운아를 연기하고, 정성화, 정원영, 강홍석이 유니크한 지니가 되어 로빈 윌리엄스를 뛰어넘는다. 자스민 연기도 씩씩한 21세기 여성상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에서 친숙했던 알라딘의 단짝 원숭이는 등장하지 않지만, 악당 자파의 오른팔로 등장한 이아고가 원숭이 같은 모습으로 마지막 신스틸러로 관객을 즐겁게 만든다.
● 당신의 마지막 소원은?
다시,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 원래 원전은 경쾌하고, 디즈니스럽지 않다. 암울하고, 무시무시하다. 알라딘이 램프를 문지르자 연기와 함께 나타난 지니는 “그 램프 속에 갇혀있는 수백 년의 시간동안 무슨 생각했는지 알아? 날 불러내는 놈을 당장 죽여 버릴 생각이었어!”라고. 알라딘은 기지를 발휘하여, 지니를 충실한 종으로 만든다. 그리고, 3개의 소원을 적절하게 사용한다. 마지막 소원은 극적이기까지 하다. 자, 이제 마술의 램프를 손에 쥐었다면? 어쩌면 소원이 3개가 된다는 것은 너무 많은 선택지인 것 같다. 하나의 소원이라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은 이제 형해화된 것 같고, 여의도가 되었든, 용산이 되었든, 샤롯데가 되었든, 각자의 마지막 소원을 잘 다듬어야할 것 같다.
▶뮤지컬 〈알라딘〉 한국 초연 (ALADDIN The Musical)▶▶캐스팅: 알라딘(김준수,서경수,박강현), 지니(정성화, 정원영,강홍석), 자스민(이성경,민경아,최지혜), 술탄(이상준,황만익), 자파(윤선용,임별), 이아고(정열), 밥칵(방보용,양병철) ▶작곡: 알란 멘켄 ▶작사: 하우드 애쉬맨, 팀 라이스, 채드 베글린 ▶극작:채드 베글린 ▶연출/안무: 케이시 니콜로 ▶협력연출: 벤 클레어 ▶한국협력연출: 김동연 ▶번역:김수빈 ▶한글가사:김수빈,양주인 ▶주최:알라딘문화산업전문회사,롯데컬쳐웍스,클립서비스 ▶제작:에스앤코▶공연: 샤롯데씨어터 2024,11,22~2025.6.22. ▶150분/8세이상관람가능
[사진=에스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