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겠나>
김진태 감독의 <결혼, 하겠나>는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모라동>이라는 제목으로 첫선을 보였던 작품이다. 제목에서 풍기듯 선남선녀가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겪는 고난을 다루지만, 이동휘가 주연임에도 코미디와는 거리가 먼 묵직한 현실주의 드라마다. 영화는 감독의 진정성과 무게감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대학 시강으로 전임 자리를 노리며 우정(한지은)과의 결혼을 앞둔 선우(이동휘).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이던 찰나, 아버지(강신일)가 뇌출혈로 쓰러지며 상황은 급변한다. 이혼한 어머니와 무책임한 친척들 사이에서 선우는 상상을 초월하는 병원비와 맞닥뜨린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위해 동사무소와 병원을 오가며 발버둥 치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경제적 몰락은 결혼 약속마저 흔들리게 하며 청춘의 어깨를 짓누른다.
전작 <운동회>에서 소시민의 절박함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던 김진태 감독은 이번에도 경제적 절벽에 선 인간의 처절함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코믹함을 벗고 생의 고비에서 흔들리는 청춘을 애잔하게 연기한 이동휘와, 환자 역할을 완벽히 소화한 강신일의 생활 연기가 돋보인다. 마지막에 흐르는 기초생활수급 시스템 개선에 관한 자막은 이 영화가 단순한 픽션을 넘어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조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랑은 현실이고, 때론 가혹한 시련을 동반한다. 그러나 영화는 끝없는 추락 속에서도 결국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구원이 될 수 있음을 나직이 전한다. 이 땅의 수많은 선우와 우정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바라게 되는, 아프지만 꼭 필요한 응원가 같은 영화다. #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