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배우 한소희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은 <폭설>은 2019년 크랭크인 후 5년 만에 관객을 찾았다. 윤수익 감독의 전작 <그로기 썸머>에 이은 또 하나의 청춘 드라마이자 퀴어 무비로 알려진 이 작품은 강원도 양양의 예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아역 배우 출신의 '설이(한소희)'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수안(한해인)'은 연극반에서 만나 필연적으로 가까워진다.
두 소녀는 겨울 바다에서 서핑을 배우며 서로의 불안과 고민을 나눈다.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현실을 잠시 잊으려는 듯 세찬 바다에 몸을 던지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둘은 각자의 길로 흩어진다. 10년 뒤, 스타가 된 수안과 여전히 방황하는 설이는 다시 겨울 바다에서 재회한다. 이들의 만남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숲속 오두막의 추위를 견뎌내는 애틋한 풍경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퀴어 멜로의 장르적 틀을 빌려오지만, 자극적인 휘발성 대신 청춘의 슬럼프와 자아 찾기에 집중한다. 설이에게는 절박함이, 수안에게는 서툰 현실감이 투영되어 있으며, 서핑은 이들에게 닥친 세파를 상징하는 도구로 쓰인다. 다만 극적 긴장감이나 서핑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보다는 잔잔한 소녀미가 강조된 멜로물에 가깝다.
바다가 모든 것을 삼키고 폭설이 상처를 덮어주듯, 영화는 청춘의 한때를 소복이 담아내려 노력한다. 비록 서사적 밀도가 아쉬운 범작에 머물지라도, 양양의 추운 겨울 바다를 배경으로 한 두 배우의 뜨거운 열정과 시각적 영상미는 분명한 잔상을 남긴다. #800자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