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막을 올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영화상영과 함께 많은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영화사(제작사,배급사)들은 신작 영화의 홍보의 장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글로벌OTT들은 신작 콘텐츠 소개와 함께 플랫폼을 뛰어넘는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글로벌 IP 파워하우스'를 표방하는 전통의 영화산업 강자 CJ ENM은 영화제 기간에 아카데믹한 포럼을 개최하고 국내 최고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지속하며 강력한 IP 경쟁력을 발판으로 플랫폼 간 시너지를 통해 K콘텐츠 생태계를 선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4일, 본격적인 영화제 행사가 펼치기에는 이른 오전 10시, CGV 센텀시티점 2관에서는 ‘CJ Movie Forum(CJ 무비 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CJ ENM 윤상현 대표는 “영화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크리에이터의 상상력이 최고의 작품으로 빛날 수 있도록 글로벌을 향한 도전과 성공에 힘을 보탤 것”이라며 “국내 최고 수준인 연간 1조 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지속하며 K콘텐츠 생태계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2025년 창립 30주년을 맞이해 CJ ENM의 ONLYONE IP 경쟁력을 글로벌로 전파해 문화 사업의 새로운 생태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No.1 IP 파워하우스’로 거듭나겠다”며 “유능한 창작자들이 꿈꾸는 콘텐츠가 실현되고, 함께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CJ ENM 외에도 CJ CGV, 스튜디오드래곤, 티빙 등 콘텐츠⠂미디어 사업에서 제작, 유통, 플랫폼을 담당하는 계열사 경영진들이 한자리에 모여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K콘텐츠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해답을 제시했다.
CJ CGV 이동현 경영혁신실장은 “영화 시장은 2019년 대비 60~70% 수준이 뉴노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며 “아티스트 콘텐츠, 애니메이션, 스포츠 등 콘텐츠 수급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스튜디오드래곤 장경익 대표는 “국내 드라마 시장이 물량 경쟁에서 웰메이드 경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진단하며 "좋은 소재와 연출, 연기 등을 바탕으로 K드라마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고 신진 크리에이터와 신예 배우를 과감하게 기용하는 프로젝트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CJ ENM 서장호 콘텐츠유통사업부장은 "제작과 유통 전반에 걸쳐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극장, OTT, 채널은 서로 경쟁 플랫폼이 아닌 다양한 협업과 상생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표는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좋거나 나쁜 동재>를 예로 들며 "CJ가 가지고 있는 리소스를 활용하면 히트 IP를 리니어 채널(tvN), OTT(티빙), 극장 개봉(CGV)으로 전환 가능하다"고 말했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을 맡았으며 티빙과 tvN을 통해 공동 편성된다.
구체적인 글로벌 진출 계획도 밝혔다. 장 대표는 "추가 성장 동력을 미국-일본 중심 현지 드라마 제작에서 찾고 있다. 현재 약 20여 개 글로벌 프로젝트를 기획개발 중이다"고 밝혔고, 최 대표도 "미국, 동남아, 일본 등 K-content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지역들 위주로 글로벌 진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세션인 <글로벌 토크>에서는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문장과 신진 크리에이터 유재선, 한준희, 전고운 감독이 모여 K콘텐츠 매력 탐구와 글로벌 진출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은 한국 스토리의 인기 요인으로 "하이브리드 장르에 능해서 신선하면서도 풍부한 맛이 나는 스토리와 영상을 만들어 낸다는 점, 할리우드 영화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보편적인 영화적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문화적 고유성을 갖추고 있어서 매력적이라는 점"을 꼽은 뒤 “할리우드 리메이크, 해외 직접 진출, 히트 IP 로컬 영화화 등 다양한 글로벌 활로를 모색해 왔기 때문에 한국 창작자분들이 각자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생각해 내면 각 작품 성격에 적합한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CJ 계열사들은 올 연말과 내년에 잇달아 공개될 작품들을 소개했다. CJ ENM 영화사업부는 12월 우상호 감독의 ‘하얼빈’, 내년에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악마가 이사왔다’, ‘부고니아’, OTT 시리즈 ‘조각도시’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부고니아’는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2003)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하고 엠마 스톤이 주연을 맡았다. 티빙은 드라마 ‘원경’ ‘스터디그룹’ ‘춘화연애담’ ‘러닝메이트’ ‘내가 죽기일주일 전’ ‘친애하는 X’ ‘샤크: 더 스톰’, 애니메이션 ‘테러맨’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