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막을 올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영화상영과 함께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려 영화팬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중 ‘액터스 하우스’는 현재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을 초청, 그들의 연기세계에 대해 직접 들어보는 스페셜 프로그램이다.
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액터스 하우스'의 첫 번째 주자는 설경구이다. 이날 설경구는 데뷔작 '박하사탕'부터 '역도산'(2004), '우상'(2019),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9), 그리고 출연을 확정지은 넷플릭스 신작 ‘굿뉴스’에 이르기까지 그가 출연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자신의 빛나는 데뷔작이었던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에 대한 애정도 밝혔다. “영화를 보며 펑펑 울었었다. 그 이후로는 그 작품을 못 본다. 지금도 그 영화를 생각하면 힘들어진다.“며 "나의 대표작을 물으면 '박하사탕'이라고 한다. 앞으로 무슨 작품을 하든, 그런 희로애락이 다 있는 작품은 없을 거 같다"고 말했다. '박하사탕'을 언제 다시 볼 것이냐는 질문에 "못 볼 거 같다, 죽을 때 같이 보내줘라."라고 덧붙이기도.
설경구는 ‘불한당’, ‘킹메이커’ ‘길복순’에 이어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로 다시 한 번 변성현 감독과 네 번째로 합을 맞춘다. 이에 대해 “처음 ‘불한당’ 촬영할 때는 거부감이 컸었다. ‘뭐 저딴 게 감독이야’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감독이 턱선을 좀 보자, 가슴골이 이렇게 생겼으면 한다는 요구를 하더라. 감정을 얘기해야지 무슨 그런 걸 이야기하나 생각했다”라고 했다. 감독의 전작이 느아르를 찍은 것도 아니었고, 함께 한 촬영감독, 미술감독도 초짜였다”며 감독을 전적으로 믿지 못했던 첫 번째 만남에 대해 회고했다. “촬영 회차를 거듭할수록 재미있었다. 모든 것이 감독의 철저한 계산이다.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생겼다. 그때부터 ‘연기자에게 메소드연기는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경구는 “배우라는 직업은 참 불쌍한 직업"이라며 ”안 불러주면 설 자리가 없는 직업이다. 얼굴은 알려졌고 생활을 해야 하는데 안 불러주면 경제적인 게 막히니까 너무 슬플 것 같다. 그런 배우들이 많다. 이야기를 들으면 슬프다"라고 말하기도.
설경구가 출연한 신작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은 이번 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서 상영된다.
지난 2021년 신설된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는 올해 설경구를 시작으로 박보영, 황정민, 천우희가 무대에 오른다.
[사진=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