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은 디즈니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한 아이가 초승달에 앉아 낚시를 하는 로고로 유명한 드림웍스도 걸작 애니메이션을 많이 만들어냈다. 1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와일드 로봇> 영화가 시작되기 전 드림웍스 로고를 보여줄 때 ‘슈렉’, ‘쿵푸 팬더’, ‘마다가스카르’, ‘드래곤 길들이기’, ‘보스 베이비’ 등 꽤 많은 드림웍스 캐릭터들이 지나간다. ‘디즈니-픽사’와는 또 다른 감동과 재미를 보장하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란 말이다.
<와일드 로봇>은 피터 브라운의 원작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다. 미지의 공간에 낙오한 지능형 로봇이 자연의 순수한 동물들을 만나 교감하며 한 뼘 성장한다는 ‘생존+성장+판타지’ 드라마이다. 덤으로 모성애든 부성애든 인간의 정(情)을 느낄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육용 영화, 가족 드라마로 최고이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번개가 번쩍일 때 하늘에서 무언가가 바닷가 절벽에 떨어진다. 수많은 야생의 동물들이 살고 있는 무인도에 어쩌다가 상품이 잘못 배달된 것이다. 배달박스나 부서지고, 호기심 많은 해달이 작동버턴을 건드리자 ‘로봇’이 활성화된다. ‘로즈’(ROZZUM unit 7134)는 그렇게 불시착한, 잘못 배송된 섬에서 ‘상품의 가치’를 발휘해야한다. ‘로즈’는 (상품을 주문한 고객의 니즈에 맞춰) 모든 것을 들어주는 다용도/다목적 로봇이다. 그런데 이 동물의 왕국에서 누굴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찌 하다 보니 아기 기러기(Canada goose)의 보호자가 된다. 로즈에게 입력된 목표치는 ‘알을 깨고 나온 이 아기(브라이트빌)가 먹이를 먹고, 헤엄을 배우고, 하늘을 나는 것을 익힐 때까지 엄마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제 초보엄마가 된 로즈와 로봇을 엄마로 인식하는 브라이트빌이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많은 동물들과 관계를 맺고, 세상을 향해 날갯짓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들 곁에는 교활하지만, 정 많은 붉은여우, 핑크가 있다.
<와일드로봇>은 이런 류의 이야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우연한 만남, 운명적 조우, 가련한 관계, 열악한 환경, 적대적 상황, 모든 것이 초보인 상태. 그런데 우여곡절, 좌충우돌하며 하나둘 헤쳐 나간다. 고생도 하고, 교훈도 얻고, 오해도 하지만 결국 진심이 이기고, 사랑은 모든 것을 성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원작은 피터 브라운의 동명의 소설이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피터 브라운이 어느 날 높다란 나무에 새처럼 서 있는 로봇을 그리다가 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되었단다. 그 로봇이 ’지능형 로봇‘이라면 자연(와일드!)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SF소설 읽기를 좋아하던 그는 로봇에 대한 많은 공부를 하였단다. 그중에는 ’로봇‘이라는 단어가 처음 나오는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Rossum's Universal Robots,1920)도 있다. 그 작품은 로봇은 인간 주인이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인류 전체를 파괴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이후 SF업계의 엄청난 시발점이 되었다. 피터 브라운은 조금 다른 측면에서의 로봇 이야기를 생각해 낸 것이다. 자연에 낙오한 로봇, 어린 생명체와 조우한 로봇, 적대적인 존재들과 교류하며 결국 손을 잡고 재난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완성시킨 것이다.
<와일드 로봇>을 보고 나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엄마의 힘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 사회 공동체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연과 기술의 대립 같은 식상한 소재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적절하게 보여준다. <이.티>의 동심과 <아이언 자이언트>의 감성, 그리고 지블리 화풍으로 만나는 풍성한 가족드라마이다.
▶와일드 로봇 (원제: The Wild Robot) ▶원작: 피터 브라운 동화 ▶감독: 크리스 샌더스 ▶출연: 루피타 뇽, 페드로 파스칼, 키트 코너 외 ▶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개봉:2024년10월1일/102분/전체관람가
[사진=유니버설 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