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주의 미술의 선구자이자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인 뭉크의 작품 140점을 소개하는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전시회가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한 이래 미술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번 뭉크전시회는 노르웨이 밖에서는 최대규모로 열리는 것으로 그동안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개인소장자의 작품을 다수 소개하는 특별한 기회였다. 특히 <뱀파이어>(1895), <헨리크 입센의 희곡 '유령'의 세트 디자인>(1906-1907), <옐뢰야의 봄날>(1915), <해안의 겨울풍경>(1915)은 노르웨이 뭉크미술관에서 소개된 이후 세계 최초로 공개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뭉크 전시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단연 <절규>이다. 대중문화에서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한 <절규>는 지금으로부터 131년 전인, 1893년에 ‘처음’ 그린 작품이다. 91cm × 73.5cm 크기의 이 그림은 ‘미알못’에게도 너무나 잘 알려진 그림이다. 그림 속 고통 받는 얼굴은 예술에서 가장 상징적인 이미지 중 하나가 되었으며, 인간 상태 의 불안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뭉크가 <절규>를 그린 것과 관련하여 그가 남긴 일기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어느 날 저녁 나는 길을 따라 걷고 있었는데, 한쪽에는 도시가 있고 아래쪽에는 피오르드가 있었다. 나는 피곤하고 몸이 아팠다. 멈춰서 피오르드를 내려다보았다. 해가 지고 구름이 피처럼 붉게 물들고 있었다. 나는 자연을 지나가는 비명을 느꼈다. 마치 비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이 그림을 그렸고, 구름을 실제 피로 그렸다. 그 색이 비명을 질렀다. 이것이 <비명>이 되었다.” (1892년 1월 22일)
학자들은 오슬로를 내려다보는 피오르드에 뭉크가 그린 ‘절규’의 장소가 있다고 밝혔으며 그 그림은 ‘화산 폭발’의 영향에서부터 뭉크가 여동생이 근처 정신병원 에 입원한 것에 대한 심리적 반응에 이르기까지 비정상적으로 주황색인 하늘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뭉크는 모두 네 가지 버전의 <절규>를 그렸다. 페인트로 두 가지, 파스텔로 두 가지이다. 첫 번째 버전은 1893년 독일 베를린과 노르웨이 오스고르드스트란드 사이에서 그려졌다. 같은 해에 뭉크가 ‘삶의 프리즈’라고 부른 시리즈의 다른 작품과 함께 전시되었다. 이 작품은 오슬로에 있는 노르웨이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버전에는 그 유명한 글귀 "Kan kun være malet af en gal Mand!" ("미친 사람이나 그릴 수 있었을 거야")가 쓰여 있다. 이 비문은 그림을 자세히 살펴봐야 확인할 수 있다. 이 버전이 그려진 지 11년 후인 1904년 코펜하겐에서 이 그림이 전시되었을 때 처음 발견된 되었는데 처음에는 비평가나 전시회 방문객들이 남긴 낙서 코멘트로 추정했다. 그런데 적외선 사진 촬영 후 필적을 연구한 결과 이 코멘트는 뭉크가 추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뭉크가 1895년 10월 노르웨이에서 이 그림이 처음 전시되었을 때 한 비판적 코멘트 이후에 비문을 추가했다는 이론이 제시되었다.
같은 해에 그린 파스텔 버전은 오슬로의 뭉크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1895년의 두 번째 파스텔 버전은 2012년 5월 2일 소더비 인상파 및 현대미술 경매에서 1억 1,992만 2,600달러에 판매되었다. 두 번째 채색 버전은 1910년에 제작되었고 현재 뭉크 박물관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다른 유명 예술품처럼 뭉크의 작품은 미술품 절도범의 탐나는 표적이 되었다.
<절규>의 첫 번째 시련은 1994년 2월 12일 새벽, 동트기 전에 벌어졌다. 오슬로 국립미술관에 소장 중이던 갤러리 버전(1893년 판지에 템페라)이 절도범의 목표물이었다. 이날은 노르웨이의 릴레함메르에서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훔친 차를 타고 미술관에 도착한 두 사람은 사다리를 걸치고 2층 갤러리로 들어선다. 당시 2층 공간에는 56개의 뭉크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절규>가 가장 유명한 작품이었다. 도둑들은 <절규>를 순식간에 떼어내어 창문을 통해 아래로 운반하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참, "엉성한 보안에 감사를 표시합니다"는 메모까지 남기면서. 걸린 시간은 1분도 채 되지 않는다. ‘50초’로 기록되었다.
‘노르웨이 밖에서는 가장 유명한 노르웨이 사람’인 뭉크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 허술한 보안을 뚫고 ‘동계올림픽’ 개막식 날 도난당했다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노르웨이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지만, 실마리조차 잡을 수 없었다. 알아낸 것은 사용된 3.5미터 사다리는 며칠 전 노르웨이 최대신문사 공사장에서 인부가 두고 간 것이었다고. 이들은 2층에 침입하자마자 다른 작품을 훔칠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고, 전화선을 끊거나 경보시스템을 해제하는 것 같은 스마트한 방식을 보이지도 않았다. 오직 신속하게 그 그림을 떼어내는 방식을 택한다. 2층에는 CCTV도 없었고, 외부에 설치된 카메라는 그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희미했다. 물론 뭉크 작품이 전시공간에서 처음 도난당한 것은 아니었다. 1988년 뭉크미술관에서 <흡혈귀>가, 1993년 국립미술관에서는 <초상화 습작>이 도난당했었다.
미술관 측은 이 그림에 현상금을 크게 내걸 입장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림 회수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는 사람에게 20만 크로나(2만 5천 달러)를 사례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노르웨이 언론은 그러한 사실과 함께 그림의 가치는 7천만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떠들어댔다. 당시 예술품 도난 사건이 발생하면 회수에는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한 번 사라진 그림은 어느 돈 많은 사람의 비밀 회랑에 영원히 수장될 수도 있고, 적절한 판매처를 찾지 못한 채 맴돌다가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 불태워버릴 수도 있다, 아니면 어디 창고에서 곰팡이가 슬다가 기억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결국 <절규> 회수 작전에 영국 경찰이 나선다. 런던경찰청 내 예술반의 존 버틀러 반장과 찰리 힐 형사는 <절규> 도난 뉴스를 접하고 바로 작전에 들어간 것이다. 이미 국제적 규모의 예술품 도난사건을 해결하여 명성이 높았던 그들이지만 회수작전에는 고충이 있었다. 수사팀의 얼굴이 알려지면 다른 도난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사건은 런던에서 벌어진 사건이 아니란 것이다. “우리가 되찾으려는 것은 런던에서 그려진 것도 아니고, 런던에서 도난당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런던에 올 일도 없는 그림”이었다. 대신 <절규>를 찾게 된다면 예술반의 위상과 런던 경찰 전체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수사가 시작된다. 세계적인 화가의, 초고가의 그림이 은밀하게 어둠의 그림시장에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찰리 힐 형사는 게티미술관의 협조로 크리스 로버츠라는 가공의 인물로 변신한다. 물론 게티의 최고위층만 알고 있는 작전이었다. 그렇게 국제 공조수사, 그리고 함정수사 끝에 1994년 5월 7일 <절규>는 회수되고, 노르웨이에서 재판이 시작되었다. 1996년 1월, 1심에서 주모자인 팔 엥거(Pål Enger)에게 6년 3개월 등, 연루자 4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엥거를 제외한 3명이 항소하고 자유의 몸이 된다. 당시 노르웨이 법에 따르면 런던 경시청의 수사관이 거짓 신원으로 노르웨이에 들어왔기 때문에 그들의 증언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노르웨이의 미술관 당국은 충분한 교훈을 얻지 못한 모양이었다. 2004년 8월 22일 일요일, 또다시 절도 사건이 일어난다. 오전 11시 10분. 검은색 스키 마스크와 장갑 차림의 무장 강도가 오슬로의 뭉크미술관에 들어와 경비원의 머리에 총을 겨누며 관람객에게 “엎드려!”라고 외친 뒤 (또 다른 버전의) <절규>와 <마돈나>를 떼어내서는 아우디를 타고 사라진다. 지나가던 사람이 이 장면을 사진에 담기도. 이 그림은 2년 뒤 회수된다. 2006년 8월 31일, 노르웨이 경찰은 경찰 작전을 통해 두 작품 모두 회수했다고 발표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경찰서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것들이 원본이라고 100% 확신합니다. 손상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적었습니다."라고 밝힌다. 하지만 <절규>의 왼쪽 아래 모서리에 습기 손상이 있었고, <마돈나>는 그림 오른쪽에 훼손이 생겼고, 팔에는 두 개의 구멍이 생겼다. 이 그림들은 수리와 복원이 진행되었고 2008년 5월 23일에 다시 전시되었다.
이번에 뭉크의 서울전시회에는 뭉크의 또다른 버전인 <절규>와 <마돈나>가 포함되어 있다. 내일(19일)까지 전시되니 예술의전당 나들이를 서두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