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철 형사가 돌아왔다. 류승완 감독의 천만 흥행영화 (1341만 명) <베테랑>이 그 멤버 그대로 추석 극장가에 출격한 것이다. 메인 빌런은 정해인이 맡았다. 또 다시 대박흥행의 기운이 풍기는 가운데 흥행베테랑 형사를 만나 영화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영화는 13일(금) 개봉하다.
Q. 영화를 본 소감부터.
▶황정민: “깐느에서 볼 때는 즐기면서 봤었다. 그런데 이번 아이맥스관 시사회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소리가 크니 함께 보는 관객들의 호흡 소리가 안 들리더라. 같이 놀라고 깔깔거리는 걸 듣는 쾌감이 있는데 말이다. 나중에 개봉하면 편하게 극장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9년 만의 속편에 나온 소감은?
▶황정민: “9년 만에 나왔다지만 주위에선 잘 못 느끼더라. ‘벌써?’라는 반응이 많았다. 아마도 명절마다, 그리고 영화채널에서 자주 방송되다보니 그런 모양이다. 밈도 자주 접하게 되고.” (2편 준비하며 1편을 다시 봤는지?) “”안 봤어요. 지겹잖아요. 예전에 너무 많이 봐서. 서도철은 제가 만든 인물이라 너무 잘 알고 있다. 모든 세포가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서도철은 저의 피규어이니, 연기서랍에 잘 넣어두었다가 꺼내면 되는 것이었다.“
Q. 황정민 영화 생애 최초로 속편에 출연하게 된 셈이다. 9년 만에 돌아온 서도철 캐릭터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황정민: “9년 만에 돌아왔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서도철은 서도철이다. 서도철답게 잘 살아온 것 같다. 배우가 속편을 한다는 것은, 시리즈물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가문의 큰 영광이다. 어릴 때 시리즈물을 많이 보고 자란 사람이다. 멜 깁슨의 <리셀 웨폰>,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 하드>,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처럼. 잘 된 영화를 시리즈로 만드는 것이니. 행복하게도 나에게도 그런 시리즈물이 생기는구나. 욕심이 있다며 이것도 잘 되어 3편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Q. 속편을 만들면서 류승완 감독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황정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1편은 단순한 오락 이야기가 강하다. 감독님은 2편에 대해서 ‘재탕하지 않겠다’고 했다. 2편은 이야기 자체가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겠다’고 했었다. 그런 부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화하는 사람으로서 믿음이 있다. <부당거래>를 같이 했기에 이번에 2편을 쉽게 이해했고, 그런 부분에서 힘 있게 밀어붙인 것 같다.”
Q. 서도철에게 공감하고 쭉 달려가는 스토리이다. 정해인이 연기한 박선우의 포인트는?
▶황정민: “정해인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잘못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사적 제재는 절대 옹호할 수 없다. 그 친구는 명분이 없다. 살인을 하기 위해 명분을 만든 것일 뿐이다.살인자일 뿐이다. 배우의 얼굴이 예쁘니 착각을 할 뿐이다. 그 점에서 감독님이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해준다. 정의란 무엇인가. 기본이 많이 흐트러진 이 상황에서 그 기본을 전해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극중에서 서도철이 해인이를 끝까지 살려내고 하는 것이다. 법의 심판을 받아야하는 것이 정도라고 이야기한다. ‘사적 제재’로 복잡해지고 흐트러진다. 누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1편 때와 달라진 류승완 감독이라면?
▶황정민: ”한결 같다는 느낌이다. 다시 사람을 보게 된다. 존경스럽다. 류 감독님은 영화밖에 모른다. 24시간 영화만 보고, 영화만 생각한다. 쉴 때도 영화만 생각한다. ‘온리 영화’ 다른 건 아무 것도 없다. <부당거래> 때 처음 만나 동료도, 친구로 지내며 서로 믿고 의지하는 것 같다. 류 감독님은 영화 이야기할 때 가장 신나한다. 작품 이야기를 할 때 저도 덩달아 흥분된다. 감독님이 ‘서도철은 황정민 아니면 없다’고 이야기해 주셨는데 저도 ‘서도철은 나밖에 못한다’는 자세로 연기했다.“
Q. 형사를 연기할 때 어떤 식으로 캐릭터 연구를 했는지.
▶황정민: “<사생결단>과 <부당거래> 찍을 때 형사들을 만나보고 많이 연구를 했기에 이번엔 굳이 만날 필요가 없었다. <베테랑>은 광역수사대 이야기니까 보통의 형사과 형사와 뭐가 다른지 대해 만나서 이야기 들었었다. 그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서도철이라는 인물이 매력적으로 보일까 생각했다. 싸움을 잘 할 것 같지도 않고. 어설픈 것 같은 인물이다. 그렇게 정의롭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흔히 아는 아저씨, 삼촌 같은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 영화팬들에게 좋아하는 형사 캐릭터 물을 때 ‘공공의 적’의 강철중 하듯이, ‘베테랑’의 서도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
Q. 서도철 형사가 이렇게 투명했나 싶을 정도로 깊은 고민 없이 정의를 실현하는 것 같다.
▶황정민: “그건 1편에서도 정확하게 드러난다. 서도철은 원래 맑디맑은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에 (정)해인이의 맑은 얼굴에 가려 제대로 안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원래 그런 캐릭터다.”
Q. 주연배우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언급했는데.
▶황정민: “공연할 때 관객이 없어서 공연을 못한 적도 있고, 너무 많이 와서 돌려보낸 적도 있다. 관객을 볼 때마다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너무너무 좋아했다. 친구들과 영화보고 나오면 제일 먼저 한 말이 ‘어때? 돈이 아깝냐?’ ‘하나도 아깝지 않다’ 였다. 제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그런 걸 느낄 것이다. 제 영화를 본 관객들이 ‘아깝게 생각하면 어쩌지?’ 그런 책임감을 가진 것 같다.”
Q. 전편이 초특급 흥행을 거두었다. 속편에 대한 흥행 부담은?
▶황정민: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다. 전편때도 없었다. 원래 전편의 경우 설에 개봉하려고 했는데 뒤로 밀렸다. 5월에 예정되었다가 마블 작품에 또 밀렸다. 그렇게 여름에 개봉되었던 것이다. 그것도 끝물에. 그게 대박이 난 것이다. 이번 작품은 무조건 B.E.P(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좋겠다.”
Q. 그럼, 영화상 수상에 대한 부담은 없는가. <서울의 봄>의 전두광 연기가 각광받을 것 같은데.
▶황정민: “노, 노! ‘베테랑2’로 (정)해인이가 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진짜 행복할 것 같다. 전두광(서울의 봄). 박성배(아수라) 이런 인물은 솔직히 연기하기가 쉽다. 가공의 인물이니 과장해서 만들면 그렇게 나오니까. 서도철은 오히려 어렵다. 튀지 않게, 덜하지도 않게 중심에서 극을 이끌어가야 한다. 그래야 주변 빌런들이 맘껏 춤추고 놀 수 있다. 그렇게 판을 까는 것이 어렵다. 중심이 흐트러지면 극이 흐트러진다. 전두광 말고 서도철로 상을 받는다면 기꺼이 받겠지만 주지 않을 것 같다. 해인이는 잘해서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서울의 봄>에서의 전두광과 이번 서도철 연기를 할 때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황정민: “<서울의 봄> 찍을 때는 반란군 배우들과는 눈도 안 마주치려고 했다. 밥도 같이 안 먹고. 그런 불편함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래야 리액션도 살아나다. <베테랑>의 서도철은 훨씬 자유로웠다. 계속 낄낄댄다. 현장에서 농담도 하고. ‘감독님, 그걸 왜 찍어요~’하면서.”
Q. 안보현의 우중 액션이 화려하다.
▶황정민: “일단 그 장면 찍을 때 너무 추웠다. 살수차로 물을 계속 뿌리는데 언다. 그러면 토치로 녹이면서 찍었다. 보현이는 1대5로 싸운다. 우리는 각자 싸웠다가 쉴 수가 있는데 보현이는 계속 싸워야한다. 말 한 마디 안하고. 특별출연으로 나와서 개고생하고 간 것이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Q. 예능프로그램 ‘언니네 산지직송’에 출연한 것이 화제이다.
▶황정민: “나의 사생활이 들춰진 것 같다. 다시는 안한다. 하하하.”
Q. 정해인의 방식에 대해 좀 더 부연 설명한다면? 서도철 형사도 극중에서 범죄자에게 사적인 감정을 섞은 발언을 한다. 그런 강력계 형사로서의 소회를 말한다면.
▶황정민: “저는 이 이야기 자체가 딥하고 어려운, 복잡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에서 숨통을 터주는 것이 서도철이라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1편을 좋아한 이유가 그런 서도철이었고, 이번에도 변하지 않고 있어준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1편처럼 그렇게 옷을 입고, 1편에서처럼 연기를 한 것이다. (정해인처럼 흑화할 수도 있을 것인가) 서도철의 변화 가능성 부분은 좋은 아이디어 같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감독님하고 이야기 나누면 뭔가를 풀어낼 수 있을 것도 같다.”
Q. 한 캐릭터를 맡고, 다음 작품에 들어갈 때, 감정 전환은 쉬운가?
▶황정민: “나는 겁나 빨리 빠져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가 했던 모든 것들이 지긋지긋해서 그렇다. 촬영 끝나면 빨리 나오고 싶다. ‘누구세요?’ 할 정도로 빨리. 촬영하는 동안은 그 인물로 계속 살아야한다. 다 끝나면 ‘끝났다!’하고 빠져나온다.”
Q. 이번에 셰익스피어 <맥베스>로 무대연기를 했다. 꾸준히 연극을 하는 이유가 있다면.
▶황정민: “연극은 일부러 열심히 하려고 한다. 당연히 열심히 하는 것이다. 연기자로서 놀이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예술로서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영화는 배우보다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디테일한 면에서는 영화가 더 어렵다. 연극을 할 동안은 오롯이 관객과 저만의 만남이니 그 시간이 소중하다. 공연하는 동안은 일부러라도 열심히 하는 편이다. 이번 ,<맥베스>는 복에 겹게 전석매진을 했다. 한 달 반 동안 관객과 소통하면서 지낸 것이 너무 행복했다.”
Q. <리처드3세>도, <오이디푸스>도, 이번 <맥베스>도 대사가 많다. 어마어마하게 많다. 연극무대에서 대사 연기는.
▶황정민: “대사를 틀리기도 한다. 단어 정도 바꾸는 정도. 대사를 늘 외고 하는 편이다. 그것보단 정확한 발음과 발성이 중요하다. 관객에게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더 애쓴다. 세익스피어 작품은 장단음을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게 많다. 그런 게 공부가 된다. 어릴 때 발음 연습 하듯이 연기한다. 공부하는 느낌으로 무대에 오른다.”
Q. 데뷔한 지 거의 30년이 되어 간다. 지금 돌아보면 어떤 소회가 드는지.
▶황정민: “얼마 전에 <햄릿> 공연을 봤었다. 이순재, 신구, 정동환 선생님이 연기하는 걸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낀 게 있다. 쟁쟁하게 연기해주시는 게 후배 입장에서는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존경스러운 일이다. 저도 저렇게 오래 무대에 설 수 있을까. 후배배우들에게 저도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 하는 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저 형 작품 늘 재밌고, 대단한 것 같아’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계속 보여줄 수밖에 없다.”
“베테랑 ‘1’,‘2’를 빼고 봐 주셨으면 한다. 다른 제목으로 했으면 더 재밌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감독님이 재탕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보면 3편도 더 편하게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