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6일) 밤 11시 50분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선보였던 세 편의 단편영화- <한숨>(김슬기, 2023), <꼬마이모>(안유선, 2023), <그날의 우린>(김현영, 2021)-가 시청자를 찾는다.
김현영 감독의 단편 <그날의 우린>은 보기엔 따라서는 꽤나 심각한 작품이다. 영화 속 ‘우리’ 같은 또래의 딸이 있는 학부모라면 작품을 함께 보면서 ‘이런 상황에 놓였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역시나 초등학교 선생님은 '극한직업'이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듯하다. 요즘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는 차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니 말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초등학교 여학생(6학년)이 복도에서 손을 맞잡고 춤을 추고 있다. 체육시간에 짝을 맞춰 춤을 출 모양이다. 짓궂은 남자아이가 괜한 훼방을 놓는다. 평범한 초등학교의 이상할 것 없는 모습이다. 그런데 오늘이 하필 주인공 ‘우리’가 ‘그날’인 모양이다. 하얀 스커트 한 부분이 조금 빨갛게 물이 든다. 교무실로 선생님을 찾아가서 쭈뼛거리며 '몸이 아파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눈치 없는 선생님’은 약부터 먹자고 한다. 우리는 텅 빈 교실에 돌아와서 친구 가희의 ‘하얀 스커트’로 갈아입는다. 그런데, 아마 그 장면을 같은 반 건우가 보았던 모양. 가희는 사라진 스커트를 찾기 시작하고 건우가 적당히 둘러대며 곤란한 입장에 놓인 우리를 도와준다. 건우가 몇 차례 도움을 주자 우리는 ‘너, 왜 나한테 잘 해줘?’라고 묻자 건우는 뜻밖의 말을 한다.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나한테 그거 한 번 보여줄 수 있어?”란다. 어이가 없는 우리. 화가 나서 “내가 차라리 가희에게 사실대로 말하겠어.”라고 하자, 건우가 선수를 친다.
<그날의 우리>는 저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민감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여준다. 섬세한 아이들의 감정이 날카로워질 때, 그리고 그저 장난이라고 말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호기심에 저지른 짓궂은 장난이라고 넘어갈 일인지, ‘남자 애가 너 좋아서 하는 장난이야’라고 말해 주는 것이 올바른 대응책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에 '우리'는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 남자애를 달려가서 발로 차 버린다. “뭐야, 아프잖아”라는 남자애에게 “미안!” 한 마디 한다. 참, 소심한 복수이다. 난, 애가 벽돌이라도 집어 들 줄 알았다. 촉법의 연령대는 순진함과 잔인함, 그리고 무지가 뒤범벅이 된 시간이다. 학부모는 아들딸에게 ‘이것은 장난이 아니다!’고 확실히 가르쳐야 할 것이고, 선생님은 피곤하시더라도 학생이 쭈뼛거리면 일단, 긴장부터 하시길.
한편, 제12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5일부터 10일까지 6일간 서울시 은평구 롯데시네마은평에서 열린다.
▶그날의 우린 ▶감독/각본:김현영 ▶출연: 양서원(우리) 임승민(건우) 문주빈(가희) 김선경(선생님)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2021) ▶KBS [독립영화관] 상영 202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