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완일 감독의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서 공개된 날, 넷플릭스에서는 대만 드라마도 하나 새로 공개되었다. <정강 경찰서>(원제:正港分局)라는 6부작 스릴러 수사물이다. 작년 개봉된 허광한 주연의 영화 <메리 마이 데드 바디>(원제:關於我和鬼變成家人的那件事/Marry My Dead Body)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그 작품을 연출한 청웨이하오(程偉豪/정위호)와 인쩐하오(殷振豪/은진호)가 공동연출을 맡았다. 인쩐하오 감독은 한국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를 대만에서 리메이크한 작품(當男人戀愛時)으로 흥행돌풍을 일으켰었다. 이 두 감독이 서울을 찾았다. 27일 코엑스에서 시작된 방송영상마켓인 BCWW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이다. 행사장 대만 부스에서 두 감독을 만나 <정강 경찰서>와 작금의 대만 영상시장에 대해 물어보았다.
Q. 이번 한국 방문의 목적은?
▶청웨이하오 감독: “서울에서 열리는 BCWW 쇼케이스에 참석하여 ‘정강경찰서’ 홍보를 펼칠 예정이다. ‘대만의 날’ 행사에 참석하고, 쇼케이스에서 이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영상 보여주면서 홍보활동을 펼친다.”
Q. <메리 마이 데드 바디>의 스핀오프이다. 기획은 언제된 것인가. 그리고 속편을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로 만든 이유는?
▶청웨이하오 감독: “<메리 마이 데드 바디>를 촬영하면서 허광한 배우를 비롯한 배우들의 케미가 너무 좋았다. 허당기 있는 경찰들이 좌충우돌 하는 것이 재밌는데 이들 캐릭터만 빼내어 따로 찍으면 재밌는 작품이 될 것 같았다. <메리 마이 데드 바디> 후반작업할 때 후속편 제작이 결정 났다. 스핀오프 만들면서 영화랑은 약간 차별을 두고 싶었다. 시리즈를 활용해서 스릴러, 범죄 드라마를 만들어보려고 했다. 도전이었던 셈이다.”
Q. 국어선생님 황센(黃宣)의 경우 이미지 역변이 심하다. (한국관객에겐 낯설지만, 이 배우는 원래 ‘민머리’아티스트이다)
▶ 청웨이하오 감독: “기본적으로 캐릭터들이 반전매력을 내뿜게 하고 싶었다. 이건 범죄추리 코미디이다. 사람들이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황센 말고도 나머지 연기자들도 대만 관객에게는 익숙한 이미지, 일종의 편견이 있다.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간다면 금방 이야기의 결말이 드러날 수 있다. 헷갈리게 하려는, 반전매력을 노렸다. 기존의 이미지를 반대로 해서 코믹하게 보이도록 한 것이다.“
Q.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어땠는지.
▶ 청웨이하오 감독: “영화를 다 찍은 뒤에 어떻게 공개할지 결정난 것이다. 넷플릭스와 논의를 시작한 이후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전문적인 조언도 듣고 홍보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인쩐하오 감독: “범죄 스토리와 코믹 요소를 합친 <정강 경찰서>는 대만에서는 신선한 도전이었다. 완성될 수 있도록 도와준 넷플릭스 측에 감사드린다.”
Q. 한국은 넷플릭스 같은 OTT가 대세가 되면서 전통적인 극장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대만의 경우는 어떤가.
▶청웨이하오 감독: “완전히 똑 같다. 한국이나 일본 업계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정말 영상산업은 어렵다. 영화는 한 해에 대박이 한두 개 나올 뿐이고, 드라마는 백 편을 찍었는데 20여 편만이 방송될 정도란다. 시장이 악화일로이다. 이건 세계적인 추세이다. 대만은 더 힘든 상황이다.”
Q. 한국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를 리메이크했다. 한국오리지널과 대만 버전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리메이크 하며 신경 쓴 지점은?
▶인쩐하오 감독: “로컬라이징, 현지화가 중요했다. 한국적인 문화를 최대한 대만 현실에 녹여내려고 했다. 남자주인공의 성격을 표현할 때 가정생활에서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대만의 가정생활을 중점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그리고 대만 여성의 강인함을 보여주려고 했다. 대만 여성은 자기 인생을 선택하고, 난관을 헤쳐 나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오리지널에서 남자였던 보스가 대만 판에서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임팩트 있게 표현하고 싶었다.”
Q. 고사성어(故事成語) 같은 것은 중국문화 요소가 강하다. 혹시 대만의 학생들이 중국고전을 안 읽어서 화가 나서 이런 소재를 택한 것인가?
▶ 청웨이하오 감독: “하하 그런 건 아니다. 범죄, 코미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연쇄살인마가 선택되었다. 그에겐 범행 동기가 있어야하는데 그걸 코미디로 풀어내고 싶었다. 이유가 황당했으면 했다. 요즘 살면서 느끼는 것은 줄임말을 많이 쓴다는 것이다.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면서 이제 글자를 어떻게 써야하는지도 잊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이 잘못 쓴다. 사회적 추세가 그렇다. 이런 것을 살인동기로 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 그런 것을 웃기게 풀어보면 언어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영화는 ‘한니발’ 같은 흉악한 연쇄살인범 이야기인데 살인동기가 재밌다. 국어(중국어) 선생님인 이 사람은 사람들이 한자(漢字)를 틀리게 쓰면 분노해서 살인까지 저지른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자성어는 이런 게 있다. ‘走投無路’ ‘膾炙人口’ ‘鳳毛麟角’ ‘不耻下問’ ‘懸梁刺股’ ‘殺一儆百’ 혹시 미리 찾아보고 이 작품을 보면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
▶인쩐하오 감독: “황센이 여자 제자와 레스토랑에서 축약어로 말하는 장면이 있잖은가. 줄임말을 소재로 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 고사성어는 중화권에서 통할 것이고, 줄임말이라면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SNS가 대세이며, MZ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Q.촬영은 어디서 했는지.
▶ 청웨이하오 감독: “전작인 영화는 실제 경찰서에서 찍었는데, 이번 드라마는 경찰서 내 이야기가 많아서 따로 세트를 만들었다. 타이베이에서 찍은 것이다.”
Q. 찍고 있는 <콜 오브 랍스터>(瘋子蝦夫/Call of Lobster) 줄거리가 꽤나 흥미롭다. 진행 정도는? (인쩐하오가 감독을, 진바이룬(金百倫)과 청백웨이하오가 가 제작하는 이 영화는 대만 남자가 북한에서 랍스터를 양식해서 큰돈을 벌겠다는 몽상을 갖게 되는데, 하다 보니 남북한 마약스캔들에 휩쓸리게 되고, 한국의 요원과 임무를 펼치게 된다고.)
▶인쩐하오 감독: “지금 시나리오를 계속 고치고 있다. 한국에서 파트너도 구하고 싶다.”
Q. 고사성어를 소재로 한 ‘관용어살인사건’ 작품의 감독답게, 좋아하는 사자성어가 있다면.
▶인쩐하오 감독: “如履薄氷(여리박빙). 살얼음을 밟듯 조심하라는 말이다. 우리 인생이 그런 것 같다. 항상 조심해서 살자는 게 내 모토이다. 영화를 만들 때도 항상 조심하려고 한다.”
▶ 청웨이하오 감독: “자득기락(自得其樂). 자신이 하는 일에서, 스스로 기쁨을 얻는다는 것이다. 모든 일을 할 때 기쁜 마음으로 해야 행복할 것이다.”
인터뷰가 말미에 인쩐하오가 영화제목에 대해 부연설명했다. “영화 제목의 ‘정강’(正港)을 대만 방언인 민남어를 읽으면 ‘진짜의’, ‘진정한’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진짜 경찰서’라는 뜻인데 실제로 안에는 허당기 가득한 캐릭터뿐이다. 대만 사람들은 제목만 들어도, 그 반전, 코믹함을 바로 알 수 있다.”고.
참, 대만영화 보면서 궁금했던 것도 같이 물어봤다. 대만영화나 사건뉴스를 보면 경찰서 출두하는 범죄자들이 다들 헬멧을 쓰고 있는데.. “그건 화난 사람들의 공격으로부터 그들(피의자)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그 사람들이 자해하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도 있다. 그리고, 요즘 와서는 인권, 초상권 때문이라고도 한다.”
영화에서 <홍루몽>의 이 나온다. 대만에서도 <홍루몽>이 인기 있는 작품인가. “아주 인기가 많다. 삼국지나 김용 소설만큼. 학교 필수독서 고전이다.”란다.
[사진=금잔화대영업(金盞花大影業/CALENDAR STUDIO)/넷플릭스]